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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우리 포스터가 달라졌어요

2010-02-26


외화의 경우 국내 개봉 시 원작 포스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영문 제목을 한글로 번역해 적절한 타이포그래피를 구사하는 것이 포스터디자인의 관건이 된다. 하지만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법이다. 최근 개봉작이나 예정작의 포스터를 중심으로 원작과 국내 포스터를 비교해, 작은 차이가 큰 격차를 벌일 수밖에 없었던 점을 찬찬히 찾아봤다. 아쉬운 점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코멘트를 덧붙였다. 조금 독하더라도 ‘왕비호’를 생각하고 넘어가 주시길.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TYPE1 ‘슬쩍 기대기’ 형
배우의 얼굴만으로는 힘이 달리자 감독의 인지도를 슬쩍 빌려온 포스터들이다. 먼저 <위핏> 의 경우 엘렌 페이지의 미약한 지명도를 극복하고자 ‘지못미’ 얼굴에도 불구, 감독으로 참여한 드류 베리모어가 나란히 등장했다. 또한 하단에는 영화의 소재와 스토리를 유추할 수 있는 롤러 걸 단체 사진으로 대체해 다소 설명적인 포스터라는 느낌을 준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 역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전작인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을 연상시키는 포스터로 대체,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메릴 스트립, 스티브 마틴, 알렉 볼드윈 등 관록 있는 배우들의 매력적인 얼굴, 평범하지만 우아하고 힘 있는 폰트, 세련된 블랙 컬러 등이 돋보이는 원작 포스터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는 뭘까.


TYPE2 '다 된 밥에 코 빠트리기‘ 형
언뜻 봐선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한 두 가지 요소가 더해짐으로써 결정적인 격차를 보인 두 편의 영화 포스터다. 먼저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 의 경우 다이내믹한 타이포그래피가 돋보이긴 하지만 상단 카피의 위치가 안타깝다. 위를 향하고 있는 남자 주인공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당연히 관객의 시선 역시 그를 따르게 마련이다. 원작의 경우 시선이 향하는 곳을 비워둠으로써 영화의 스케일과 이야기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면, 국내 포스터는 카피 문구를 삽입해 그 힘을 떨어뜨린다는 인상이다. 혹은 카피만을 부각시키고 있달까. <러블리 본즈> 는 더 치명적이다. 뭔가 엄청난 이야기가 숨겨진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원작 포스터와 달리 국내 포스터는 그저 그런 할리우드의 심령 스릴러를 연상시킨다. 물론 원작소설의 첫 문구인 '14살, 나는 살해당했다'를 활용한 카피는 잘 했다 잘 했다 박수 쳐주고 싶지만, 저 얼굴은 뺐으면 어땠을까.


TYPE3 ‘같은 영화, 다른 포스터’ 형
도저히 같은 영화라고 볼 수 없는 영화 포스터들이다. 리처드 기어와 주인공 하치가 등장하는 <하치 이야기> 의 포스터는 현지와 국내가 별 차이 없이 ‘그게 그거’인 양 보인다. 하지만 ‘개’와 ‘강아지’는 엄연히 다르지 않나. 원작 포스터가 중년 신사와 충견의 우정을 유추하게 한다면, 국내 포스터는 강아지를 키우는 미혼 독신남의 일상을 보여줄 것만 같으니까. 비약이 너무 심했나. 그래도 <포스 카운트> 와 <예언자> 의 포스터에 비하면 '약과'다. 먼저 <포스 카운트> 는 주연배우 밀라 요보비치의 얼굴이 전면에 등장, ‘슬쩍 기대기’ 형이기도 하다. 더 대중적인 영화 포스터이긴 분명 맞지만, ‘외계 존재 충격 영상 공개’라는 카피만으로 근거해 봐도 원작의 저 육신 들린 남자 모습이 더 궁금증을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다. <예언자> 의 국내 포스터는, 좀 심하게 말해서 저게 뭘까 싶다. 원작 포스터가 콘트라스트 강한 화면 아래 빅 클로즈업된 얼굴로 철창에 갇힌 남자의 ‘포스’를 내뿜는다면, 국내 포스터의 경우는 딱 자취방에 사는 남자가 늦잠 자고 일어나 ‘밖에 비오나’ 바라보는 포즈라 볼 수밖에. 혹시, 창밖을 쳐다보는 모습에서 억눌린 주인공의 자아를 표현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TYPE4 '시도는 좋았으나‘ 형
사실 원작 포스터를 근거로 국내 상황에 맞는, 특히 마케팅적인 면으로 훌륭한 외화 포스터를 디자인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제한만 많은 채 숨 한번 쉴 수 없이 디자인을 운신할 수 없는 상황, 가히 짐작된다. 위 두 포스터는 그 벽을 넘어보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먼저 <프롬 파리 위드 러브> 는 원작의 강렬한 타이포그래피를 한글로도 표현해보려는 시도다. 가독성 때문에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얼굴을 저곳에 위치시켰겠지만, 어쩔 수 없이 어색하다. 생각보다 타이틀과 크레딧의 위치 잡기가 어려웠을 <디어존> 은 하단을 하얗게 지워 공간을 만든 점이 효과적인 대응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저 ‘뻔한’ 사진을 담백하게 눌러주는 원작의 심플한 폰트는 어디로 사라졌나. 국내의 그것은, 미안하지만 촌스럽다.


TYPE5 '중도‘ 형
위 두 편의 포스터는 ‘중도’를 비교적 잘 지켜낸 사례라 평가한다. 무엇보다 영화 타이틀의 타이포그래피가 돋보이는 점을 우선에 뒀다. <어웨이 위고> 의 경우 원작과 거의 흡사하지만, <밀크> 의 국내판 포스터에는 나름대로의 ‘해석’이 눈에 띈다. 먼저 부각된 숀펜의 얼굴은 지명도에 따른 마케팅적인 면이나 한 개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내용 면에서도 근거 있는 변화다. 조연 배우들의 얼굴을 대신한 피켓 든 군중의 모습도 포스터에 보다 역동적인 힘을 실어준다는 인상이다. 무엇보다 절제된 카피를 꼽고 싶다. 제발, 카피 폰트 사이즈 좀 줄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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