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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목각병정이야기(The Memories of Wooden Soldiers)

2001-11-29

1. 들어가며 (Introduction)

‘목각병정이야기’는 한국전쟁 종전50주년 및 유엔평화공원 조성 기념사업으로 부산광역시 남구청에서 기획 제작한 홍보용 OVA 애니메이션이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은 그 동안 많이 만들어졌지만 주로 반공 이데올로기 및 반통일적 사상을 주지시키기 위한 교육용 및 대국민 선전용 애니메이션의 수준에 머물러왔으며 최근에는 아예 이러한 소재를 다룬다는 것은 애니메이션에서는 금기 시 되 왔던 것 같다. 왜냐하면 애니메이션과 같이 많은 자본이 투자되는 매체의 특성상 요즘의 대중적 기호를 무시할 수 없고 특히나 무거운 주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소재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는 위험한 발상을 누가 감히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목각병정이야기’와 같이 지자체 또는 국가 공공기관의 사업으로 추진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제작이 가능한 것이다. 즉, 상업적 용도가 아닌 특정한 사안에 대한 홍보용 또는 교육용 애니메이션들은 제작을 의뢰한 기관에서 창작에 대한 배려만 충분히 마련되어진다면 경우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겠지만 매우 안정된 재정투자 속에 새로운 시스템에서 제작을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는 낮은 제작비와 짧은 제작기간이라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만들어지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상대적으로 높은 제작비에 비해 자금의 안정적 확보 및 투자된 자금의 원활한 수급이 쉽지 않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보아도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로 탈냉전, 탈국경 시대에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에는 이러한 공공적 목적의 기획사업의 일환으로 애니메이션 영상물들이 많이 제작되어 상업적 영역의 틈새인 비 인기 소재의 발굴과 문화적 정체성이 명확한 작품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목각병정이야기’는 최초의 기획시점인 1999년 상반기에서 한참을 지난 2000년 7월부터 시나리오 개발을 시작으로 지지부진하던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제작일정에 돌입하였다. 이는 제작을 맞게 된 서울의 애니메이션 전문 기획제작사 넥스툰미디어가 결합하면서 제작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되었던 것이다. 총 제작기간 중 실 제작기간은 8개월로 짧은 제작일정과 넉넉하지 못한 제작비로 27분짜리 OVA애니메이션을 퀄리티 있게 뽑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넥스툰미디어의 보이지 않는 마인드와 제작 노하우가 있지 않았나 본다.


또한 지난번 PISAF(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발) 개막작 상영 때 본 ‘목각병정이야기’는 셀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기존의 비디오 포맷의 국산 애니메이션(TV시리즈 및 OVA포함)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시도와 예술적 완성도를 추구하고 있었다. 이는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며 본 원고를 통해 이것이 가능하게된 연출 및 제작시스템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작품소개

기획의도 및 방향

본 기획은 유엔묘지의 공원화와 관광 및 문화적 부가가치 창출, 또 유엔공원의 효율적 조성을 위한 단계로서 추진되었으며 실사영상 대신 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야 하는가를 기획의도서 밝히고있는데 “애니메이션은 비사실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감정의 비약과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무한한 상상력을 시각화 시켜줄 수 있다.” 라는 창작적 측면과 “부산의 영상도시로서의 영상산업기지의 발돋음 및 틈새시장의 전략적 형성은 매우 중요하고 이를 애니메이션을 통해 구축한다.“ 라는 산업적 여건의 고려를 애니메이션제작의 중요한 필요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작품성격 및 사용목적에 따른 제작방향을 국제영화제에 출품 할 수 있는 2D 단편애니메이션 및 데모작품으로 하였는데 그 이유를 범 민족적인 본 프로젝트의 경우 작품성격과 제작기간 등을 고려해 볼 때 주제를 가장 적절히 드러내면서도 언제든 극장용 만화영화나 TV시리즈, 또는 게임, 멀티미디어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작품의 주제는 <상극에서 상생으로 전환되는 한국 전쟁의 역사성과 유엔묘지가 아닌 유엔공원으로서의 평화적 이미지 구축> 으로 한국전의 액션리얼리티 구현과 어떤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는 비장한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주요 타깃은 청소년과 애니메이션 애호가로 삼고있으며 기획방향에서 영화제 출품용 외에 게임, 캐릭터, 텔레비전 시리즈 개발의 모티브가 되는 프롤로그 이미지 홍보영화로 기획함으로써 상업적 부가가치를 고려하고 있다.

작품길이/ 국제 영화제 규격 27분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기법/ 디지털 2D 애니메이션 (2차원 드로잉)
제작소프트웨어/ US animation, Maya, AVID, Painter 등 그래픽 소프트웨어
제작하드웨어/ Workstation 급 PC와 편집을 위한 Mac G4
제작포맷/ Digital Beta

한국전을 아름답고 비장한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표현한 영화
시공을 초월하는 연출로 문화상품의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총체적 기획 스타일

세계유일의 UN기념묘지 홍보 및 문화적 부가가치 창출
한국적 소재와 정서를 담은 순수창작 애니메이션
비참하게만 묘사되었던 한국전쟁의 서사적 리얼리티를 아름다운 화면과 고증, 그리고 액션으로 살려낸다.

동생에게 목각병정 인형을 만들어 주고 군대에 간 미대생 영철.
한국전쟁(6.25)당시 유엔군 부대의 통역병으로 종군한다.

1953년초 전쟁말기의 겨울.
중공군의 참전으로 교착상태에 빠져 점령지역 구분이 매일 바뀌던 휴전직전의 전선에서 영철은 유엔군 정찰부대와 함께 우연히 고향마을을 지나게 된다.
한편 그의 동생은 모든 가족을 피난 중 포격에 잃고 마을 근처를 헤메다중공군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휴전조인을 앞두고 한치의 땅을 더 차지하기 위해 공중폭격과 지상포이 극심하고 피아간의 교전이 치열하게 밀고 밀리는 최전선에서..
정찰임무중 위치파악을 잘못한 중공군과 유엔군 정찰조가 갑작스레 마을에서 만나게 되어 피아간에 순간적으로 본능적인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

이 전투에서 동생의 죽음과 자신의 부상, 고향의 처절한 파괴를 경험한 영철은 전쟁후유증으로 인한 환각에 시달린다. 결정적인 순간, 영철은 유엔군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쓰러진 동생의 품에서 자신이 만든 피묻은 목각병정을 얻게 된 영철은 극단의 영적집중과 해원의 소망으로 목각병정의 형상을 완성하고 이는 가족의 죽음을 넘어서 모든 상극의 희생자들에 대한 해원상생의 처절한 기도로 이어진다.

전쟁에 희생된 모든 군인들을 목각병정으로 만든 영철의 기도는 완성과 함께 이어지는 그의 죽음이후 바다에 수장된 목각병정의 새로운 부활(영적에너지의 집중체로 전이)로 다시 생명을 얻는다.

부산 앞 바다 영철의 해원상생의 기도 속에 만들어진 목각병정들을 바다에 수장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목각병정이야기’는 이미지디자인과 스토리라인에서 알 수 있듯이 전반적으로 사실적 스타일에 기반 하면서도 전쟁 속에 휘말려든 두 형제의 뼈아픈 상흔을 목각인형이라는 상징적 모티브를 통해 시적으로 승화시킨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를 위해 미술 설정 시 기존의 상업용 셀 애니메이션의 스테레오타입을 최대한 극복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을 살필 수 있는데 작품전체의 디자인은 고증자료에 의해 리얼리티를 살리면서 각 캐릭터에 개성을 등신대에 삽화체적 스타일로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배경이미지는 한국적 지형과 전쟁당시의 상황을 극적인 채색효과와 풍부한 사실적인 묘사로 표현함으로써 작품의 비장미와 극적 분위기를 잘 살려내고 있다.


‘목각병정이야기’는 제작방식에서 독특한 방식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작품의 퀄리티를 보장하면서도 새로운 제작시스템에 대한 모델 케이스로 주목할 만하다.
그것은 기존의 제작사가 미국과 일본 작품의 하청제작에 매달리면서 타이밍 및 작화와 채색시 이미지가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피해가고자 넥스툰미디어 자체에서 캐릭터디자인과 배경제작, 스토리보드 및 레이아웃, 원화를 모두 해결하였으며 제작파트너로 제작사 (주)카르마 이외에 단편애니메이션으로 작품성과 질을 인정받은 FON(현 리퀴드브레인)팀을 결합시킴으로써 의도한 스타일의 통일을 기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넥스툰미디어의 주 된 제작방법인 디지털 방식의 제작공정은 FON팀과 상호호환의 안정된 환경을 제공하였으며 상호협의 하에 작업영역을 나눠 밀도 있게 작업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 주로 카르마는 난이도 있는 동화를 담당하였으며 FON은 특수효과 및 디지털 처리에 적합한 역할을 다하였지만 상호간의 조율과 작업진행에 있어서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최대란 정해진 범위에서의 재량권을 가지고 협의 테이블에 참여하게 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총 연출을 맞았던 박세형 교수는 이번 작업을 통해 기존 상업적 제작사와의 제작스타일 측면에서 거리를 좁히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하였지만 쉽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디지털 방식에서도 작화 및 스캔 단계 없이 처음부터 컴퓨터에서 디자인, 배경, 레이아웃, 원화, 동화, 채색, 편집 등 전공정을 처리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는 오랜 디지털 펜 마우스를 활용한 드로잉작업의 경험과 드로잉 실력을 고루 갖춘 애니메이터가 있음으로써 가능한 작업이었다. 물론 기존의 제작사의 경우 넥스툰미디어에서 작업한 레이아웃 및 원화 데이터를 가지고 작업을 진행시키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당연하다.

이번 작업의 또 다른 작업특색은 후반작업에 있다. 만들어진 이미지컷의 배열과 합성 효과처리 등의 세심한 기술과 연출력이 돋보이는 것도 대부분 후반작업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라 본다. 영철의 눈에 어른거리는 전장에서 전사한 혼령이 화면에 오버랩되어 나타난다든지 폭발장면 및 섬광효과 이미지의 다중트랙효과 등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한 경우라 하겠다. 그렇다고 현란하거나 가볍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작품의 미덕이라 할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사운드로 작품에 대사가 많아 성우녹음에 많은 신경을 써야 했는데 외국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 작품특성상 유엔군의 각 국적별 외국어를 사용하는 바람에 한 두 대사처리에도 여러 명의 성우들을 써야했는데 작품길이에 비해 성우의 동원 수는 국내 최대일거라는 웃지 못 할 어려움도 있었지만 될 수 있는 한 현지인을 써서라도 원활한 대사전달에 최대한 접근하려고 했다는 제작진의 이야기다.

이미 식상 하다고 할 셀 기법과 무거운 소재의 작품을 디지털 제작기술과 예술적 영상처리, 극적인 전쟁터의 리얼리티적 묘사 등을 통해 훌륭히 극복하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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