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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연기하는 포스터, 캐릭터 포스터

2010-06-24

영화는 메인 포스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캐릭터 포스터, 스폐셜 포스터 그리고 b컷 포스터까지. 영화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포스터가 만들어진다. 메인 포스터가 영화의 내용을 한 장에 모두 담기 위해서 간결하고 함축적이라면 캐릭터 포스터는 배우에게 포커스를 맞춰서 그가 영화에서 어떻게 등장하는지를 중심축으로 보여준다. 한국 영화의 캐릭터 포스터를 보면서 메인 포스터와 또 다른 디자인 재미를 느껴보길 바란다.

에디터 | 이안나(anlee@jungle.co.kr)


김지운 감독의 영화 <악마를 보았다> 는 최민식, 이병헌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를 품게 만든다. 두 배우 모두 아우라를 지녀선지 캐릭터 포스터에서도 그 분위기가 느껴진다.
영화에서 연쇄살인마에게 약혼녀를 잃은 ‘수현’(이병헌)은 처절한 복수와 응징을 시작한다. 이병헌의 포스터를 보면 얼음장 같은 얼굴과 ‘복수는 차가울수록 지독하다’라는 카피가 잘 어울린다. 지독한 복수를 하면서 점점 서늘하게 변해가는 수현을 표현한 이병헌의 표정과 흑백 포스터에서 또렷하게 보이는 카피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와 반대로 최민식의 캐릭터 포스터는 이병헌과는 다르게 얼굴의 움푹 패인 볼이 만드는 명암이 뚜렷하다. 카피는 모두 배우의 어깨 부근에 얹혀있지만 마치 온도계 저온과 고온의 눈금처럼 위치가 다르고 색깔도 틀리다. 또한 배우를 바라보는 카메라 시선도 한 쪽은 동등하게, 다른 한 쪽은 밑에서 위로 바라보고 있어 마치 피해자의 시선에서 찍힌 듯하다. 영화에서 일방적으로 타인을 죽이기만 했던 ‘경철’(최민식)은 수현에게 죽음에 가까운 구타를 당하면서 그와의 대결을 복수라기 보다는 오히려 게임으로 받아들인다. 고통도 두려움도 모르는 연쇄살인마의 복수는 어떤 양상을 띨 것인지, 캐릭터 포스터에서 보이는 둘의 구도는 힘주어 당긴 활시위 마냥 팽팽하다.


영화 <파괴된 사나이> 의 메인 포스터와 캐릭터 포스터다. 이 영화는 메인 포스터와 캐릭터 포스터 간의 차이가 크지 않다. 영화 자체가 김명민이라는 캐릭터에 의존하면서 포스터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메인 포스터에서 김명민은 딸이 유괴당해 죽은 줄 알고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아버지 ‘주영수’의 슬픔과 분노가 혼재되어 있는 모습을 처연한 표정과 눈빛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딸을 잃고 나는 죽었다...’라는 슬픈 메시지가 담긴 카피는 한 장의 포스터만으로 영화 속 감정들을 엿볼 수 있다. 이어 캐릭터 포스터에서는 냉혈한 살인마 ‘최병철’을 연기한 엄기준이 김명민과 비슷한 대구를 이루며 얼음같이 차갑고 섬뜩한 눈빛으로 상대를 꿰뚫어 보는 듯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두 명의 남자가 대조적으로 등장하는 영화들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컨셉으로 <올드보이> , <영화는 영화다> , <의형제> 등에서 쓰였다.


춘향을 품은 ‘방자’(김주혁), 출세에 눈이 먼 ‘몽룡’(류승범), 사랑과 신분 모두를 원하는 ‘춘향’(조여정)가 나오면 원전인 『춘향전』을 과감히 뒤집은 영화 <방자전> 이다.
방자의 캐릭터 포스터는 그간 단 한번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소설 속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 김주혁의 남자다움을 차용했다. 특히 ‘방자, 춘향을 품다’라는 카피와 함께 대담한 모습의 방자와 뒷모습만을 드러낸 춘향은 둘의 멀고도 가까운 관계를 보여준다. 몽룡의 포스터는 변학도를 처벌하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 출세를 위해서 야비한 면모도 드러내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다. 뒷짐을 지고 있는 그의 자세에서는 양반으로서의 거만함을 느껴지고 특히, 몽룡 캐릭터 포스터의 카피는 춘향을 홀로 두고 미련없이 남원을 떠나는가 하면, 더 높은 관직을 위해 춘향에게 거래를 제안하기도 하는 등 출세를 위해 사랑도 이용하는 그의 면모가 직설적으로 느껴진다.


풋풋한 감성이 담긴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 에서 삼류 깡패 ‘동철’(박중훈)과 열혈 취업 준비생 ‘세진’(정유미)은 이웃이면서 동시에 연인이다.
먼저 삼류 깡패 동철 캐릭터 포스터는 ‘쪽팔리게… 설레이긴..’ 카피와 함께 단순히 이웃집 여자가 아닌, 계속 걱정되고, 챙겨 주고 싶은 세진을 향한 동철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거울을 바라 보면서 짓는 멋쩍은 표정에서 속마음을 드러낸다는 포스터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세진의 캐릭터 포스터에서도 ‘내가 가장 힘들 때, 그가 내 곁에 있었다’는 카피와 환하고 웃고 있는 세진이 보인다. 이 영화는 메인 포스터와 캐릭터 포스터가 상당히 다르게 보여진다. 메인 포스터에서 옆집 이웃으로 만난 두 남녀 동철과 세진의 팽팽한 대결 구도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캐릭터 포스터는 너무도 다른 두 남녀의 캐릭터보다는 서로에 대한 아련한 속 마음을 드러내는 영화 속 인물들의 감성을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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