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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기본에 충실한 기획과 연출로 3D애니의 한계를 극복한다

2002-04-04

국내 창작 3D 애니메이션들은 무수히 많았고, 그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들은 한결같이 그래픽은 훌륭하지만 제대로 애니메이션 표현이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말이 나오게 된 연유는 공학적 인력기반의 접근과 작품전체를 책임지는 기획 및 연출력의 부재, 따라가야 할 한국적 모델이 될 만한 작품이 없다는 것 등이다.
얼마 전 미국시장에서 호평 받으면서 국제무대에서 오락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은 작품 "큐빅스"가 작년 말 극장용으로 개봉했던 "런딤"과 다른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면서 성공하게 된 것도 바로 기획력과 작품연출력에 있다. 이러한 대규모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대작 또는 상업물들과는 다른 척도에서 우리에게 소중한 모델이 될 수 있는 작품이 하나 있다.

이번에 소개할 단편 애니메이션 'Angel'은 2001 영화진흥위원회 단편 애니메이션 지원작으로 ㈜싸이퍼 엔터테인먼트(대표:장덕진)에서 제작하고 임아론 감독이 기획, 연출한 3D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2년여의 제작기간을 거쳐 2001년 9월 제작완료 되어 일본 '디지털 컨텐츠 그랑프리 2001'에서 재능상과 문화진흥원상을 수상하였으며, 2002 자그레브와 앙시 단편 비경쟁 부문에 본선 진출하는 등 세계 유수의 국제적 페스티발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초기기획은 미국에서 활동하던 임아론(35세) 감독이 회사에 다니면서 점심시간을 할애해 조금씩 준비해오던 작품으로, 임 감독의 초기 기획을 싸이퍼에서 흥미를 가지고 작품 퀄리티를 최대한 끌어올려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 보고자 제작자로 나서면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싸이퍼는 애니메이션 기획제작사로 폭스 패밀리 월드와이드와 계약 체결한 '제5빙하기' 프로젝트, 문화산업진흥기금 선정된 'Q-Pet' 프로젝트, 교육용 디지털 애니메이션 '비기와 단무' 등 2000년 1월 설립된 신생 프로덕션치고는 기획력이 있는 프로덕션으로 장편애니메이션을 준비하며 이번 단편 제작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작품 'Angel'은 기획의도에서 나타나듯이 자신만의 이상과 꿈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의 장애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한 인간의 용기와 실천, 그리고 남들이 인정하진 않지만 그 자신 스스로가 세운 목표를 달성한 궁극적인 만족감을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스토리의 근저에는 세상사가 뜻대로 되지 않지만 그것으로 인해 세상사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다소 교훈적인 배경을 깔고 있다.

스토리를 살펴보면, 늙고 보잘 것 없는 주인공 '윙'은 현세를 하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추레한 모습을 지닌 몽상가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묵고 있는 방은 너저분하고 악취가 금방이라도 풍겨 나올 듯이 낡아, 그 자신처럼 세월의 주름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은 감옥과 같다. 노인 '윙'은 천상의 넓은 하늘을 꿈꾸며 현실을 단숨에 뛰어넘어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천사를 꿈꾼다.
쇠창살에 매단 천사의 인형을 보며 자신이 천사가 되어 하늘을 나는 꿈을 꾸다 깨어난 노인은 의자 위에 올라서 날개 짓을 열심히 하고 머리 위에 둥근 고리도 만들어 얹어보고 접시도 올려보지만 결국 바닥에 나뒹굴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노인은 갑자기 나타난 파리를 쫓다 뒤로 엎어져 변기에 머리를 부딪쳐 잠시 천사로 환생하는데...

파리가 아름다운 새로 환생하여 지저귀고, 자신의 방 천장에 달려있어야 할 형광등이 구름 위 천사로 환생한 자신의 발아래 있는 걸 발견하곤, 의아해 하며 온 힘을 다해 잡아당기다 형광등이 뽑혀 머리위로 떨어져 천사의 링이 된다. 스위치를 잡아당기면 현실로 돌아오고 다시 잡아당기면 구름 위의 천사로 바뀌는 괴이한 상황을 맞이하는데....
결국 노인은 머리위에 빛나는 형광등을 이고 커다란 날개를 지닌 진짜 천사가 되어 기쁘게 현세를 떠난다.
천사가 되고자하는 노인의 순수한 꿈의 실현이 어처구니없는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을 코믹하게 다루면서 의지의 실현에는 정도가 없음을, 그리고 꿈의 실현은 누구에게나 가능하다는 희망을 3차원의 그래픽으로 실감나게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노인과 천사, 파리와 천상의 새, 형광등과 천사의 링 등 각각의 상이한 이미지가 애니메이션이라는 기법을 통해 환치됨으로써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는데 그것이 바로 현실과 이상의 엄청난 차이가 꿈꾸는 자에겐 생각의 차이라는 의미로 귀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제작과정에 대해 살펴보면 작품의 총 제작기간은 초기 Pre-production과정은 임아론 감독이 미국에서 기획한 시기에 국내에 들어와 싸이퍼에서 기획한 기간까지 합쳐 1년 이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Main-production 8개월에 Post-production 2개월가량으로 총 2년여 가까운 시간이 걸렸으며 3D Studio max 4.0 등 범용화 되 있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제작시스템을 사용하였으며 제작방식에서는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1차, 2차, 3차로 나누어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1차 때는 기간을 설정하고 전체 작업을 마무리하고(애니, 모델링, 맵핑, EFX, 라이트 등) 2차 3차 작업 때는 전체적인 퀄리티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 있는 퀄리티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제작스텝 구성 및 소개]

Written & Directed by - 임아론 Aaron Lim
Producer - 김강덕 Kang Duck Kim
Co-Producer - 김광회 Kwang Hoi Kim
Art Director - 홍순호 Hong Soon Ho
Animators -
김종석 Jong Suck Kim
한창원 Chang Won Han
고성호 Sung Ho Ko
김우석 Woo Suck Kim
임경훈 Kyung Hun Lim
Modelers -
허욱준 Woock Jun Hur
윤희정 Hee Jung Yoon
박준성 Jun Sung Park
Digital Artists -
전철수 Chul Soo Jun
김소현 So Hyun Kim
정인경 In Kyung Jung
Technical Directors -
이순원 Sun Won Lee
김종성 Jong Sung Kim
최종헌 Jong Hun Choi
이종훈 Jong Hun Lee
Special Effects -
양성기 Sung Gi Yang
Edit
하창용 Chang Yong Ha
김민형 Min Hyung Kim
Music - 오윤석 Yoon Suck Oh
Special Effects - 복화술 Ventriloquism Sound Studio
Special Thanks (2001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작)
영화진흥위원회 Korean Film Commission

임아론 감독은 경성대학교 미술계학부 환경디자인과를 1994년에 졸업한 후, 미국에서 'Academy of Art College' 컴퓨터아트를 수학하고 줄 곳 현지의 프로덕션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현장실무 능력을 갖춘 보기 드문 창작자로, 현재는 국내에 들어와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며 기획에 열중하고 있다.

임 감독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작품관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 임아론 감독]

Q1. 감독이 '엔젤'의 작품기획 및 제작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입니까?
- 작품에 대한 애정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그리고 창작에 대한 열정입니다.

Q2. 3D 애니메이션을 선택한 이유와 3D애니메이션에 대한 전망 또는 제작방향에 대한 개인 생각은 어떻게 가지고 있습니까?
- 한국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토이스토리를 보고 충격을 받고 선택하였습니다. 현재 모든 미디어는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 3D 애니메이션은 중심에 서 있고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지리라 판단되지만, 3D도 하나의 제작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Q3. '엔젤' 에서 사용한 기술 중 특별히 고안하거나 연구해서 다른 작품과 차별성을 가지려 했던 건 무엇입니까? 또는 극복해야 했던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기본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메시지 전달과 높은 작품 완성도 그리고 애니메이션 동작을 통해 보여주는 캐릭터의 성격과 행동을 최대한 기본에 충실하게 하고자 했습니다.

Q4. '엔젤' 은 뛰어난 기술력과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일본(디지털콘텐츠그랑프리2001) 뿐 만 아니라 안시 단편 비경쟁부문 본선에 올라 국내에서도 기대주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 국내 애니메이션계 또는 산업에 대한 의견 및 향후 계획은 어떻게 가지고 있습니까?
- 애니메이션은 산업이전에 문화 예술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통해서 또는 완성도 있는 작품을 통해서만 그 생명력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많은 업체는 투자유치에만 열중한 것 같습니다. 투자자금도 결국에는 자신의 것이 아닌 빚 일뿐입니다.
결국 완성도 있는 작품을 통해서 승부를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도를 걷는 길이 멀게 느껴질지는 몰라도 도착하고서는 그 길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향후 계획은 가족용 애니메이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현재 기획 중에 있습니다.

'Angel' 은 어찌보면 매우 상업적 스타일의 작품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면서도 감독의 인터뷰 내용에서 밝혔듯이 애니메이션의 기본에 충실함으로써 현란하기 보다는 작품의 테마를 밀도 있게 파고드는 장인적 기술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3D 제작사 가 제작한 '제리의 게임(Geri's Game)'을 연상하게 하는 작품 기획과 연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관객에게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게 함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관객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게 하는 뛰어난 전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러한 연출적 기술은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매우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단 천상과 지상, 현실과 꿈이라는 개념이 전 지구적인 문화국경을 넘나드는 소재이기는 하나 3차원 컴퓨터그래픽으로 펼쳐진 영상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순수창작물로써의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다. 향후 보편성과 특수성의 줄타기를 성공적으로 해낸 훌륭한 작품들을 보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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