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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또각또각 구두욕심, 슈즈 디자이너 이겸비

2005-01-25

슈즈 디자이너 이겸비는 자신이 느끼는 신발의 매력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남녀간에 관련된 사랑이 아니라 누군가 먼저 끌어당길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매개체로써 신발은 그녀에게 이런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그녀의 홈페이지(http://kyumbie.com)는 온통 신발에 관련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10년이 넘도록 신발 디자인을 해오고 있는 그녀의 발자취가 그대로 녹아있는 공간으로 들어가 보자.

취재 | 권영선 기자 (happy@yoondesign.co.kr)

맨 처음 그녀의 홈페이지 (http://kyumbie.com)에 들어가 볼 수 있는 것은, 따뜻한 커피 한잔이 놓인 책상에 앉아 열심히 디자인하고 있는 이겸비의 뒷모습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작업실에는 누구 하나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 이 곳은 바로 이겸비 디자이너가 꾸미는 한적한 작업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듯 하다.
나른하게 기지개를 하다가도 다시 무언가에 열심히 몰두하는 그녀의 뒷모습은 ‘이겸비’가 누구인지 더욱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녀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질 즈음, 아래의 메뉴들을 하나씩 클릭하게 된다.
메뉴를 클릭하고 다른 공간으로 들어서면 그녀가 그려놓은 생활 속 일러스트와 행복한 마음으로 디자인하는 과정,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신발들을 볼 수 있다.

그녀만의 가상공간인 홈페이지에는 작년 이 맘 때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곳은, 그 동안 숨가쁘게 달려왔던 그녀의 작업들이 차곡차곡 잘 정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작은 작업 공간이 있고, 신발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쇼핑몰이 한창 준비 중이다.
이제는 웹이라는 가상공간에 자신만의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지만, 그녀는 이런 공간을 아주 예전부터 꿈꾸어 왔다고 한다.
80년대에 만들어진 윌리암 윌슨의 ‘아이돌’이라는 책을 읽으며 인터넷 안의 가상 공간을 꿈꿨고, 마침내 겸비의 홈페이지가 세상 밖의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그녀는 어릴 적 심심풀이로 잡지에 있는 맘에 드는 가구, 옷, 신발 등을 따로 스크랩하여 두터운 공책을 만드는 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무슨 용도로 쓰겠다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맘에 드는 것들을 모아두고 싶은 욕심에 시작한 것이었다.
이겸비의 홈페이지 또한 맘에 들어 하는 것들을 두꺼운 노트에 스크랩하듯 그녀의 소중한 콜렉션들로 꾸며져 있다. 그 동안의 포트폴리오를 시작하여 디자인 스케치, 일상에서 자주 그리는 일러스트, 길을 가다가도 맘에 드는 신발 디자인이 있으면 꼭 찍어 그녀만의 홈페이지에 가져다 두곤 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스케치 북과 디자인 노트

한번 디자이너는 영원한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는 이겸비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이루어진 모든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그녀의 스케북은 온통 그녀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것과 신발 디자인으로 가득 차 있다.
패션지에 일러스트가 실릴 정도로 수준 높은 그림 솜씨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나중에는 신발 디자인과 일러스트를 함께 병행하여 일을 하고 싶단다.

>>이름값 들어가는 슈즈 디자이너 되기

1994년, 대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한 ㈜ ICINOO에서 그녀는 신발 디자인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당시의 슈즈 디자인은 해외 브랜드를 모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개척해 나가야 할 것들이 많이 있었다. 슈즈 및 액세서리 분야가 전문화 되어있지 않았던 만큼 이 분야에 대해 누구보다 욕심이 컸다.
그런 이유로 이겸비는 자신만의 뚜렷한 컨셉과 컬러를 가지고, 동양적이면서 한국의 향기가 묻어나는 슈즈 디자인을 시도하였다.
세 번의 전시회와 여러 차례의 브랜드 런칭을 거치면서 이 분야에서 ‘슈즈 디자이너 이겸비’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을 한다. ‘마놀로 블라닉’, ‘파트릭 콕스’, ‘세르지오 로시’, ‘로제 비비에’ 같은 신발 디자이너로서 ‘이름값’이 들어가는 디자인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톡톡 튀는 신발 디자인만큼이나 개성 있는 패션 감각을 가지고 있는 슈즈 디자이너 이겸비를 만난 곳은 그녀가 일하는 사무실에서였다. 동대문 상권 중심가에 자리 잡은 그곳은 요즘 최신 유행하는 신발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사무실에 나와 밤을 샌다는 그녀. 슈즈 디자이너 이겸비는 매 순간순간 지치지 않은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집에 얼마나 많은 개인 소장용 신발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히다.
세어본 적은 없지만, 약 150켤레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개인 소장용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그냥 예쁘다고 생각한 것들을 사 모아 놓은 것뿐이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신발을 버린 적이 없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많은 신발을 소유하게 되어 버렸다. 가끔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해 곤란하기도 하지만, 신발 하나하나에 애정이 가서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다.

한 달을 기준으로 보통 몇 종류의 신발 디자인이 나오는지 말해 달라.
예전에는 틈만 나면 신발 스케치를 했는데 요즘에는 일이 많다 보니 한 달을 기준으로 50 스타일 정도를 그리는 것 같다. 디자인 하는 시간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집에 혼자 있는 주말을 이용하여 주로 스케치를 하는 편이다.
평일은 일이 많고 바쁘다 보니, 실상 디자인 하는 시간은 별로 되질 않고 주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스케치 북을 잡을 수 있다.

2001년도에 ‘슈즈’라는 책을 발간하였는데…
언젠가 신발에 대한 전문서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료를 수집해 책을 제대로 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주 먼 훗날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2년 정도 사귀던 남자 친구와 헤어지면서 신발에 관련된 책을 써보고 싶은 의욕이 갑자기 들었다.
그 후 과감히 휴직계를 내고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이별이 슬퍼서라기 보다 나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도전한 일이었다.
그 동안 신발 디자인은 일반인들에게 무척 생소한 분야였다. 이 분야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신발 디자인의 멋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신발 디자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신발이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문화상품으로 인식되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램이다.

책뿐만 아니라 신발에 관련된 전시·행사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몇 번의 전시회를 가졌고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무엇이었는가?
신발 전시회를 약 4번 정도 가졌다. 전시도 있었고 이벤트 행사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NIMA 브랜드 런칭쇼이다.
무용가 안은미씨가 이끄는 무용단과 밴드가 접목이 되어 커다란 ‘슈즈쇼’를 벌였는데, 그 때 당시에만 해도 그런 ‘슈즈쇼’라는 개념이 없었던 시절인 만큼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의를 가진 행사였다. 생활과 아트의 접목이라는 컨셉으로 진행되었고, 신발이 설치 매개체가 되어 ‘설치 미술’에 가깝게 진열이 되었다.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 할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홈페이지의 쇼핑몰 구축과 관련이 있는가?
이홈겸비라는 개인적인 브랜드를 계획 중이다. 신발 디자이너로서 ‘이름값’이 들어가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 시작 한 일이다. 홈페이지 안의 쇼핑몰은 단지, 내가 좋아하는 가게가 가서 구경하고 나오는 것처럼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어와 즐기라고 시작한 일일 뿐이다. 무엇을 판다 라는 개념보다는 소비자와의 가까운 접점을 만들고 싶어 제작하고 있다.

앞으로 홈페이지를 어떤 식으로 꾸려나갈 예정인지 말해 달라. 그리고 홈페이지를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홈페이지를 커뮤니티처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아직은 일방적으로 말하는 입장이지만, 꾸준한 소통 창구를 만들어 따뜻한 마음이 오고 갈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들 예정이다.
슈즈 디자이너로 명명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함께 있었다. 홈페이지라는 공간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신발로써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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