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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행복한 두더지가 꾸는 꿈

2012-07-16


두더지는 땅속에서 생활한다. 어두운 곳에서 두 눈을 외롭게 반짝이며 서 있을 것 같은 그에게 바깥세상은 오히려 낯선 곳일 것이다. 나쁜 시력과 소심한 두더지의 성격으로는 바깥세상에서 제대로 적응하는 것조차 힘이 든다. 이에 낙심한 두더지는 집 안에 숨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런 두더지가 친구들을 위해 뜨거운 물을 받아 놓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서 그의 집으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를 포함한 친구들이 도착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 두더지는 외롭지도, 무섭지도 않게 되었다. 비록 모든 것이 꿈이었다 할지라도.

꿈과 현실을 오고 가는 두더지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외로움과 희망에 대해 말하는 ‘행복한 두더지’가 2012 황금 도깨비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황금 도깨비상은 비룡소 출판사에서 1992년 국내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 문학상이다. 이 책을 쓴 김명석 작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두더지와 같은 부분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했다고 한다. 이는 작가 자신 역시, 오랜 기간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외로움을 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비룡소

대학에서 환경 조각을 전공하다가 뒤늦게 판화의 길로 접어든 김명석 작가는 두 번째 그림책으로 2012 황금 도깨비상을 수상했다. 판화 그림이라고 보기에 믿기지 않는 섬세한 표현은 그의 오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고무 판화로 이루어진 이 그림들은 남다른 그의 스케치 방식부터 눈에 띈다. 처음 그리는 아이디어 스케치를 제외하고는 모든 스케치들이 마치 책에 실리기 직전의 것처럼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이러한 스케치가 반복되다 보니 고무판 위에서도 정교한 밑그림이 가나올 수 있었고, 이것을 재현하기 위해 배경의 선을 조절하는 일에도 신경을 썼다. 고무판 위에 먹판을 찍고 마카로 색을 입히는 어찌 보면 단순한 작업이 그만의 개성이 묻어난 작품이 것도 바로 이러한 과정 때문이었다.

모든 예술 장르가 그렇지만, 작가가 되기 전이나 혹은 작가가 되고 나서도, 불안한 마음은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명석 작가는 이전 작품으로 대교 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하고, 두 번째 책인 ‘행복한 두더지’를 세상에 내놓기 전까지 그의 이야기 속 두더지처럼 자신의 방 안에서 원하는 작품을 그려내기 위해서 쉬지 않고 작품을 그리면서 판화의 디테일을 완성했다. 점점 완벽함을 추구했던 그의 욕심은 높은 완성도와 함께 자신만의 작품으로 완성해가는 길이 되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황금 도깨비상의 수상만큼이나,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배울 점들을 발견해 나갈 수 있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보낸 시간들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림책의 첫 번째 독자는 아이들이다. 조금은 우울하고, 외로운 이 이야기에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그림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아름답고 희망찬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외로움과 고독함은 아이들도 이미 충분히 느끼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행복한 두더지’는 아이들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어두운 방 한 칸을 만들어 놓은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때문에 일반적인 그림책의 판형을 따르지 않고, 일반적인 판형으로 책을 내보인 것도 진정한 소통을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의 위한 이야기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김명석 작가는 이 이야기가 절망도, 새로운 희망이라는 완결된 결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을 발견해내고 그것을 극복해내기 위한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고 했다. 한 번 읽고 나서 모든 내용을 파악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읽을 때마다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이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예를 들어, 김명석 작가가 꿈과 현실의 경계를 짓기 위해 사용한 사물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그림책 작가는 글과 그림, 그 어떤 부분도 놓쳐서는 안 된다. 섬세하고 디테일한 그림과 여백이 느껴지는 간결한 글은 이 작품을 조화롭게 만들어준다.

김명석 작가의 이야기와 ‘행복한 두더지’의 두더지는 모두 자신의 외로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들의 이야기가 외로운 방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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