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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작품 저장창고를 공개합니다!

2004-03-23


디자이너의 홈페이지는 단순히 개인적인 공간은 아니다.
홈페이지 디자인에서부터 포트폴리오까지 자신의 감각을 공개적으로 내보이고, 평가받을 수 있는 새로운 홍보방법임은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씽크레티즈모스 사이트도 처음에는 그러한 줄 알았다.
하얀 배경에 손으로 스케치한 듯한 이미지들
그리고 자잘한 낙서만큼 많은 아이콘을 가지고 있는 홈페이지.
무엇부터 누를 것인가 고민하다 ‘Site Map’을 눌러보았다.
여느 홈페이지와 다른 메뉴가 있다.
‘온라인쇼핑’, ‘배송조회’, ‘우편물번호’, ‘주문서’, 쇼핑문의’..
쇼핑몰이 있나?
다른 메뉴들을 하나씩 눌러보니 작품을 살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이미 그 상거래의 룰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목! 마이홈피에서는 포트폴리오 뿐만 아니라, 작품의 또 다른 판로를 찾아낸 홈페이지.
씽크레티즈모스와 인사하였다.

인터뷰 | 이정현 (tstbi@yoondesign.co.kr)

Q. ‘씽크레티즈모스’는 언제 만들게 되셨는지요? 또, 만들게 된 이유는?
"synkretismos"의 어원은 97년 즈음에 여러 가지 감정과 모습의 드로잉들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홈페이지를 내내 가지고 있었지만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저장창고의 역할만 해 오다가 대학 졸업 후 전업작가로서 살아남기를 실천하면서 작품을 판로까지 관심을 두게 되었고, 이것이 이 전의 홈 전체를 새롭게 리뉴얼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Q. 샵 개념은 언제부터 도입하게 되었는지요? 도입한 계기는?
작업을 만들고 나면 늘 그렇듯 작가의 손안에서 작업은 미완성인 채로 남았습니다.
그것을 원하고 탐내는 누군가에게서 작업은 완성된다고 믿습니다.
단순히 작가의 능력 안에서 밖으로 나타난 것으로 작품이 끝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전달되는 일이야말로 작품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전달자로서의 임무, 혹은 사명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기 위해서 작가는 그것을 가능케하는 경제적인 요인이 뒷받침되어야 했고 작품의 판로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계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Q. 현재, 다양한 샵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the one and only’, ‘character Shop’, ‘mass production’ 등등 각 샵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처음 홈페이지를 열었을 때는 하나뿐인 작업들로 샵을 구성해왔습니다.
하나를 만드는 일이나 여러 개를 만드는 일이나 첫 단계부터 마지막 마감단계까지 모두 수공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모두가 하나뿐인 작업이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각기 다른 그림을 그리며 하나씩을 만들 때는 작업을 구매하시는 분들의 즐거움에 비해 늘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는 데 대한 부담감이 컸어요.
작업을 하는 시간보다 구상하는 시간이 늘어났던 건 작업시간을 효율적으로 해내지 못하는 장애가 되기도 했구요.
또 하나뿐인 작업일지라도 다시 같은 것을 원하는 구매자가 늘어났던 일도 있어서 적당한 타협점을 찾은 것입니다.
여전히 하나뿐인 작업으로 구성된 샵이 있고, 같은 그림과 모양새의 작업을 계속해서 만드는 character Shop이나 mass production페이지들이 추가된 것입니다.


Q. 작품게시부터 발송완료, 상품후기까지 프로세스를 짚어주시겠어요?
모든 작업을 게시하지는 않습니다.
재료와 크기 때문에 온라인상으로 작품의 질을 표현해내기 힘들다거나 오프라인상의 전시를 위해 아껴두기도 하구요.
일단 작업이 완성되고 난 후 게시를 하면 작업이 올라온 날을 기준으로 매일 오후 9시 이후부터 판매를 시작합니다.
종종 작업이 올라오는 시간이 불규칙적이라서 원하는 작업을 놓치는 분들의 아쉬움이 있어서 정해둔 룰입니다.
온라인상으로 판매가 끝나더라도 작업이 완성된 것은 아니에요.
이름을 적어달라는 요청이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서 보내달라는 요구가 생길 수 있으므로 구매자의 요구사항까지 모두 해결한 마감작업 후 발송하게 됩니다.
발송 후부터는 메일이나 홈페이지의 쪽지기능을 통해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습니다.


Q.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평균 작품 제작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주문부터 발송완료까지..
작업의 제작시간은 질문하신 것처럼 작업마다 천지차이입니다.
나무함과 같은 종류의 필통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림잡아 5~6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직접 나무를 자르고 함을 제작하는 일에서부터 그림을 그리고 코팅하는 시간까지 더해지니까요.
때문에 시간적인 능률을 올릴 수 있도록 필통과 같은 종류를 만들 때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문에서 배송완료까지는 대개 일주일 정도가 걸립니다.
쇼핑몰처럼 하루 만에 작업이 도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재료의 특성상 특히 나무의 경우에는 완전건조가 된 후에 작업의 뚜껑이나 아귀가 달라질 수도 있고 구매자의 요구에 따라 추가하거나 제거해야 할 요소들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배송까지의 시간이 좀 더 걸리게 되는 것 같아요.


Q. ’Sold Out’된 작품들은 다시 판매하실 의향은 없는지?
하나뿐인 작업을 기준으로 삼아야겠네요.
하나뿐인 작업들은 다시 만들고 싶다고 해도 이미 해당 작업을 구매하신 분의 입장을 고려해서 다시 제작하지는 않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작업으로 알고 구매했는데 똑같은 작업이 다시 만들어지는 일은 유쾌하지 못할 테니까요.
^ㅡ^

Q. 개인이 운영함으로 주문은 제외하고, 주문관리, 배송 등등 작품제작 외의 별도의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요?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한 두 개의 주문 시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주문이 늘어날 때는 주문확인과 배송에 대한 시간들 때문에 작업에 방해를 받기도 합니다.
또 일의 분할이 아니라 모든 상황들을 혼자서 해결해야 하므로 주문서를 놓치고 잊어 버리는 일이나 배송 중 작업이 파손되는 경우..
주소를 잘못 기재해서 되돌아오는 경우들이 가끔 일어나기도 해요.
그럴 때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Q. 고객 서비스 관리는 어떠하신가요?
고객서비스에 대해 특별히 행하는 일은 없습니다.
완전히 판매만을 염두하고 목적을 생각하는 쇼핑몰과는 다른 입장이니까요.
처음부터 구매자들 대부분이 작업을 구매하기 위해서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많게든 적게든 본인들의 감성이나 공감대가 비슷하거나 그것들을 찾아 자연스럽게 오시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분들을 고객으로 보고 서비스하는 일은 없습니다.
단, 샵 내에서의 고객서비스라면 수공예라는 작업이 보존성이 우수하지 못해서 부주의로 파손되거나 그림이 손상되는 경우에 한하여 적절한 서비스를 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돈을 주고 받는 판매의 행위라지만 판매한 작업이 작업한 제 스스로 아끼는 물건이기도 하므로 어느 선까지의 파손이나 손상은 보수 없이 다시 받아 수정해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경우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 것은 구입하신 분들의 입장에서도 수공예작업의 단점을 이해하고 배려해주시는 탓인 것 같아요.


Q. 이렇게 개인 홈피가 아닌 쇼핑몰로 입점할 의향은 없는지?
일단은 한 작업자의 생각에서 만들어진 창작품이고, 그 개인이 마련한 지정된 곳에서만 판매되는 것이 희소성과 맞물리는 장점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대량으로 인쇄를 하거나 하는 물건에 대한 관심이나 정해진 몇 가지 작업을 꾸준히 만들어서 쇼핑몰에서의 입점도 희망하고 있기는 합니다.
늘 다른 종류의 것들을 만들어내는 일이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니까요.


Q. 샵 외에 다양한 컨셉으로 참여를 유발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마니또 게임이나, 배경음악추천, 그림엽서 발송, 감정의 쓰레기통 공유.. 등..
크게 보면 참여미술의 범주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하나의 작업으로 생각하는 이유 때문입니다.
지금 운영하는 홈페이지자체가 티즈모스라는 사람의 작품의 한 형태입니다.
때문에 낙서페이지(scribbling)가 Work안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언제나 그렇듯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은 그 작가만에 의해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작가는 주위의 사람들에게서 또 사회와 문화로부터 많은 감성과 지식의 영향을 받아왔고 그 것이 개인의 머리 속에서 걸러져 작업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맞을 거예요.
그렇다고 보면 작업에 있어서 가장 큰 무게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입니다.
홈페이지를 제작한 사람 즉 집주인은 티즈모스 한 명이겠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고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제가 아니라 방문자들 모두이며 저 또한 그 중 한 사람에 그칠 뿐이라고 믿습니다.
마니또 게임의 경우도 그 중 누군가의 제안으로 시작했던 것이고 그림엽서나 감정의 쓰레기통 또한 제가 발송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를 돌고 답장을 하거나 하는 일이므로 인간관계를 배우고 경험하는 가장 기초적인 발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감정의 쓰레기통 공유 역시 어떻게 운영하시는 것인가요? 하시면서 어떤 것을 생각하시게 되었나요?
"작업은 감정의 쓰레기통이 아니다"
라는 말씀을 대학시절 박정기 교수님(미술이론,평론가)으로부터 듣고 오랫동안 작은 불편함을 느꼈어요.
적어도 나 스스로는 그 주장을 실천하지 못하고 늘 내 감정의 쓰레기들을 버리는 데 작업을 이용했으니까요.^ㅡ^
하지만 그것이 때로는 티즈모스의 작업을 이루게 된 장점이 되었다는 믿음을 키워왔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우리가 느끼는 소소한 것들이나 일상으로부터의 감정이었어요.
그것들은 늘 그리운 마음으로 안타까워하는 하나의 기억과도 닮아있었습니다.
누군가 생각없이 지나쳐 버리는 길 위의 메모를 내가 발견하고 주울 수 있다면 그러한 공통적인 감정을 꺼내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는 많은 위안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정의 쓰레기통은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커다란 교환일기와 같이 사람들 사이를 돌면서 자신만의 감정과 고민들을 버리는 역할을 해 줌으로서 사람들은 또 다른 사람들의 고민들을 이해하고 자신과 다른 것들은 배제해야 할 성격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주길 바랬던 거겠죠.


Q. 게시판에 주소를 남겨두면, 발송해 주시는 그림엽서는 어떠한가요?
그림엽서는 감정의 쓰레기통과는 다르게 가장 개인적이며 이기적인 작업의 모습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작업이 아니라 누군가와 나, 또 다른 누군가와 나..로 계속해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실험과도 같은데요..
티즈모스라는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인간관계의 폭을 꾸준히 넓혀가는 구두로서의 작업이었습니다.
시작은 늘 나부터 발송하는 엽서 한 장이며 결과는 엽서를 받고 되돌아오는 답장으로 끝이 납니다.
나는 다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엽서를 보내고 답장을 받고..
이 것은 살아있고 작업을 하는 동안은 계속해서 실천해야 할 나 스스로와의 약속입니다.


Q.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실 예정입니까?
요즘은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고 싶은 것들이 그만큼 많으니까요.
“잘 한 일이다”란 생각과 후회라는 생각이 교차했던 지난날의 가장 큰 실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으로부터 오는 작업스타일의 변환이었습니다.
물질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나 영향력,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오는 기울기나 중심 등의 작업들이 지금은 자칫 너무 캐릭터화된 작업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염려스러울 때가 많아요.
이것은 책에 나온 삽화를 떠올리게 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보다 감추고 감추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마다 다른 생각을 유추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원했지만 마치 제 작업은 삽화의 성격을 강하게 보여주어서 모든 것을 너무나 쉽게 알려주고 마는 결과가 되어 버린 것 같아요.
진지한 고민을 하는 작업은 분명 다를 테지만.. 그 고민이 얼마나 진지했었는지는 스스로 반성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여러 생각들이 지난 해 개인전을 취소하게 된 배경이 되기도 했구요..
올해는 여기저기 뻗어있는 작업의 스타일이나 방향들을 한 곳에 정리하는 것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캐릭터는 캐릭터로서 무게를 잡고 순수작업은 순수작업으로서 성격을 분명히 하는 것들이 그것이겠지요.
여기에는 동화 홈페이지에 대한 생각.
그림책의 출간에 대한 생각.
개인전과 작업스타일에 대한 고민들 모두가 포함되어있어서 늘 머리 속이 어지러운 상태네요..^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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