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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별 볼일 없는(?) 별별 별자리 디자인

2007-02-06


몇 날 밤을 세워 어렵게 만든 포스터 한 장. 지끈지끈 골치 아프게 탄생한 캐릭터 한 쌍.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온 글꼴 하나. 머리 쥐어 짜며 쌩쇼를 부린 뒤에야 나온 잡지 광고, 플래시, BI, PACKAGE, POP...

잉태에서 탄생까지 - 직접 담당해 온 디자이너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수많은 사연을 가진 사랑스런 ‘나의’ 제작물들… 인쇄가 되고 제품이 되어 내 손은 떠났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모두가 관심을 보이는 작품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하지만 웬걸. 사람들은 눈길 한 번 안주고 무심하게 지나가고, 대수롭지 않은 듯 스쳐가고, 펼쳐 보지도 않은 채 쓰레기통에 던져 버립니다. 내가 디자인하고 제작한 소중한 작품을 외면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보면 그저 야속할 뿐 입니다. 허탈하기도 하고, 남모르게 씁쓸해 하기도 합니다. (애정인가요? 욕심인가요? 아니면 운명인가요?)

자동차나 전자 제품 같은 것들은 디자인 자체만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디자인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소비자들은, 전달받으려는 정보나 내용을 우선으로 선택할 뿐 디자인을 중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디자인은, 2순위, 3순위로 밀려나 버리고 말죠. 내용만 확인하고는 곧바로 던져 버리니, 촌스럽네, 구식이네 같은 타박이라도 받아 보는 건 어쩌면 운 좋은 케이스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장 열독률 높은 기사라는 ‘오늘의 운세’! 오늘의 운세를 볼 경우를 생각해 볼까요? 당신이 그래픽 디자이너라 할지라도 ‘오늘의 운세’를 채우고 있는 내용만 보게 될 뿐, 돼지나 용, 닭 같은 것들이 얼마나 멋지게 디자인 되어 있는지 까지는 관심도 없을 겁니다. 여기서 디자인이란, 그저 돼지냐 개냐의 형태구별과 확인을 위한 수단일 뿐이죠. 이렇게 조금만 주위를 둘러봐도 디자이너가 뺑이 친 보람도 없이, 대다수 사람들의 무시와 외면을 받는, 아름답지만 불쌍한(?) 디자인들이 넘쳐 난답니다.

새해가 되었습니다. (근거는 없다지만) 600 년만의 황금 돼지 해라고 연초부터 난리입니다. 연례행사 마냥 돼지를 치켜 세우고, 돼지띠 스타가 부각됩니다. ‘점집’, ‘사주카페’, ‘운세보기’ 가 단연 인기라고 합니다. 별자리 운도 빼놓지 않고 봅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별자리의 인물인가가 중요할 뿐 그까짓(?) 디자인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뿐입니다.

오늘만은 ‘운세’도 ‘사주팔자’도 다 빼고 디자인만 한 번 보십시오. 마우스 잡고 모니터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이름 모를 디자이너의 모습이 보일 겁니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 낸 ‘운명적’이고 ‘아름다운’ 별자리 디자인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주제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이렇게 다른 디자인들이 만들어집니다.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정성을 다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디자인들은 계속되겠지요. 시대의 조류에 맞게, 보는 이들의 눈높이와 디자이너의 입맛에 맞추어 계속 변화해 가면서요.

별은 그 밝기에 따라 일등성, 이등성 등으로 나눠집니다. 모두들 크고 밝은 별만 주목하지만, 그 보다도 훨씬 더 많은 수의 별들이 조용히 반짝이며 하늘을 채우고 있습니다.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눈에 띄든 띄지 않든, 관심이나 스포트라이트 없어도 디자인은 언제 어디서나 있어왔습니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심혈을 기울여 보완과 수정작업을 진행했을 디자이너들도 있었을 거구요.

거대한 스케일과 사회적 이슈, 명예와 금전으로 회자 되는 것만이 디자인의 전부 일 수는 없습니다. 누가 알아 주지도 않고, 결과가 빛나지도 않더라도, 기본이 되는 기초 학문이 있어 오늘의 응용 분야가 발달했듯 - 주목 받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실생활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숱한 디자인 작업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디자인이 이만큼이라도 대접받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7년엔, 이런 디자인과 디자이너들이 주목 받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별자리 운세 보셨나요. 2007년 디자인 운도 점쳐 보십시오. 생전 처음 보는 처녀 보살이나, 별자리, 카드, 손금에 우리의 미래를 맡겨 놓기엔 너무 억울하겠지요. 심심풀이 인생 상담역이면 족하지요. 이 땅의 디자이너 제위! 황금 돼지가 꿀꿀거리고 디자인으로 번쩍거리는 멋진 정해년 스타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시인 고 은의 ‘그 꽃’이라는 시입니다. 디자인과 디자이너를 위한 시는 아니었겠지만 디자이너 입장에서 읊조려 보십시오. 마치 눈에 띄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디자인과 디자이너를 노래한 듯 합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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