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그래픽 | 리뷰

정보는 나의 힘! - 정보를 디자인하는 웹사이트 (1)

2003-12-23



디자인 실무 일을 하는 디자이너들이 가끔씩 질문을 할 때가 있는데, 그 내용은 좀 더 자신의 발전을 위해 ‘기획자’가 되길 원하며 어떻게 하면 기획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모든 프로젝트가 좋은 기획을 통해 훌륭한 프로젝트로 진행되며 좋은 디자인도 결국 크리에이티브한 기획에서 탄생된다는 것은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일. 디자이너, 기획자, 컨설턴트, 마케터 등 프로젝트에 관련된 이들은 모두 크리에이티브한 기획을 꿈꾸고 그러한 기획자가 되길 열망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들도 좋은 기획자가 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그러한 질문에 매번 흡족할 만한 대답을 해주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항상 하는 대답이 있다. “다이어그램을 잘 그릴 수 있으면 좋은 기획자가 될 수 있지요.” 이러한 대답에 “아~ 도표 같은 것은 잘 그려요~”라고 한다면 너무 우울하고 진땀 나지만… 어쨌든 다이어그램을 잘 그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생각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의 질을 높이는 좋은 기획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훌륭한 프로젝트 기획서를 보면 몇 개의 간략한 다이어그램을 통해 깊고 방대한 생각을 쉽게 정리해놓은 얇은 문서들이 대부분이다.)
다이어그램을 멋있고 세련되게 그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복잡하고 방대한 생각의 텍스트들을 제한된 영역에 단순하고 쉽게 시각적으로 구체화시키는가에 대한 문제인데 이는 정보디자인(information design)의 기본이기도 하다.
웹사이트의 하이퍼텍스트 공간에서도 이러한 정보를 시각화 하는 능력은 점점 중요시되고 있으며 한없이 펼쳐져 있기만 한 이야기를 밀도있는 정보의 단계로 끌어올리는 일은 고도의 집중력과 입체적인 사고의 훈련 없이는 쉽게 되지 않는다.
이번에 소개하는 웹사이트들은 결코 쉽지않은 프로세스를 통해 단순하고 세련된 정보 디자인의 수준으로 온라인의 공간을 힘있게 구성하고 있는 사이트들이다. 정보는 힘! 정보를 잘 다루는 것도 힘! 얄팍한 온라인의 공간에서 제대로 힘을 주고 싶다면 머리 속부터 다이어그램화시켜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이제는 제법 많이 소개되고 있는 패션브랜드 ‘DIESEL’의 지난 시즌 프로모션 사이트. 매번 발칙하고 어이없으며 끔찍한 상상력의 광고들로 크리에이티브 종사자들의 주목과 벤치마킹이 되고 있는 ‘DIESEL’은 오프라인 마케팅광고와 컨셉을 맞추어 온라인에서도 제법 흥미로운 표현으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있다.
‘Diesel Global Research Centre’ 라는 프로모션 컨셉 아래 ‘DIESEL’의 브랜드는 다이어그램의 옷을 입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꽤 진지하면서도 수준높은 시각적인 완성도는 말도 안되는(?) 리서치의 결과들(예: 탈의실을 엿보는 중독의 퍼센트, diesel 옷에 묻는 얼룩의 종류분포-캐챱, 잉크, 새똥의 순서… 등)을 진지하게 탐독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28Acre(에이커) 넓이의 리서치센터가 있는지는 확인할 바 없지만 자신들의 패션 브랜드 프로모션을 위해 가장 지(知)적인(?) 디자인의 영역인 정보디자인의 형식을 차용한 것을 보면 똑똑한 크리에이티브 기획임에 틀림없다. 이런 식으로 정보디자인의 형식을 엉뚱한 이야기로 치환하여 디자인하는 것은 여러 미디어에서 예전부터 많이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데이터베이스화시키는 노력이 진지하면 진지할수록 디자인의 힘은 더욱더 커지고 설득력도 단단해진다는 것이다. 역시 정보는 힘인 것 같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국제무역센터가 무너진 기억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Great issue에는 반드시 뉴스 이상의 미디어 이슈가 만들어지기 마련인데, 사건이 일어난 후 9개월이 지난 2002년 4월에 ‘NewYork Times’는 뉴욕참사 사건에 관한 리포트를 정리하여 방대한 리포트를 작성하게 되었다. 바로 사건이 일어나기 마지막 순간의 국제무역센터 내부는 어떤 상황이었는가에 대한 리포트였다. 제목은 ‘타워 내부의 102분’
오프라인 신문 지면에 그러한 정보를 올리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NewYork Times’의 온라인 스탭들은 그 리포트의 결과를 인터랙티브한 온라인 정보로 가공하여 웹사이트에 올리기로 하고 어떻게 하면 그 리포트의 수많은 정보를 쉽고 편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여 만든 것이 이 사이트이다.
모든 정보를 그래픽 화면으로만 처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사운드의 기능으로 상세한 설명을 덧붙인 섬세한 배려와 뉴스 이상의 뉴스를 만들어내는 미디어생산자의 고민은 뉴욕 참사 사건의 희생자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며 그런 정보의 가공과 노력에 대한 의미도 남다르리라 생각된다.
이 사이트는 Communication Arts의 2003년 ‘Interactive Annual 9’ 부문에서 ‘Info Design’ 파트 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도메인 주소부터가 심상치 않다. 무슨 사이트일까?
지구상의 모든 나라의 Master가 되려고 하는 아름다운(?) 나라 美國에 관한 사이트인 것은 금방 알아챌 수 있지만, 디자인을 보면 가볍고 경쾌한 그래픽들이 발랄한 듯 하여 어린이용 교육사이트가 아닐까 궁금하기도 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게 쉬운 사이트 같지는 않고… 메인 페이지에 짧고 분명하게 쓰여있는 copy를 보면 이 사이트의 성격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Public information should be made public.
공공의 정보는 공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This site is a celebration and a visual demonstration of questions and answers leading to understanding.
이 사이트는 축제(의식)이며, 이해를 이끌어내기 위한 질문과 답에 대한 시각적인 실험이다.
Understanding information is power.
정보를 이해하는 것은 힘이다.

좀 의미심장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사이트에서 소개하고 있는 13개의 카테고리를 천천히 살펴보면 만만치 않은 내용과 정보를 담고 있는 사이트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사회적 관심의 분야들에 관해 이토록 세밀한 정보로 압축하고 자료수집을 한다는 것 자체가 가능했을까 하면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사실 이 ‘Understanding USA’ 프로젝트는 대학교수이면서 한평생 Information Architecture만을 연구하고 작업해온 Richard Saul Wurman (1936 -) 의 지휘 아래 1975년부터 자료수집을 시작하여 미국의 국가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루어졌던 프로젝트라고 한다.
어떠한 기술과 어떠한 감각도 시간이 만들어내는 가치 앞에서는 빛을 낼 수가 없는 것처럼, 이 사이트의 가치는 그동안의 숨죽인 시간과 참여한 사람들의 땀으로 인해 그 힘과 무게가 대단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진입 문턱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이유 말고도 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이유들을 찾아 정보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멋진 프로젝트들이 탄생되길 기대해 본다.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