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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2010-07-26


과연 어떤 그림을 그려야 일을 할 수 있을까? 사실 그 방법은 아쉽게도 지금 가장 잘 나가는 그림을 베끼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의 비난과 함께 본인의 ‘가격’도 참 저렴해 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글 │ 성낙진 일러스트레이터
에디터 │ 이지영(jylee@jungle.co.kr)

국내 상업 일러스트레이션(이하 일러스트)은, 참 많이도 진화했다. 불과 5년 전에는 캐릭터 열풍이었다. 수많은 관공서와 기업들이 앞 다퉈 각종 캐릭터 공모전을 개최했고, 덕분에 많은 대학생들이 일러스트레이터를 켜고 패스를 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온라인 게임의 활성화가 본격화 되면서 페인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인구가 점점 들어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잡지나 단행본 등에서는 일러스트 작가들의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었다. 불과 5,6년 사이의 변화라고 선배들은 말한다.
일단 상업 일러스트의 진화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사실 특별히 일러스트를 하는 사람들이 동화 일러스트와 상업 일러스트를 나누진 않는다. 어차피 동화도 돈을 받고 하는 것 이기 때문에 동화 일러스트가 상업 일러스트에 포함 되는 게 맞다. 하지만 약간은 나름의 모호한 경계를 두며 사용하고 있다. 속칭 상업 일러스트라 함은 일반적으로 잡지, 광고 등 매체에 사용되는 일러스트를 칭한다. 이 분야의 일러스트는 아주 짧은 기간에 많은 스타일의 변화를 겪게 되었다. 몇 해 전부터 출판사들은 특히나 소설 분야에서 책표지로 일러스트를 사용하게 되었고, 이것이 붐을 이뤄 소설 표지는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것이 마치 관행처럼 되었다. 또한 많은 학습지들이 스타일의 변화를 꾀하며 기존의 저가, 혹은 아주 단순한 그림의 일러스트에서 좀 더 재밌고 질 높은 그림을 추구하게 되면서 학습지 또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광고업계에서도 일러스트를 사용함에 따라 몇몇 나름의 스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 시기 초반에 사용하게 되었던 것이 ‘벡터 일러스트’였다. ‘조르디 라반다’의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을 기본으로 한 이런 그림들은 실제로 미니홈피의 성장에 따른 틈새시장 공략으로 상황 판단이 빨랐던 몇몇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실제로 큰돈을 벌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벡터 일러스트의 맹점인 카피가 아주 쉬운 이유로 빠르게 아류작들이 확산되고, 비슷한 그림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업체들도 생겨났지만 너무나 디지털적인 느낌 때문인지,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쪽에서는 페인터 프로그램의 수채화 기법을 기반으로 한 일러스트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워낙 솜씨가 좋은 몇 명이 순식간에 시장을 점령했다. 그림의 느낌이 참 좋은데다가, 심지어 열심히 후학을 배출해낸 덕분에 이 분야 쪽으로도 많은 분들이 섭렵하기에 이른다. 그 스킬을 배우거나 독자적으로 연마하신 많은 분들이 본인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또 만들어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2~3년 전부터 라인 드로잉이 크게 유행을 타기 시작하였다. 모 스포츠 업체의 TV광고가 크게 한 몫 한 것도 있긴 한데, 어쨌든 라인 드로잉이 몇 해 째 대세가 되고 있다. 사실 라인 드로잉은 아주 예전부터 있어 왔고, 외국에서는 흔히 사용하는 그림인지라, 유행을 타기 시작 한 것조차 새삼스럽다. 단지 다르다는 것은 최근 들어 다소 덜 완성됨직한 드로잉 또한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빈티지함으로 받아들여지며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성에 크게 좌우되는 그림이기 때문에 굉장히 여러 가지 스타일이 창조되고 있는 데에 반해, 이 또한 잘 되는 것을 보면 무조건 따라하는 사람들이 앞선 이들의 그림을 거의 그대로 베끼다시피 하여 그리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북 커버 분야에서는 일러스트 열기가 줄어 앞으로는 타이포그래피 위주의 북 커버로 대체가 될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게다가 소설이 아닌 분야의 서적에서는 이미 그렇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소설분야에 있어서는 일러스트 표지가 대세이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에서는 일러스트를 사용할 것이라 본다. 오히려 광고 분야에서 굉장한 양의 일러스트를 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대중의 다양한 욕구에 따라 앞으로 뮤직비디오 분야에서도 간간히 사용되었던 일러스트가 크게 활성화 될 것이고, 포스터에서도 그간 그림만 사용한 포스터가 아닌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디자인을 맡기는 아트 포스터의 형식으로도 발전하게 될 것이라 예상된다. 또한 점점 더 예술의 열기가 대한민국에 넘쳐남에 따라, 대중은 좀 더 새로운 그림을 원하게 될 것이다.
어느 만화 축제에서 모 대학의 일러스트레이션 동호회 회원의 ‘잘 그린 그림’을 본 적이 있다. 정말 원작가가 그린 것과 너무나 흡사하여 실제로 원작가가 그렸다 해도 믿을 만 했다. 그림은 정말 잘 그렸지만, 20대 초중반의 대학생이 창조력 하나 없이 남의 스타일을 그대로 베낀다니 정말 안타까울 노릇이다. 이미 거쳐 간 스타일을 들고 나서는 것은 참 바보짓이다. 심지어 현업에서 뛰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들마저도 본인 스타일에 부단한 노력을 하고 식상한 그림을 갈아치울 정도의 노력을 한다. 무엇보다도 일러스트레이터로 오래 가기 위해서는 본인의 스타일과 프로세스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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