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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일본의 숨은 애니메이션 걸작

2002-09-11



어느날 필자는 우연하게 후배에게 비디오 한 개를 받았다. 후배는 “이 비디오는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인데, 재미는 없지만 한번 보라”라고 하는 후배의 권유로 받아 놓았다가 어느날 인가 우연하게 작품을 틀어 보게 되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아! 이런 것이 진짜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구나’ 하는 감탄사와 함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과연 우린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상업적 논리에 의해 아이들의 감성을 도구화시키고, 이윤을 목적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21세기 미래 산업인 애니메이션을 이야기 하면서 캐릭터의 고부가가치를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영상화된 캐릭터는 아이들의 정서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아이들의 성향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인접해있는 다른 산업의 원도우 효과(하나의 매체가 다른 장르와 결합하여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하며, 일례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햄버거 체인점의 서비스용 프라 모델과 결합한 상품, 판매전략,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프라모델 제작사와의 관계 등을 꼽을 수 있다.)와도 매우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점을 악용하여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여름 방학을 시작하면 그 시기에 맞춰 어김없이 찾아온다.
과연 이 애니메이션들이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일까?
항상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표현한다는 현란한 광고 문구는 과연 그런 것 일까?
아이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애니메이션이란 무엇일까?
이번엔 이러한 질문을 하나씩 풀어갈 수 있는 애니메이션 작가를 소개 하고자 한다.

우리가 TV시리즈물을 통해서 일본의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익히 보아왔고, 또한 연재물을 통해 번역된 일본 만화를 많이 보아 왔다. 우리가 그 동안 보아왔던 일본 애니메이션은 대부분이 흥미 위주의 상업 작품들로 내용의 선정성이나 폭력성 등 시비에 휘말리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헌데 이러한 작품들만 일본 내 아이들에게 방영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모두 이런 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은 이것만 보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일본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온 작가로 오카모토 타다나리는 실험적인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온 작가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단지 아이들이 즐겁게 보아줄 애니메이션, 아이들이 보고 무엇인가 느끼게 해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작가이다.



오카모토 타다나리는 1932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2년동안 직장 생활까지 했던 그는 25세에 니혼 대학 영화학과에 편입하면서 비로소 영화의 길에 들어섰고, 그 후에야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학과 졸업 후 인형애니메이션 제작자인 모치나가 타다히로의 MOM프로덕션에 입사 애니메이터로서 작품제작의 기능을 익힌다. 1964년에 드디어 독립하여 주식회사인 스튜디오 에코를 설립하고 첫 작품인 [신비한 약 1965]을 SF 소설가인 호시 신이치의 단편을 기초해 제작한다. 이 작품은 이후 시리즈로 발전하여 [환영합니다. 우주인 1966], [딱따구리 계획 1966], [꽃과 두더지 1970]등이 제작되었다.
- 애니메이션, 이미지의 연금술, 김준양저, 한나래, 227p 참고
그는 다른 애니메이션 작가와는 달리 만화를 중심으로 해서 자신의 작품을 발전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영상에 중심의 영화에 관심을 두고 제작 해왔다.
그의 작품 스타일을 보면 대부분이 인형 또는 오브제를 사용한 애니메이션으로, 만화적 이미지의 표현 보다는 영상의 어법을 이용한 것으로 일본의 전통 문화에 대한 일본의 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승화 시키고 있다.
1971년 제작된 “치코탄, 나의 신부”는 2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이 작품의 그림은 아이들이 크레용으로 그린 것처럼 서툴게 캐릭터를 형상화 하였고, 배경 또한 아이들의 그림처럼 표현하였다. 타다나리는 이것을 통하여 아이들이 그림을 갖고 상상할 수 있는 공상을 영상으로 표현한 것으로 경쾌한 움직임은 매우 주목할만 하다. 또한 이 작품의 음악과 대사는 CF형식으로 이뤄져 있어 일본이란 섬나라의 특징과 아이들이 자국에 대한 지방적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고 있다.


이후 오카모토 타다나리는 일본의 1970년대 사회상을 표현한 것으로 [다섯 개의 작은 이야기 1974]는 일본 사회가 경제 개발에 치우쳐 인구가 폭발적으로 도시로 집중된 사회 현상을 도시 외곽에 사는 일본 소시민의 삶을 통해 일상적으로 다루고 있다.
산동네에 사는 아이들의 놀이터는 집을 짖고 있는 공사장 현장으로 표현 하여 그 속에서 아이들의 순수한 놀이와 삶의 일상을 표현하고 있다.


또 다른 작품으로 도시의 하천의 녹지 공간을 통하여 도시 소시민의 휴일을 보내는 다정한 아빠와 아이가 일상적으로 보내는 것을 통하여, 아버지와 아이의 순수한 동심을 표현하고 있다.


도시 외곽의 한적한 시골집 그 속에서 복잡되는 아이들, 시골에서 누구나 보았을 듯한 것을 이용하여 술래잡기 놀이 등의 이야기를 통해 한 집안에서 아이들이 겪는 다양한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 작품 내용 중 마지막 부분에서 눈 속에서 돈벌이를 위해 길을 떠난 부모가 봄에 다시 돌아오는 것을 표현하면서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한다.

이런 작품 속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을 통하여 누구나가 한번쯤 아이일적 공상을 느낄 수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일본인으로서 갖는 공동의 문화이면서 어릴 적 순수한 감정을 환기시키는 창치를 넣어 삶을 뒤돌아 보게 하는 것으로, 잠을 자다가 이불에 실례를 하는 것, 비오는 날 앰브란스가 울리는 공사현장에서 아이들의 총싸움 이라던가, 아버지와 함께 모터 비행정을 날리면서 느끼는 하늘을 난다는 것에 대한 교감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오카모토 타다나리는 이와 같이 일본의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정서를 담는 작품을 꾸준히 제작하다가 일본의 고전적이고 전통적 이야기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에 전통적인 그림과 전통의상, 문양, 소도구등을 통해 표현 한 것으로 [모치모치나무, 1972], [남무일병식재, 1973], [치카라바시, 1976], [도깨비산의 메밀꽃, 1979]등이 있다.
위의 작품 중 ‘남무일병식재’와 ‘도깨비산의 메밀꽃’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동화처럼 화면의 그림 자체가 동화책 속에 표현되는 그림과 밀도가 동일하게 표현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남무일병식재‘는 애니메이션 기법 중 컷아웃(CUT-OUT)기법을 사용하여 제작된 것으로, 동화책 속의 이야기를 나래이션을 통해 ‘히로코’라는 아이에게 노래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캐릭터들은 인형과 같은 골격을 갖추고 있는데, 회화의 부조처럼 일정한 두께를 갖은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캐릭터는 기존의 컷 아웃 애니메이션에서 사용되었던 캐릭터의 골격과는 매우 다른 오카모토 타다나리만의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점이 매우 주목해서 볼만하다. 또한 컷아웃에 사용된 캐릭터의 그림이 일본이란 동양적인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갈필을 이용한 붓터치로 캐릭터의 독특함을 살리고 있다.


‘도깨비산의 메밀꽃’은 2D애니메이션 제작된 작품으로 일본 지방의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새롭게 탈바꿈 한 것이다.
이 작품은 미술적 완성도는 동양적인 이미지가 물씬 풍겨나는 수묵을 이용한 작품으로, 캐릭터의 채색 및 배경은 동양화법을 기초로 농담의 표현과 섬세한 붓 터치를 이용해서 만들어졌다.

특히 ‘나무일병식재’와 ‘도깨비산의 메밀꽃’은 작품이 끝나는 마지막 장면에 아이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반복 함으로서 다시 한번 아이들에게 이 애니메이션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상기시키는 점은 매우 독특하다. 이런 점은 작가가 아이들에 시각에 맞추고자 하는 순수함과 노력이 작품에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오카모토 타다나리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오콘 조루리 1980]는 오카모토가 자신의 영화적 감각과 애니메이션적 연출을 결합시킨 것으로 1970년부터 오랜 시간 동안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전통문화을 작품에 담아 제작된 작품으로 기존의 클레이(Clay)애니메이션 제작방식과 매우 다른 형식을 띄고 있다. 오카모토 타다나리는 ‘나무일병식재’를 통해서 컷아웃의 제작방식 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제작한 것을 살려 ‘오콘 조루리’에서도 그만의 장점을 살렸다.

먼저 캐릭터의 경우 정교한 골조를 만들기 보다는 일본 전통 인형에 약간의 골격을 주어 움직이게 하였는데 이는 일본의 전통적인 인형의 미적 형식을 최대한 살리면서 제작된 것이다. 캐릭터의 움직임 또한 서양의 클레이, 인형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지는 캐릭터의 정교한 움직임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오브제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캐릭터의 질감역시 일본의 민속공예품점에서 판매되는 인형과 같은 질감을 살리며 제작되어 아이들에게 민속 공예품을 보면서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작품의 내용은 상처 입은 한 여우을 발견한 할머니는 그것이 사람으로 착각하고 구해주게 된다. 몸이 아픈 할머니는 여우는 노래를 통하여 치료를 받게 되고 이후 할머니는 여우를 사람으로 착각한 줄 알면서도 손녀 딸처럼 대하여 주게 되고, 여우는 할머니를 위해 노래로 마을 사람들을 치료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여우는 불치병에 걸린 성주의 딸을 구한다는 내용으로 이뤄진다. 이 작품에서 오콘이란 여우가 조루리 음곡에 맞추어 낭창하는 것으로 일본의 전통 인형극인 분라쿠에 나오는 것을 가르킨다.
란 고전적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으로 작품 후반부 물질의 이기에 의해 동물과 인간의 순수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오카모토 타다나리의 전 작품 전반에 내용과 일치하는 음악적 장치는 그가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장치를 청각적 창치로 한층 성숙되어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인형의 전통적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면서, 정적인 인형에 움직임을 주어 새로운 형식을 차용하고 있는 작가의 실험정신은 오카모토 타다나리가 일본 전통문화을 고수하고 현대 문병의 이기때문는 아이들에게 자국의 전통문화를 심어주고자하는 작가정신이 반영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오카모토 타다나리는 1980년대 [주문이 많은 요리점, 1991]과 [호타루모미, 1986]란 두편의 애니메이션을 기획 했는데, 본격적으로 제작하기도 전에 199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글 처음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일본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대분분의 사람들은 SF판타지물이나 로봇의 메카닉물 또는 미소녀물을 떠올린다. 그만큼 일본 애니메이션은 다양하고 자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다양하고 상업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속에서도 일본 아동을 위한 애니메이션, 일본 전통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인형 애니메이션의 대부 오카모토 타다나리는 일본 애니메이션 속에서 그늘에 가려져있는 진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일본 애니메이션 안에는 그만큼 그들의 전통과 교훈을 주고자하는 애니메이션이 전부터 제작되었고 지금도 제작되어 대중에게 상영되고 있는 점은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에게는 이러한 애니메이션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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