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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틀은 또 깨진다

2003-10-07


프랑스의 휴양도시 ‘깐느’는 일반인들에게는 영화제로 유명하지만, 광고인들에게는 광고제로 더 유명한 곳입니다. 벌써 50회를 맞이한 깐느 광고제는 해마다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어떤 아이디어가 나오고, 어떤 경향의 작품이 수상하는가를 지켜 보는 세계 광고인의 축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떼거지로 앞 다투어 참관하고 수많은 작품을 출품 합니다만, 잘해야 한 두 작품이 선정 될까 말까 하는 썰렁한 성적에 만족하고 돌아오는 게 대부분입니다. 다른 나라의 드높은 크리에이티브를 질투하고, 부러움과 아쉬움을 확인 하면서 포상휴가 겸 유럽여행에 더 만족(?)하는 정도죠.

여느 해와 달리 올해는 수상 작품의 선정 기준이 관습적인 접근법에서 벗어난 신선한 패러다임인가 아닌가에 맞춰 졌다고 합니다. 친숙하고 쉬운 광고 대신 전혀 새로운 상상력으로 소비자를 끌어 당기는 작품들이 수상작으로 선정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기존의 틀을 버리고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오늘도 주제도 바로 그런 ‘신선함’입니다.

먼저 작품을 보겠습니다. 유행통신이란 일본 잡지에 월별로 게재됐던 작품입니다.



책을 넘기면, 일러스트로 그려진 풍경과, 그 위에 가득 수놓아진 하얀 물감 방울(?)들이 입체적으로 펼쳐집니다. ‘하단에 ‘BEAUTY’라고 적혀 있으니 흠… 아름다움을 표현한 일러스튼가보군.’ 하면서 무심하게 페이지를 넘기셨을 겁니다. 그러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면… 드디어, 작품의 설명이 나옵니다.

‘whitening item 12’이라는 제목이 있고, 앞에서 보신 일러스트를, 땡땡이 중심으로 칸을 구분해 설명하는 군요. 각각의 칸마다 기입된 일련번호는 하단의 제품 비주얼과 자세한 설명으로 이어집니다. 일러스트를 다시 한 번 자세히 보세요. 제품군별로 땡땡이의 질감이 다르다는 걸 이젠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앞의 일러스트는 ‘화이트닝 화장품 베스트12’ 소개하기 위한 일종의 ‘문열기 작품’ 이었습니다.

새롭지 않습니까? 제품들만 덩그러니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을 이렇게 재미있게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 주는 아이디어. 일러스트 속의 입체 땡땡이는 각각의 실제 제품을 사용해서 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BEAUTY’라는 큰 아이템하에서 ‘애용하는 베스트 제품들’, ‘크리스마스 시즌의 선물 베스트’ 등 각각의 주제별로 매 월 새로운 일러스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개성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다양한 표현방법을 보는 재미에, 상세한 제품 설명까지… 광고와 예술의 즐거운 만남을 보여주는 유쾌한 작품들입니다.

우리 나라 잡지나 책의 편집도 많이 좋아졌고, 광고의 크리에이티브도 몰라보게 새로워졌습니다만, 이렇게 아이디어의 시작부터 디자이너가 광고의 주체로 참여해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관계된 작품 몇 가지만 더 보겠습니다.



누구나 감정적으로 일본을 드러내놓고 좋아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공장의 기계들과 전자제품, 그리고 애니메이션 등, 일본이란 나라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오래 전부터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역사적으로나 혹은 정서, 감정적으로 일본에 대한 견해를 이야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크리에이터 시각에서 보는 일본이라는 나라는 참으로 대단한 나라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탄탄한 기초 위에 펼쳐지는 다양한 시도… 끝을 알 수 없는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들…. 작고, 귀여운 것들부터 소위 ‘오타쿠’를 위시한 매니아층까지 – 일본 문화를 관통하고 있는, 다양한 시각에 대한 포용적인 자세들이 특히 부럽습니다.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는 신선함이란, 바로 그런 분위기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요.

‘프랑스의 깐느 광고이야기’와 ‘일본이야기’가 단발적으로 두서 없이 나와버렸군요. 하지만, 견고한 기존의 틀과 형식을 깨버리고, 새로운 시각에서 새롭게 보여주기 위한 크리에이터 여러분들의 놀란 만한 방법 찾기는 계속 되야겠죠? 쭈우~욱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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