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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예술을 사랑하는 네 번째의 방법

2012-04-30


누벨바그 시대의 걸작, 「400번의 구타」라는 영화를 남긴 프랑스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Francois Roland Truffaut)는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들어 말했는데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 '영화 평을 쓰는 것',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 세 가지 입니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트뤼포의 이 방법은 비단 영화에만 국한된 말은 아닐 듯 합니다. 예술(미술,음악,연극..)이라면 위의 세 가지 법칙이 모두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평범한 일반인이 예술을 두 번 이상 감상하고 거기에 따른 글을 쓸 수 는 있겠지만 '직접' 그것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글 | 류임상 미디어아트채널 <앨리스온> 아트디렉터( nim2me@gmail.com)
에디터 | 길영화( yhkil@jungle.co.kr)


디지털 기술의 대중화로 많은 기재와 프로그램들이 저렴해 지고, 그에 따라 일반인들도 보다 손 쉽게 무언가를 '창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예술가들의 특권과도 같았던 과거와는 달리 '작품' 자체를 만드는 것보다 '예술'행위 자체가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유명 영화의 팬무비를 제작 한다든지, 다양한 곡들이 믹스된 콜라보레이션 음악을 영상과 함께 선보이는 것 또한 이러한 경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술을 '즐기는 것'. 어쩌면 이러한 것이 보다 예술 그 자체의 원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흥미로운 것은, 기술의 발전이 예술을 사랑하는 방법에 한 가지를 더 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바로 '체험'하는 것 인데요. 유명한 영화나 소설의 이야기를 독자 스스로가 경험할 수 있는 '비디오게임'이나 영화사에서 운영하는 테마파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영화 속 장면 체험'등은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 준 중요한 변화입니다. 관객이 '관람'이라는 제3자의 입장을 넘어 그 상황 속의 '주인공' 된다는 경험은 참 특별한 일이 될 겁니다. 테마파크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영화나 소설의 촬영지를 찾아가보는 감상자들의 마음 또한 마찬가지이겠지요. 예술에 있어서 중요한 테마인 '몰입'의 보다 직접적인 동기부여라고나 할까요. 단순한 작품의 팬을 넘어, 그 주인공이 되어 봄으로써 작가의 의도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는 '가까운 감상'의 적극적인 시도라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이제 소개해 드릴 앱인 'Starry Night Interactive Animation' 역시 이와 비슷한 경험이 될 것 입니다. 'artof01'라는 팀이 선보인 이 애플리케이션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걸작 '별이 빛나는 밤 (The Starry Night)'을 직접 '만지며' 감상할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마치 고흐의 마음을 따라 붓질을 하는 기분이 들게 말이지요.





'별이 빛나는 밤 (The Starry Night)'은 고흐가 절친한 친구인 고갱과의 다투고 난 뒤 화를 못 이겨 자신의 귀를 자른 후, 스스로 '정신병'이 있음을 인정하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을 때 그린 그림으로, 고흐의 작품 중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별이 빛나는 밤'은 강렬한 인상파의 터치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경쾌한 푸른색이 힘차게 운동을 하고 있음에도 어딘가 모르게 쓸쓸함이 느껴지는 건 이 그림을 그릴 당시의 작가 심리 상태를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마음의 병을 앓으며 쓸쓸히 노년을 보내고 있는 고흐의 창가에는 어떠한 세상이 비추어지고 있었을까요.


'Starry Night Interactive Animation'은 당시의 고흐가 보고 있던 창가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처음엔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작품을 이리저리 만져 보다가도 이내 곧 몽환적인 음악과 함께 고흐가 느꼈을 깊은 슬픔과 좌절이 마음을 두드리고 있음을 알게 되죠.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몇 번이고 붓질을 했을 고흐의 마음이 21세기의 기술을 통해 우리의 손가락 끝으로 재현 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리던 그 날, 고흐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화면을 두 번 두드리면 나타나는 설정 창에서는 세 가지 종류의 음악을 설정할 수 도 있고, 물결이 움직이는 속도를 조정할 수 도 있습니다. 물론 음악과 애니메이션 없이도 작업을 감상 할 수 도 있는데요. 맘에 드는 그림이 되었을 때 아이패드의 화면 캡쳐 기능을 통해 작품을 간직해도 좋을 듯 합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별이 빛나는 밤 (The Starry Night)'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 '영화 평을 쓰는 것',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는 트튀포의 영화를 사랑하는 세가지 방법은 21세기의 기술에 힘입어 한 가지 조건을 더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영화(예술)를 체험하는 것'. 다시 말해 21세기의 대중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예술작품에 개입하고 그것을 즐기게(감상하게)된다는 것이지요. '예술'이라는 즐거움에 보다 가깝게 되어지는 것. 어쩌면 이러한 것이 앱아트와 같은 '디지털 아트'가 가진 중요한 의의가 아닐까 합니다. 즐거운 예술, 사람들이 함께 하는 예술을 구현할 수 있게 된 '사건'으로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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