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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포스터 비엔날레, 그 새로운 시작을 알리다

2013-12-12


포스터는 오랫동안 정보 전달뿐 아니라, 사람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해 온 매체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으로 포스터의 역할은 점점 제한적으로 바뀌게 되었으며, 포스터를 만날 수 있는 공간도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벽면이나 버스 정류장 등에 아무렇게나 붙어 있는 포스터를 보고 있자면, 이것이 포스터인지 아니면 시각적인 자극을 주는 데 집중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포스터의 생명력에 대한 질문은 디자이너들에게도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열린 ‘포스터 이슈-모어 플리즈’ 展은 포스터를 사회적 발언과 예술적 실험의 장으로 불러들인 흥미로운 시도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 12월 9일 분당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막을 내린 ‘대한민국 국제 포스터’ 展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 우리에게 포스터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세계 포스터 디자인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게 한 자리였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이번 전시는 포스터의 시각적 다양성과 예술적 조형성을 살펴보는 자리로서 총 40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전시는 크게 초대전, 세종상 공모전, 세계 5대 국제포스터디자인 컴피티션 수상작 등 세 개파트로 나뉘었다. 이 중에서 세종상 공모전은 2013 대한민국 국제 포스터 디자인 展’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졌다.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전 세계 포스터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를 파악하고,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상으로 지난 10월 28일까지 작품 공모를 통해 총 7명의 당선작을 배출했다. 전시 기간인 12월 7일에 진행된 전시 오프닝에서는 해당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이 함께 열렸다.

이날 오프닝 행사 이외에도 ‘2014 세종 국제 포스터 비엔날레 기대와 가능성’이라는 심포지엄도 개최되었다. 진행을 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김경균 교수를 비롯해, 선병일, 홍동식, 오쿠무라 아키오, 킨타이킁, 아지오카 신타로, 임팡송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오늘날 포스터 디자인의 의미를 돌아봄과 동시에 예산 등의 문제로 2000년, 2004년 이후 명맥이 끊긴 코리아 국제 포스터 디자인의 비엔날레가 새롭게 펼쳐질 수 있을지에 대한 발제 및 토론이 이어진 자리였다.

심포지엄은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제 포스터 비엔날레의 사례를 소개하고, 세종 국제 포스터 비엔날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전개되었다. 현재 국제 포스터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핀란드의 라흐티, 프랑스의 쇼몽, 일본 도야마, 중국 닝보 등은 비엔날레의 성격에 맞춰 주제 전을 기획하거나, 다양한 문화 행사와 연계된 포스터 전시를 진행하는 등 진행방식이 매우 다양했다. 이들 사이에서 예외 없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아트 포스터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전시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포스터 디자인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태도였다. 포스터를 사람들과 만나게 하는 방법으로, 보여주기 형식의 일회성 전시가 아니라 그래픽과 시간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토대로 한 사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중국 국제 포스터 비엔날레의 경우 지역 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비엔날레와 교육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또한, 더 많은 사람들이 포스터 디자인을 만나게 해야 한다는 데에도 패널들의 의견이 모였다. 포스터가 단순히 개별적인 디자이너의 예술 표현의 장이거나, 광고나 선전 등의 목적 외에도 사회와 사람들과 호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다양한 국가에서 열리고 있는 포스터 디자인 비엔날레와 다시 시작하게 될 ‘세종 국제 포스터 비엔날레’가 지향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다시 포스터 디자인 비엔날레가 열린다고 해도,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그래픽과 시각 문화 분야에 대한 이슈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결국 역사 속에 남을 수밖에 없게 될지 모른다. 이를 위해서는 포스터 디자인을 전하는 방식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정책과 기관 등의 제도적인 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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