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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기나긴 책의 시간을 연출한 'Art Book Art' 도록 제작

2004-03-24

전시장에는 작품을 소개해 주는 책자가 있다.
최근에는 전시에 대한 기록과 그 전시작을 모아둔 자료집이라는 개념보다는 1페이지의 리플렛이나 3-4페이지의 브로셔로 제작되어 전시 안내와 홍보의 역할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도 하는데, 본디 ‘도록’이라 불리우는 이 책자는 전시의 의도와 컨셉을 설명해주는 내용, 그림, 사진이 잘 담겨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그 책자 자체가 그 전시의 일부가 되어 책자의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히 그 컨셉을 전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야 한다.
얼마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Art Book Art’전의 도록이 그러하다.
책의 역사와 경향을 총망라한 대규모 전시였던 ‘Art Book Art’전의 도록은 스튜디오 바프에서 제작하였다.
전시의 구성처럼 '역사 속의 아트 북 아트', 예술로서의 책, 책으로서의 예술', '북 아트', '아티스트 북'으로 나뉘어 각각 전시된 작품들을 담아내고 있는 이 도록은 자체만으로도 책에 대한 책에 대한 미학적, 조형적 접근과 해석을 통해 시대별 책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료가 되어 전시를 보지 못했던 이들에게조차 전시의 내용을 충분히 전달해주고 있다.
마치 책장에 꽂혀있는 오래된 역사책처럼 디자인된 ‘‘Art Book Art’전의 도록을 소개한다.


취재 | 이정현 (tstbi@yoondesign.co.kr)


무엇보다 책의 역사를 담고 있는 전시였기 때문에, 도록의 구성에도 시대순이 반영이 되었고,
시대를 담고 있는 느낌을 전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고서’라고 생각하여 전체적으로 고서의 느낌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적용하였다.

지니고 있는 동안 몇 번을 보았는지, 수시로 아끼며 책장을 넘겨보았을 책의 이미지가 표지에 잘 나타나 있다.
보급본의 외지는 스코트랜드 220g이지만, 가죽의 질감이 드러날 수 있도록 인쇄하여 마치 손때 가득 묻어있는 빛바랜 가죽표지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책 모서리와 등이 어느새 벗겨져있는데, 이 역시 인쇄로 재현해낸 것이다.
이러한 책 표지는 전시되었었던 책인 Paroissien Roman(Tours, 1884)의 표지를 스캔받고, 그 문양을 작업하여 그대로 인쇄한 것이다. 이 책은 도록 321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진한 자국들이 남겨져 있다.
이는 페이지마다 마진에 인쇄되어 있는 커피자욱이다.
책과 커피는 책읽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아무리 아끼는 책이라도 오랜 시간동안 한번쯤은 커피를 흘려볼 수 있을 것이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커피자욱도 종이에 검게 시간을 남기며 깊어간다.
도록의 페이지마다 마진에 인쇄된 커피자욱은 도록의 머리, 배, 밑에 은은히 묻어나면서, 고서의 분위기를 더하는데 일조한다.
자연스런 커피자욱을 인쇄하기 위해, 커피를 흘린 종이를 오래 말리고 촬영하였다.
모든 페이지마다 다른 자욱을 줄 수 있도록 하려하였으나, 340페이지라는 방대한 양으로 인해 도록의 첫장부터 3장까지는 다른 자욱을 주어 그 의도를 충분히 살렸고, 그 뒷페이지부터는 같은 자욱이다.


도록에는 전시된 책의 표지와 내지가 800여 컷 담겨져 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대규모의 전시도록은 그 작품의 재촬영이 어렵기 때문에 각 작품마다 이미 촬영해두었던 사진을 도록에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록 제작에 제약도 생기고, 도록의 전체적인 느낌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아트북아트 도록의 이미지들은 전체적으로 일관된 분위기를 지니고, 페이지마다 적절히 어우려져 있다. 이것은 모두 스튜디오 바프에서 재촬영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촬영은 디지털 카메라 장비로 진행되어, 작업의 또 다른 시도였다.
페이지구성에 따라 혹은 책에 따라 더 좋은 각도를 보다 짧은 시간 내에 촬영할 수 있었고, 컨셉잡기부터 마무리까지 2개월이라는 짧은 제작기간에서 촬영하고 인화하여 스캔받는 일련의 과정에 따른 시간을 단축해주는 작업이었다.



표지 제본과 책머리, 배, 밑의 금박처리, 그리고 포장을 달리하여 딱 100권 한정한 소장본을 제작하였다.
100권도 대량제작인 듯하지만,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되어 100권 모두 유일한 책이 되버렸다.

책머리, 배, 밑에는 금박처리가 되어 있는데, 처음 인쇄소에서 왔을 때 너무 번쩍 번쩍 새책이었다고 한다. 이에 100권 모두 일일이 사포로 문질러 금박의 빛바램 작업을 하였다.
또, 첫 페이지에 손으로 쓴 번호가 붙어있는 카드가 있어서 100권이 모두 유일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소장본은 주머니에 담겨 보관이 되는데, 주머니 앞에 ‘Art Book Art’를 실크스크린 작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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