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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천천히 걸으면 보이는 파페포포의 세상

2007-06-05



발견은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스쳐 지나가는 작은 것들을 들여다보면 삶이, 시간이, 사람이 담겨있다는 것을 빨리 발견해낸 작가 심승현이 세상살이에 지친 우리들에게 ‘파페포포 안단테’로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예쁜 삽화와 어렵지 않게 써놓은 인생 이야기로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파페포포가 ‘파페포포 안단테’로 돌아왔다. 이제는 아빠 심승현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클래식한 자전거를 타고 나오는 그의 모습은 빈폴 광고와 오버랩되며, 순수청년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사실 파페포포를 읽으며 그와의 만남은 시작되었으니, 진짜 첫인상은 파페포포를 읽으면서 결정되었던 것일 거다. 파페의 이미지와 거의 흡사한 작가의 등장에, 괜히 흐뭇한 미소가 띄워졌다. 출간되자마자 판매순위 1위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로 화제가 되고 있는 ‘파페포포 안단테’ 작가 심승현에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을 들어보았다.

취재 ㅣ 권연화 기자(yhkwon@jungle.co.kr)
사진 ㅣ 스튜디오 salt

음악시간에 배웠던 악보의 빠르기 용어인 안단테(Andante)는 이탈리아어 Andare(걷다)에서 유래된 말로, ‘걸음걸이 빠르기로, 느리게’ 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걸음걸이 빠르기. 어느 교통수단보다 빠를 순 없지만 나 자신이 주체가 될 수 있다. 주변의 상황이나 세상의 속도에 휩쓸려 지나치게 과속을 하다 보니 지치고 힘들어지기 마련일 때, ‘파페포포 안단테’는 위로가 되어준다.
이번 ‘파페포포 안단테’에서는 영화 속에 등장했던 작은 이야기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저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동안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영화 속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아시는 분도 있지만, 모르시는 분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작은 이야기로 잊혀질 수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서, 거기에 제가 생각하는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전의 파페포포 시리즈에 비해 ‘안단테’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것보다 이야기에 더 집중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나 신화의 이야기에서도 이야기에 맞춰서 캐릭터가 들어가는 식이었는데,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인가 궁금했다. “특별히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실 제 원래 캐릭터가 파페포포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원래 그리던 그림은 아주 괴물 같은 삽화체 그림이었습니다. 주로 사람하고 똑같은 8등신을 그렸었는데, 파페포포 글을 쓰다 보니 거기에 맞는 캐릭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파페와 포포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이지, 파페와 포포라는 캐릭터를 먼저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또 파페와 포포는 사랑 얘기가 많은데, 이번 안단테는 물론 사랑도 있지만 그 외의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이야기에 맞는 캐릭터를 또 만든 것입니다.”
파페포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였던 것이다.
그가 파페포포 캐릭터를 잡을 때, 동그라미를 생각했다고 한다. 동그란 얼굴, 동그란 눈. 동글동글 정감가게 생긴 캐릭터가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쉽게 풀어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파페포포 안단테’의 내용들은 분명 쉽게 다가오지만, 쉽게 읽고 덮어버릴 것은 아니다. 안단테의 많은 이야기 중, 특별히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더니, 시네마천국의 병사와 공주 이야기를 꺼냈다. “하룻밤만 참으면 공주와 결혼할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왜 병사가 마지막 날 밤에 떠났는지 알 것 같아요. 만약 공주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아마 그 병사는 너무나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날 밤에 공주가 자신을 기다렸다는 환상을 품고 떠나간 겁니다.” 파페포포의 많은 이야기가 그렇듯,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현실을 순응하는 편을 택하는 이야기이다. “더 크게 되려고 하고, 더 많이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면 더 많이 아프고 고통스러운 거 같더라구요.”

고통과 슬픔을 알고, 그래서 체념할 줄도 아는 그의 모습에서 파페포포가 왜 우리를 위로해주는 이야기인지 알 것만 같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세상살이의 힘겨움, 슬픔을 알고 있는 그가 파페포포의 입을 빌려 해주는 이야기는 분명 큰 위로가 된다.

2년 전 정글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계획 두 가지를 얘기했었다. 파페포포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과 어른들을 위한 동화 ‘눈 많은 그늘 나비’를 쓰는 것. ‘눈 많은 그늘 나비’는 이미 책으로 나왔지만, 파페포포의 애니메이션 작업은 아직 같이 작업할 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빨리 서두르고 욕심을 내기보다는 인연을 만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그의 삶의 속도는 역시 ‘안단테’이다.

앞으로의 그의 작업도 무척 기대가 된다.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장죽인’이라는 제목으로, 긴 장대를 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전에 방송국 촬영현장에 놀러 갔는데, 가서 보니 주인공에게 빛을 비춰주는 조명담당이 있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었습니다. 아, 진짜 주인공은 저 화면 속의 사람이 아니라, 주인공을 비추고 있는 조명담당이구나. 장죽인은 여기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역시 일상의 작은 것에서 이야깃거리를 발견해내는 파페포포 심승현의 이야기답다.
세상의 속도에 맞추지 않고 내 걸음걸이대로 살아가고 있는 파페포포 심승현과 함께 나란히 걸어보길 권한다. 세상이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지만, 소중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믿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 마음 속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을 때, 비로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믿음이란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나게 하는 특별한 마음. (파페포포 안단테 中에서)

그 특별한 마음을 주고 싶은 작가 심승현을 만나보았다.

Jungle : ‘파페포포 안단테’를 보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또 있었구나 싶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제목은 어떻게 지으신 건가요?
심승현 : 파페포포 클래식, 리(Re-처음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안단테 중에 홍익출판사와 함께 회의를 해서 나오게 된 제목입니다.

Jungle : 파페포포 책들을 보면, 책을 쓴 사람이 참 착한 사람일 거란 상상을 하게 됩니다. 정말 그런가요? 최근에 나쁜 짓(?)이라 할만한 어떤 행동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
심승현 : 노상방뇨 없었습니다.(웃음) 착하다기 보다는 그 부분도 저의 일부분인 것 같습니다. 착한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의 성격이 있는데, 그 중 하나의 좋은 면을 파페포포에 보여준 것뿐이지, 그 외에 보여주지 않은 괘씸한 모습들은 베일에 싸여있다고 할 수 있겠죠.

(인터뷰 도중, 사진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소심한 A형이라, 사진 같은 것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수줍게 말한다.)
Jungle : 삽화나 그림 그리시는 분 중에 자신이 소심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심승현 :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세계 안에서 많이 놀다 보니, 보여지는 세계가 좁아지는 것 같습니다.

Jungle : 그 말은 자기 안에 갇혀있다는 뜻인가요?
심승현 : 갇혔다기 보다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겁니다. 물론 현실세계도 있지만, 자기만의 세계 안에서 있는 시간이 좀 더 오래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Jungle : 최근에 본 영화 중에 영감을 받으신 영화 있으세요?
심승현 : ‘아포칼립토’라는 영화인데요. 마야문명을 배경으로 인종간의 싸움에 대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 안에도 작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간의 욕망 중 욕심에 대한 얘기인데,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욕심이 어디까지 가야만 그 욕심이 없어지나 하는 내용입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파페포포에서 또 쓸 계획입니다.

Jungle : 여가 시간에 주로 뭘 하시는지?
심승현 : 작업할 때에는 음악을 많이 듣고, 자전거도 탑니다. 바흐를 좋아하거든요. 클래식을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좋아합니다. 바흐가 음악의 어머니잖아요? 음악 자체를 사랑하니, 자연히 음악의 어머니 바흐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뉴에이지, 클래식, 재즈를 주로 듣습니다. 가사가 없는 것을 주로 듣는 편입니다. 더 집중이 잘되는 것 같습니다.

(개를 산책시키고 있는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 하여, 잠시 인터뷰가 중단되었다. 얼마 전 아빠가 되어서일까?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에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Jungle : 아이들 좋아하세요?
심승현 : 아이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지 않았는데요. 제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관심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제가 추억을 많이 얘기하잖아요. 지나간 과거에 대해서 많이 얘기를 하는데, 그 과거가 결국 현재의 나거든요. 그렇듯이 아이의 모습 속에서 앞으로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제 아이를 보면 과거의 내가 어떤 존재였나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 이름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현준’이랑 ‘정우’라는 이름이 있었는데, ‘현준’이란 이름은 재능을 타고 나서 그걸로 먹고 살 수 있는 이름이고, ‘정우’라는 이름은 평범하게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살 수 있는 이름이라고 작명소에서 그러더군요. 저는 아이 이름을 ‘정우’라고 지었습니다.
창작활동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힘듭니다. 많은 분들이 정말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님도 제가 만화가가 되는 것을 정말 반대하셨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아버지가 되고 보니 제 아이가 재능으로 먹고 사는 것보다, 평범하게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이 다 똑 같은 것 같습니다. 힘들게 살지 않고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Jungle : 최근 읽으신 책은?
심승현 : 끝까지 읽은 건 아니었지만,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를 읽었습니다. 또 ‘동양철학 에세이’. 어려운 책보다는 심리 철학을 쉽게 풀이한 책을 주로 읽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책을 쓴다면 사람들 마음 속에서 말로 표현 못하는 얘기들 있잖아요. 어렵진 않은데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간단한 그림과 함께 표현해내고 싶었습니다.

Jungle :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건가요?
심승현 : 솔직히 말하면 파페포포가 나오기 전에 저 자신을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나오고 보니, 제가 정말 평범하고 대중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사실 대중적인 것을 별로 좋지 않게 생각을 했었는데… 그림이나 글, 창작활동을 하시는 분은 아마 다 그럴 겁니다.

Jungle : 나만의 개성 같은 것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건가요?
심승현 : 아무래도 창작활동을 하다 보면 그렇죠. 그런데 너무나도 평범해지고 나서 보니까, 이 평범함도 나쁘지 않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아주 대중…적이죠.

Jungle : 파페포포 안단테 중 특별히 좋아하시는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이야기인가요?
심승현 : 시네마천국의 병사와 공주 얘기를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잭 더 베어’.

Jungle : 근데 그 병사와 공주 이야기는 좀 슬프지 않나요?
심승현 : 예, 슬프죠. 왜 병사는 공주를 더 기다리지 않고 마지막 하루 전에 떠났을까. 저도 사실은 시네마천국을 많이 봤지만, 왜 떠나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런데 자꾸 보니까 알겠더군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았던 거죠.

Jungle : 특별히 욕심 내서 가져야겠다, 이뤄내야겠다는 생각보다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심승현 : 예전에는 억지로 이루고, 말 그대로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라는 말이 좋은 건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20대에는 당연히 해야 할 것이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30대에 와보니 크게 생각하는 것이 결코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마다 가진 그릇이 있는데, 자기가 가진 그릇만큼 살아간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더 크게 되려고 하고, 더 많이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면 더 많이 아프고 고통스러운 거 같아요. 사람마다 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Jungle :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 그릇을 나 자신이 만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심승현 :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원래 근본, 그 사람의 근본. 어떤 큰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의 기둥은 변하지 않는데, 잔가지들은 변하잖아요. 그 그릇은 결국 가지가 아니라 기둥이라는 거죠. 작은 건 변화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제가 30대가 되어서 생각한 것이라 더 나이가 들어서 생각하면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Jungle : ‘인생은 오렌지다’ 그 삽화를 재미있게 봤는데요. 인생은 타인이 내게 준 의미가 아니라, 내가 만든 나의 의미로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파페포포 심승현씨는 파페포포라는 책으로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계실 텐데요. 앞으로 어떻게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심승현 : 이건 약간 다른 얘기일 수 있는데요. 제가 어떤 흔적을 남기고 싶은 건 심승현이라는 사람으로가 아닌, 파페포포라는 이야기를 통해서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사람한테는 무엇이 남는다고 하잖아요. 어떤 사람은 이름이 남고,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 해놓은 업적이 남고,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가죽을 남깁니다. 심승현이라는 만화가의 이름을 알리기 보다는 파페포포나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 같은 이야기를 남기고 싶습니다. 사실 그것이 그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기억하는 것이 곧 나를 기억하는 건데, 저는 좀 안으로 들어가 물러나 있고, 세상에 내보이는 건 내가 아니라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사실 파페포포 속 세상처럼, 눈 많은 그늘나비의 세상처럼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아름답고 예쁘고 친근하게 표현한 것은 책 속에서까지 현실을 얘기하는 것보다 그나마 책 속에서는 편히 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완전히 다른 세계는 아닙니다. 조금 더 따뜻할 뿐입니다. 저의 바람일 수도 있는데, 비록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파페포포의 세상 속에서만큼은 - 내가 만든 세상, 내가 만든 방 안에서만큼은 –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만든 방에 들어온 사람이 그 이야기에 공감하고 행복했다면, 그건 그 방을 찾은 사람의 또 다른 방이 되는 겁니다. 그 방에서 위로를 받고 행복을 느껴서 현실세계로 나가면 다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고 싶습니다.

Jungle : 제가 오늘 인터뷰를 나오는데, 정말 날씨가 좋더군요. 봄햇살이 좀 따가웠지만, 비가 온 뒤라 하늘도 깨끗하고 공기도 남다르게 느껴지는 거예요. 인터뷰를 나오면서 이런 게 행복이구나 하는 걸 느꼈었습니다.
심승현 : 아,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역을 가고 있었는데,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기 시작할 때일 겁니다. 어느 아주머니가 계절이 달라지고 있음에 대해서 얘기를 하셨는데요. 정확히 어떤 말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계절이 변하고 있음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겁니다. 제가 그때 느낀 것은 삶이란 결국 변화하는 계절에 화답을 해주는 거구나. 햇빛이 내리쬐고 바람이 불면 그것에 대한 화답,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는 것에 대한 화답을 해주는 것 말입니다. 사람들은 결국 일생동안 자연 속에서 자연을 이해하는 존재더군요. 하찮게 여겨지는 것 있잖아요. 그런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Jungle :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도 방금 말씀하신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이런 얘기를 하고 싶으신 것이었습니까?
심승현 : 예, 이런 얘기를 쓴 겁니다. 그 아주머니가 하신 말, 기자님이 느끼신 감정 같은 것처럼 자연에 대해, 인생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Jungle : 앞으로의 또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요?
심승현 : 다른 계획 없습니다. 일보다도 아들하고 같이 살아가는 것이 계획입니다. 아이한테 영향을 주기 보다는 아이와 같이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어요. 오늘 유모차가 왔는데, 아이가 빨리 커서 같이 마트에 가고 싶습니다.

Jungle : 앞으로 작업들이 기대가 되는데요. 준비하고 계시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내용의 것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심승현 : ‘장죽인’이란 작품을 구상 중인데요. 긴 장대를 든 사람에 대한 얘기입니다. 제가 예전에 방송국 촬영장에 놀러 갔는데, 가서 보니 주인공에게 빛을 비춰주는 조명담당을 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때 생각했었습니다. 아, 진짜 주인공은 저 화면 속의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비추고 있는 조명담당이구나. 장죽인은 대충 이런 내용을 가지고 쓸 계획입니다.

Jungle : 마지막으로 정글 독자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 해주시죠.
심승현 : 유명한 사람이 남긴 말인데,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이란 말이 있잖아요. 혼자라고 생각했을 때는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 못했었습니다. 파페포포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파페포포 이야기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보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제가 나서서 계속 전파시키고 싶습니다.
그것이 곧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이야기를 쓰는 거겠지요.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면, 그것이 곧 대중적인 거고. 대중적인 것이 결코 상업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행복해 한다면 그것이 꼭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나 창작활동 하시는 분이 대중적인 것을 꺼리는데, 개성이 있는 것도 물론 좋지만, 대중적인 세계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대중성 있는 심승현이 전해드립니다.

그의 이력은 조금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학에서 자원 식물학을 전공하고, 동양 동화에 입사해 ‘배트맨’과 ‘슈퍼맨’ 등의 원화를 그렸다.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시작한 것이지만, 그렇게 그림을 그리다 ‘파페포포 메모리즈’를 출간했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느껴봤을 감정을 동그란 아이, 파페와 포포를 통해 쉽게 얘기해주는 파페포포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문화관광부 2003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파페포포 투게더’, 어른들의 동화 ‘눈 많은 그늘나비의 프라미스’, 최근에 출간된 ‘파페포포 안단테’까지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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