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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브랜드가 산다 ①

우승우 브랜드 컨설턴트 | TOMS | 2015-05-04


브랜드 시대라고 한다. 애플의 브랜드 가치가 코카콜라의 그것을 뛰어넘었고, 창조 경제 시대에는 브랜드가 가장 중요한 기업 경영 도구 중 하나라고 한다.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만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 주변 역시 온통 브랜드로 둘러싸여 있다. 오래 생각해 보지 않아도 우리가 매일 입고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브랜드이다.

글 | 우승우 브랜드 컨설턴트
사진제공 | TOMS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표시해 주는 장치에 불과했던 브랜드가 기업의 주요 경쟁력이자 비즈니스 자산을 넘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특성과 취향을 보여주고, 나아가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추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BMW 자동차를 타는 사람의 특징은 어떠하고, 기네스 맥주를 마시는 사람과 하이트 맥주를 마시는 사람의 취향이 어떻게 다른지 브랜드가 말해준다.

그래서일까. 모든 브랜드들은 자신만의 철학을, 이야기를 담는다. 오랜 준비 과정을 통해 세상에 나왔든 짧은 시간에 우연히 만들어졌든 수많은 브랜드 속에는 각자의 흥미로운 역사와 배경, 특별함과 감정들이 숨겨져 있다. 마릴린 먼로가 잠자리에 들 때 사용했다던 샤넬 No. 5 향수나 예순이 넘어 창업했다는 KFC 창업자 커넬 샌더슨 이야기에서부터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름 모를 브랜드 식기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생활 속에 어떤 브랜드가 존재해 왔는지, 지금까지 어떻게 그 브랜드가 유지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나와 동떨어진 공간이 아닌 삶의 터전인 ‘우리 집’ 브랜드들에 얽혀있는 이야기를 통해 해당 브랜드를 알아가는 기회를 얻고 싶다. 우리가 매일 입고, 먹고, 마시는 그 모든 것들이 결국 브랜드니까.

우리 집에는 수많은 브랜드가 산다. 혼자 사는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식구들과 함께 생활하는 집에서는 누군가가 선택한 -대부분 엄마일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들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브랜드들은 오랜 기간 자연스럽게 사용되어 왔고, 자신의 취향이나 선호와 상관없이 익숙하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다른 브랜드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십 년 전, 이십 년 전부터 욕실에는 페리오 치약과 크리넥스 화장지가 있었고, 부엌에는 쌍둥이칼과 딤채라는 이름의 김치냉장고가 있었다. 엄마 화장대에는 랑콤 화장품이, 신발장에는 오래된 말표 구두약이 놓여져 있고 모기약은 늘 에프킬라였다. 동생은 이니스프리 화장품과 리바이스 청바지를 즐겨 입고 우리 아빠는 참이슬 소주와 신라면을 즐겨 드신다.
 

집안의 수많은 브랜드 중 첫 번째로 선정한 브랜드는 바로 ‘탐스(TOMS)’다. 셀 수 없이 많은 우리 집 브랜드 중에서 탐스를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우리 가족 구성원 모두 좋아하고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치약이나 식기처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브랜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브랜드는 식구들의 취향에 따라 그 선택이 달라진다. 어떤 브랜드는 아빠만 사용하고 어떤 브랜드는 엄마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신발 브랜드 탐스는 다르다. 탐스와 비슷한 컨셉과 스타일의 신발을 좋아하는 엄마는 물론 브랜드가 뭔지 모르는 아이와 탄탄한 운동화를 좋아하는 아빠도 즐겨 신을 수 있는 브랜드이다.

탐스는 2006년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가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면서 신발 없이 생활하는 아이들을 돕고자 시작한 브랜드이다. 탐스(TOMS)라는 브랜드명은 ‘내일을 위한 신발(TOMorrow’s Shoes)’에서 유래했다. 한 켤레가 팔릴 때마다 신발 없는 아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겠다는 명확한 미션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회적 목적보다는 신발 자체에서 오는 편안함과 세련된 디자인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좋은 일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나 NGO에서 만든 브랜드는 그 선한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매력 없는 브랜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탐스는 사회공헌의 의미만 강조하는 재미없고 따분한 브랜드와 다르다. 탐스는 편하고 예쁘다. 모두가 신고 싶어한다. 보그(Vogue), 바자(Bazaar) 등 유행에 민감하고 시대를 대표하는 패션과 트렌드를 담는 매거진에서도 편안하게 다룰 수 있는 세련된 브랜드. 편하고 예뻐서 선택했는데 알고 보니 좋은 일도 하는 그런 브랜드이다. 한 켤레 팔릴 때마다 한 켤레를 기부하는 ‘ONE FOR ONE’ 철학을 바탕으로, 착한 패션 유행을 주도한 기특한 브랜드이다.
 

탐스 브랜드의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브랜딩 활동 역시 여느 브랜드 못지 않게 매력적이다. 탐스다움이 무엇인지 알고, 고객들이 탐스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있는 영리한 브랜드이다. 얼마 전 고객 대상으로 진행한 탐스의 ‘좋은 일 버스’ 프로젝트 역시 탐스답다. 고객들로 하여금 탐스의 철학인 나눔을 실천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어디에서 어떤 봉사 활동을 하는지 당일에야 알려주며 흥미를 유발하고 고객들이 소외된 이웃들에게 직접 봉사할 기회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물론 우리 집 브랜드에 어울리게 모든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외에도 탐스의 대표적인 글로벌 캠페인 ‘신발 없는 하루(One Day without shoes)’나 얼마 전 새로운 아이웨어 라인 론칭에 맞춰 코엑스에서 진행한 ‘여행’을 주제로 한 체험 이벤트 역시 참여자들로 하여금 탐스라는 브랜드에 빠져들게 했다.

문득 우리 집 신발장을 보았다. 신발장에는 아빠 탐스 두 켤레, 엄마 탐스 세 켤레, 아이 탐스 네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아홉 켤레 탐스를 샀고, 이는 그만큼의 신발을 기부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발 없이 생활하는 지구 반대편의 아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는 사실에 뿌듯해 지기도 하지만 대책 없이 커지는 탐스에 대한 애정에 마음이 불안하기도 하다. 탐스 이름을 단 아이웨어 제품은 물론 탐스 커피도 얼마 전 미국에서 런칭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좋은 철학을 지닌 탐스를 우리 집 구성원 모두가 함께 좋아하고 착용할 수 있다는 마음에 왠지 모를 안도감과 뿌듯함을 느낀다. 봄이 끝나기 전에 우리 가족 모두 탐스를 신고 가까운 곳으로 놀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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