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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제1회 머 좀 확 깨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없을까?

강신현  | 2005-07-05

“머 좀 확 깨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없을까?”

매번 새로운 디자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필자가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레토릭이지만, 디자이너에게 독창성은 생명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디자인 접근방식이나 새로운 비쥬얼라이제이션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다 한번쯤 해보았으리라 믿는다. 똑같은 색을 쓰고 똑같은 컨셉을 가지고 시작했더라도 발휘되는 독창성의 마법에 의해, 전혀 다른 결과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Inspiration is everywhere.”

로저 본 외흐 (Roger von Oech)의 저서 ‘창의적 사고를 가로막는 방해 요소의 제거 (A Whack on the Side of the Head and A Kick)’를 보면 창조적인 사고에 대한 여러 가지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기’의 한 방법론으로 그는, 주변의 모든 것으로부터 충분한 영감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저널리스트인 로버트 위더(Rober Wieder)의 말을 빌려보도록 하자. 그는 부띠끄에서 유행의 흐름을 파악하고 박물관에서 역사를 읽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창조적인 사람은 공항에서도 역사를 읽고 유행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연 우리들은 로버트 위더의 말처럼 공항에서도 디자인을 읽고 디자인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가? 오늘부터 이 지면을 빌어 필자는 창조적인 사고와 디자인에 영감을 불어넣어줄 다양한 소재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Museum of Fine Arts, Boston 에서 열리고 있는 ‘Speed, Style, and Beauty’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Speed, Style, and Beauty’는 패션디자이너 랄프 로렌(Ralph Lauren) 이 손수 모아왔던 자동차들을 대중들에게 공개한 전시회이다. 순수예술 박물관 전시로서, 최초라 할 수는 없지만-이전에 Museum of Modern Art에서 처음으로 8종류의 차들이 전시된 적이 있다-자동차의 형태와 디자인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하는 이례적인 이벤트였다.

전시장 안은 자동차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처음 필자의 시선을 사로 잡은 건 전시장 입구에 자리잡은 1958년 형 페라리250 테스타 로사(Testa Rossa)의 강렬한 색채와 유려함이었다.

‘테스타 로사(Testa Rossa)’는 이태리어로 빨간 머리를 뜻하며, 붉은색의 V12엔진의 실린더 앞부분을 상징한다. 이 차의 디자이너 스카그리에티(Sergio Scaglietti)는 스케치하고 디자인을 구상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항상 자신의 눈을 통해 자동차의 형태를 디자인 했다고 한다. 한번도 종이와 연필을 사용한적이 없다고 하니, 그의 천재성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혀 다른 곡선미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는 이 차는 1954년형 페라리(Ferrari) 575 Plus.

페라리의 몸매 감상에 흠뻑 빠져 있을 때 즈음, 조금은 다른 곡선을 과시하고 있는 페라리가 눈에 띄었다. 1950년 대부터 1970년 대 중반까지 페라리는 가장 예술적인 형태의 차를 만들기로 명성이 나 있었는데, 그 이유중의 하나는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와 빌더들이 모여있던 당시의 이태리가 자동차 디자인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된 차들의 소유주인 랄프 로렌 (Ralph Lauren)은 인터뷰에서 “난 빨간색 차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페라리는 빨간색이어야만 한다.” (“You know, I don’t like red cars. But Ferraris have to be red.”) 라고 언급한적이 있다. 그의 말대로 다른 색깔을 지닌 페라리 는 정말이지 상상 할 수가 없다.

부가티가 만들어낸 자동차 중에 가장 큰 이슈가 된 1938년형 부가티 아틀란틱(Bugatti Atlantic).

지금 전시되고 있는 아틀란틱은 가장 마지막으로 생산된 차이다. 찬사와 혹평이 극단적으로 엇갈렸던 반응 때문에, 부가티가 만들어낸 자동차 중에 가장 큰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의 시각이나 취향에 따라 디자인이 다르게 평가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최근들어 최고의 디자인으로 평가 받고 있는 이 차의 위상을 볼때, 당시 이 디자인을 먼저 알아보았던 사람들의 심미안에 박수를 보낸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자동차의 곡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차, 알파 로메로(Alfa Romeo).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차 뒷부분의 곡선은 마치 아름다운 여자의 뒷모습을 연상케 한다. 완전 대칭의 형태에서 오는 아름다움 또한 이차의 큰 매력이다.

대중들에게 선보인 모델 중에 가장 훌륭한 성능을 가진 차라고 광고했던 1955 메르세테스- 벤츠의 300SL 걸윙 쿠페(Gullwing Coupe).

이 차는 카레이스 스폰서이자 매니저로 유명한 로브 워커(Rob Walker)에 의해, 지금까지 만들어졌던 그 어떤 차보다 훌륭한 차라는 극찬을 얻었다. 잘 정리된 곡선과 형태미 그리고 날개가 펼쳐진것 같은(비행기의 문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보면 로브 워커의 극찬을 수긍하게 된다. 걸윙쿠페는 수없이 많은 튜브관들의 복잡하고 정교한 조합으로 인해, 전통적인 형태의 차문을 장착하기 어렵게 된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디자이너의 독창성이 빛을 발하게 된다. 위로 열리는 걸윙쿠페만의 독특한 문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점의 해결과 함께 걸윙쿠페의 유일무이한 디자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세히 보면, 걸윙 쿠페는 사이드 미러를 찾아 볼 수가 없다. 문의 손잡이도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순하며 정리된 곡선의 사용과 돌출된 부분을 만들지 않으려는 디자이너의 노력은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 시킬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빠른 속력을 내는 자동차를 탄생 시킬 수 있었다.

최고 속도 시속 200마일에 달하는 스피드를 자랑하는 포르쉐 959 (Porsche 959AG).

기본적인 형태는포르쉐911과 흡사하며, 다른 점이 있다면 특유의 날개가 차 뒷부분에 있다는 점이다. 이 차는 빠른 속도에서도 안정되게 달릴 수 있도록 고안되었기 때문에, 레이스, 랠리 혹은 일반주행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필자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퀴를 감싸고 있는 차체의 디자인이었는데, 그 어떤 차에서도 이러한 형태미를 찾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았던 차, 1996형 맥라렌 (McLaren) F1.

우선 이차의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운전석이 차의 정 중앙에 있다는 점이다. 이 차가 세 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3인용 스포츠 카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과연 디자이너는 어떻게 세 명을 위한 공간을 디자인 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 차를 디자인한 고든 머레이(Gordon Murray)는 사람의 신체 중 가장 넓은 부분이 어깨와 엉덩이라는 사실을 디자인에 적용하여, 운전석의 위치를 약간 앞쪽으로 이동시켜 정면에서 볼 때 양쪽에 탑승한 사람과 운전자가 겹치도록 하였다.

즉, 측면에서 봤을 때 운전자가 약간 앞쪽으로 위치되어 있어 양 옆에 탑승한 사람들은 편안할 정도의 충분한 공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이용한 실용적인 디자인의 실례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운전자는 정 중앙에 위치한 운전석이 가져다 주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운전자에게 있어 넓은 시야를 확보 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자동차 디자인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앞 옆쪽의 문 뒤편에 물건을 싣을 수 있는 공간을 두어 싣을 물건이 차의 균형에 저해 되지 않도록 디자인 된 점에서도 디자이너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다.

더욱이 놀라운 점은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이차의 무게, 바로 2,245 파운드. 다른 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무게다. 멋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공간 활용과 기능적인 면에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랄프 로렌(Ralph Lauren)의 인터뷰 중 그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번 시간을 마칠까 한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나는 항상 아이디어를 찾는다. 그리고, 아이디어는 항상 나의 삶속에서 얻어진다. 내가 하고 있는 일, 나의 삶,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나는 자동차의 소재에서, 형태에서, 그리고 자동차의 휠을 통해서도 아이디어를 얻는다. 탄소 섬유로 만들어진 차를 통해서 RL-Cf1 탄소 섬유 의자 (2003)의 영감을 얻었고, 포르쉐의 느낌을 통해 랄프 로렌 러기지 (1979)를 탄생시켰다. 자동차 디자인은 패션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패션은 자동차에서, 혹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 Ralph Lau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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