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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한국문학, 애니메이션으로 감칠 맛나게 읽다

2014-08-08


장편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으로 국제적인 호평을 받아 국내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안재훈, 한혜진 감독이 우리 문학작품을 새롭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교과서에서만 볼 줄 알았던 한국 단편 문학이 애니메이션으로 거듭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풋풋한 감수성을 그대로 간직한 한국문학이 스크린으로 옮겨가 우리 도창과 더불어 새로운 하모니를 완성한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자료제공 ㅣ 연필로 감상하기

우리 근대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설, ‘메밀꽃 필 무렵, 봄봄, 운수 좋은 날’은 우리가 국어, 문학시간에 딴전 피우지 않은 이상 누구나 익히 듣고, 여러 번 읽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단편 문학을 연기자들의 연기로 풀어내는 방송용 문학 드라마가 아닌 애니메이션 장르로 연결된다면 어떤 전달력을 보여줄까.

한국단편문학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이제는 어렴풋해 풋풋한 기억 너머로 남아있는 우리 문학사의 풍경들을 애니메이션 감독 안재훈, 한혜진 감독이 담담하게 담아냈다. 묵혀놓은 오래된 서랍을 열어보듯 아련한 향수는, 연령을 넘나드는 장르인 애니메이션으로 거듭났다. 이는 애니메이션이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레 잇는 커뮤니케이션 장치로서의 가능성을 가졌음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로, 한국문학과 애니메이션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라는 타이틀을 국내에선 처음으로 달았던, 연필로 명상하기에서 제작한 한국단편문학 애니메이션 작품은 1920~30년대 국내를 대표하는 문학가들의 단편을 애니메이션으로 해석한 첫 시도다. 감상으로 남을 수 있는 읽기의 장치를 이미지로 완성하는 작업인,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은 그동안 다양하게 시도되어 왔지만, 우리가 잊고 지냈던 국내 단편문학들이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졌던 경우는 없었다. 성인이 되어 놓아버리기 쉬운 장르를 누구나 기억하는 문학작품으로 발견하고, 화려한 볼거리에 사로잡힌 젊은 세대간의 고리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장르문학이 교집합이 어쩌면 이러한 시도들에게 비롯되지 않을까.

애니메이션이 가진 장점은 다른 장르와 비교했을 때 흔히 세대 간, 시대 간 장벽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 점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넋을 놓고 봤던 디즈니 만화동산의 에피소드를 우리 후손이 본들 그것이 수십 년 전의 캐릭터에 고리타분한 스토리텔링이라 여겨 생각 고전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우리 문학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을 때 또한 마찬가지로 단편소설 보다 새롭고 긴 호흡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제작된 이효석 작가의 ‘메밀꽃 필 무렵’과 김유정의 ‘봄봄’,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모두 한 스튜디오에서 완성했지만, 단편의 문장들과 배경들이 다르듯 전혀 다른 접근방식과 다양한 터치를 보여준다. 감상 차원에서 장르 전환이 아닌, 역사적 고증으로 배경은 원작에 충실하되, 캐릭터에 집중해 스토리텔링 방식을 재구성했다. 대사는 같은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인용하기도 해 색다른 각색의 묘미를 더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김유정의 단편, 봄봄은 캐릭터의 특성에 맞게 배경 사운드를 애조 띤 우리 남도창으로 구성해 대사의 독백이나 서사적 표현방식을 다채롭게 활용한 점에서 독창적이다. 판소리로 한 번 더 읽어주고,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작업방식은 오랜 기간 우리 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자 소망했던 두 감독(안재훈, 한혜진)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잊혀져 가는 풍광들과 감성들을 끄집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했던 이들은, 우리가 가진 문학사적 가치 있는 예술 작품들을 관객에게 제시해 우리를 둘러싼 삶의 풍경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우리가 전세계 수많은 문학작품들의 이해와 깊이에 관심을 쏟는 만큼, 우리 문학의 가치를 다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벙어리 삼룡이, 소나기, 무녀도로 계속 진행될 예정으로 이를 이어나가는 감성들은 우리 애니메이터의 손에서 완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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