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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좋은 명함 있으면 소개시켜줘

2008-05-20

좋은 명함 있으면 소개시켜줘. 명함에도 개성은 있는 거기에. 아주 조그만 것에도 자신을 표현하는, 산뜻하고 멋있는 명함이라면 좋겠어.

취재 이상현 기자 (shlee@jungle.co.kr) | 사진 스튜디오 salt


1. 이상현 ▷ 덕헤드
디자이너 덕헤드는 에디터보다 3살 위 형인데, 친구처럼 편하다. ‘액면가’로는 차라리 동생이다. 생각은 젊고, 인품은 훨씬 어른스럽다. 피규어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피티 아티스트, 세트 스타일리스트 등 재주도 참 많다. 좋은 성격과 좋은 실력은, 사적으로나 ‘일적’으로 많은 인맥을 자랑하게 되는 법. 지하철 승차권 모양의 명함처럼 재주소년 덕헤드는 사람의 마음으로 직행하는 ‘패스’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2. 덕헤드 ▷ 정순영
3년 전, 홍대 프리마켓에서 만난 정순영. 검정색으로 염색한 광목을 이용한 그녀의 손맛 나는 봉제인형이 너무 마음에 들어 여자친구의 선물로 안겼던 기억이 있다. 그때 받아온 명함 역시 크라프트지를 잘라 현장에서 스탬프로 툭툭 찍어서 만들어준 것이다. 작은 사이즈에 찍힌 아기자기한 스탬프가 정감 가는 명함.

3. 정순영 ▷ 델로스
홍대 프리마켓에 참여했다가 만났다. 워낙 유명한 분이라 다가가기 망설였는데, 먼저 와서 이야기도 걸어주고 내가 만든 인형도 사갔다. 현재 회사원인 나로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에 ‘올인’해서 차근차근 많은 일을 진행하는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그의 명함은 다른 설명 없이 그림만으로 알 수 있는, 델로스의 그 유명한 소년 캐릭터가 인쇄돼 있다.

4. 델로스 ▷ 앤티
6년 전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앤티는, 그 후로 지금까지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이자, 둘도 없는 여자친구다. 주위 사람을 잘 챙기는 마음 씀씀이가 매력인 그녀는 사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다. 혼자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공상에 빠지고, 그러다가 작업에 몰두하는 나의 여자친구 앤티는 자신의 명함마저 캔버스로 만들었다.

5. 앤티 ▷ 최송이
나에게 최송이는 ‘송쓰’. 우리는 5년째 다정한 친구. 송이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나를 작업실에서 끌어내 여러 친구들을 소개시켜준다. 어떤 사람은 송이의 명함 속 파란 얼굴이 무섭다고 하고, 또 누구는 내 그림이 무섭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그림이 점점 밝아지는 것 같다. 그렇지?

6. 최송이 ▷ 장지나
브랜드 공장(gongjang)의 장지나는 친구이자 큰 언니 같은 존재다. 카운셀링이 필요할 때면 찾아가 항상 고민을 털어놓는다. 디자이너로서 그녀는 감각이 굉장하다. 박현정과 이끌고 있는 문구 브랜드 공장은 그린디자인을 기본으로 심플하고 내추럴한 제품을 만들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친환경 브랜드 오너답게 명함도 자원절약 차원에서 두 명이 함께 쓰도록 제작했다.

7. 장지나 ▷ 김미경
웅진출판사의 ‘나만의 책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참여 작가로 인사를 나눈 북 아티스트 김미경. 수제 종이를 이용해 아기자기한 책을 만드는 그녀와 ‘코드’가 맞아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녹차 티백을 우려내 오돌토돌한 질감이 멋스러운 그녀의 명함 역시 야무진 손끝이 만든 수제 종이.

8. 김미경 ▷ 김경란
북 아트 강의 때 학생으로 참여한 김경란. 수업을 끝내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명함을 주고받았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만화가 이은혜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게 아닌가. 혹시나 했더니 그녀는 이은혜의 매니저였다! 명함에 그려진 활짝 웃는 모습은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순정만화를 다시 보는 느낌도 들고.



a. 덕헤드 ▷ Tagil
국내 그래피티계의 큰형, Tagil. 그의 그래피티 아트워크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처럼, 그의 네모난 명함 역시 보는 순간 “재미있다”를 연발케 하는 유쾌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애용하는 ‘네임택’을 명함 디자인으로 차용해, 누가 봐도 ‘저거 그래피티하는 사람 명함이구나’ 한다.

b. Tagil ▷ JnJ Crew
군대를 제대하고 그래피티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현재 내로라하는 국가대표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성장한 지금까지 JnJ Crew와 함께했다. 이젠 워낙 바쁘신 몸이신지라 술 한잔 먹자고 전화해도 뜸들이는 게 영 불만이지만, 멋있게 성장한 동생들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까만 명함에 아로새겨진 그들의 태깅처럼.

c. JnJ Crew ▷ Santa
그래피티로 만난 작가이기 이전에 좋은 형이자 동료이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 스타일과 톡톡 튀는 감각으로 ‘Santa design’의 독보적 영역을 만들어 왔다. 지금은 그래피티 아트워크를 기반으로 웹 마스터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플래시 분야에서 손꼽히는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d. Santa ▷ Foundation
홍대 앞 거리에서 벌어지는 많은 재미난 행사를 기획 진행한 ‘파운데이션 레코드’의 명함에는 아름드리 거목이 굳건히 서 있다.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을 발굴, 세상에 선보이고 그래피티 아티스트 등 다양한 거리의 예술가들과 소통해온 음반사 겸 기획사인 파운데이션은 홍대 앞의 뿌리 깊은 나무다.

1. 덕헤드 ▷ 김경수
세트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며 만난 포토그래퍼 김경수. 아무런 무늬 없이, 눈이 편해지는 녹색의 명함은 빛의 각도에 따라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사진찍는(앞면) 김경수입니다(뒷면).”
엠보싱 처리가 되어 글씨가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것. 그의 명함처럼 포토그래퍼 김경수는 빛을 예민하게 다루는 사진을 찍는다.

2. 김경수 ▷ 안웅철
나에게 사진을 찍는 이유와 태도를 상기시켜주는 브라더, 사진작가 안웅철. 형은 평소 존경하던 프란시스코 클레멘테를 뉴욕에서 만났고, 그에게서 직접 받은 사인을 받았고, 한국에 돌아와 제 명함에 그의 사인을 프린팅했다. 프란시스코 클레멘테를 감동시킨 형의 열정이 명함 안에 담겨 있다.

3. 안웅철 ▷ 박종우
그는 카피라이터다. 명함에 써있는 그대로 나는 ‘박카피’라 부른다. 4년 여 동안 일 이외에는 만나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글에서, 명함에서 그가 풍겨져 나온다. 명함만 보고 있어도 그의 훈훈함이 배어 나오는 그런 사람이다.


좋은 명함 – 공장(gongjjang)의 자투리 명함

예쁜 문구 제품을 만들어내는 브랜드 gongjang(공장)은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때문에 더 예쁘다. 현재 대학원에서 그린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박현정과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한 장지나, gongjang의 두 오너는 친환경에 대한 고민을 필드에서 직접 실천하고 있는 보기 드문 행동파 디자이너. 이들은 재생지와 콩기름 인쇄를 이용한 친환경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거나,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디자인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디자이너 프로젝트 그룹 농장(nongjang)을 진행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과의 연대를 유도한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gongjang에서는 제품 인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명함을 제작해주고 있다. 감문중학교의 박춘동 교장, 희망제작소의 김진수 아트디렉터, 갤러리 카페 5-130과 전통찻집 최가다인 등이 바로 이 자투리 종이로 특별한 명함을 얻었다.

명함 하단에는 ‘gongjang 제품의 자투리 종이로 만든 명함입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해, 친환경에 대한 의식이 널리 퍼져나가길 바란다. 제작 의뢰는 메일로 가능하지만 수령은 직접 방문이 필수다. 명함을 주고 받는 나눔의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해 6월, 홍대 아이띵소 매장에서 열릴 전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입질’이 슬슬 온 독자들은 메일로 자세한 물어보자. nongjang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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