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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자전거로 런던을 누비는 클래식한 하루

김도영 | 런던 | 2012-05-24




작년에 런던 바클레이 자전거 (London Barclay bicycle)에 대한 글을 쓰면서 트위드런(Tweed Run)이라는 행사를 잠시 언급한적이 있다. 그 때 2012년 트위드런에 꼭 참여해서 그에 대한 글을 쓰겠노라고 약속했었는데, 지난 5 6일 다행히도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글, 사진 │ 김도영 영국 통신원





섬유 중에 트위드(Tweed)라 불리는 소재가 있는데, 표면이 거칠거칠하고 짜임이 비교적 굵은 울 실로 짜여진 소재이다. 울(Wool), 우리가 흔히 모직이라고 부르는 이 섬유는 사용한 실과 짜임의 형태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데, 트위드는 손으로 만져보면 칼칼하고 억세다는 느낌을 받는다. 촉감이 그런 만큼 내수성과 내구성이 강하다. 섬유의 기원을 찾아 올라가면 영국, 아일랜드에서 옛날에 사냥을 나갈 때 입던 아웃도어용 의류라고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트위드가 비, 바람에 강하고 따뜻하기 때문에 칙칙하고 비가 많은 영국, 아일랜드 날씨에 잘 맞는 섬유로 보여진다.


우리가 흔히 아는 ‘바바리 코트’(다들 알겠지만, 바바리 코트는 버버리 코트를 부르다 생겨난 콩글리쉬이고, 정식 용어는 ‘트렌치 코트’이다.)로 유명한 영국 브랜드 버버리(Burberry). 버버리하면 영국이 떠오를 만큼, 영국의 정통성을 지킨다는 브랜드 콘셉트가 아주 강한데, 그 매장에 가면 트렌치 코트만큼이나 트위드 소재로 만들어진 옷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전통적으로 영국인들이 많이 입었던 의복이고,그만큼 영국인들의 의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 우리가 아는 랄프 로렌 (Ralph Lauren), 브룩스 앤 브라더스 (Brooks and Brothers)와 같은 미국 정통 브랜드라 자부하는 브랜드들 매장에가도 트위드로 만들어진 옷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미국이 시작될 때 영국, 아일랜드인들이 많이 건너가 살았기 때문에 의복 역사에도 비슷한 점이 발견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와같이, 트위드라는 소재는 단순한 섬유에 지나는 것이 아니라, 영국인들에게는 전통 (Heritage), 자부심(Proud), 고전적(Classic) 이런 이미지들을 상기시켜 줄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자전거를 타고 함께 달리자!’ 라는 이미지를 결합시켜 시작된 행사가 트위드런인 것이다.


올해 행사에서는 몇 천명의 지원자 중500명이 정원에 뽑혔다고 한다. 작년까지는 온라인에서 선착순으로 정원을 받았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져, 올해부터는 먼저 신청을 받고, 복권형식으로 당첨하는 형식으로 바꿨다고 한다.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무료이며, 원하면 World Bicycle Relief라는 단체에 5파운드 기부를 할 수 있다. 행사 스폰서들도 모두 트위드 스타일 또는 자전거와 관련된 브랜드들이다(Cordings, Brooks, Pashley, Murdock, Auchentoshan, Drinkaware 그리고 Tyrells).



5월 6일 아침 10시쯤 사우스 켄싱턴에 있는 작은 공원에서 500명이 조금 안되는 사람들이 모였다. 필자는 친구와 함께 탄덤(Tandem)이라는 안장이 두개 달린 자전거를 빌려서 타고 갔다.
행사의 주제가 ‘멋진 트위드와 빈티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자’ 인 만큼, 사람들의 복장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출석체크와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로얄 알버트 홀(Royal Albert Hall)쪽으로 이동을 해 단체 사진촬영을 했다. 빈티지한 이미지가 주제인 만큼 꼭 어릴 적 소풍 갔을 때 단체사진 찍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출발준비가 끝나자 곧이어 환호성과 함께 사우스 켄싱턴을 나와 트위드런이 시작되었다. 사우스 켄싱턴(South Kensington) - 그린 파크(Green Park) -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 - 버킹험 팔레스(Buckingham Palace) - 빅밴(Big Ben) - 웨스터민스터 다리(Westminster Bridge)를 건너 임페리얼 워 뮤지엄(Imperial War Museum)에 도착하자 휴식을 위해 잠시 정차했다.



트위드런에서는 이 중간 휴식을 티 브레이크(Tea Break)라 불렀는데, 이것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보자면, 영국인들은 하루에 Tea 마시는 시간이 꼭 있어야 한다. ‘Tea 마실래?’ (Would you like a tea?)라고 물어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보편적인 하루의 일과다. 물론 개중에 Tea를 즐기지 않는 영국인들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 잉글리쉬 브랙퍼스트(English Breakfast)라 불리는 홍차에 우유를 타서 마시는 그들의 티(tea)는 지극히 영국적인 영국인들의 생활양식이다.


휴식 시간 동안에는 빈티지 뉴스 (Vintage News)라는 미디어에서 나와 행사를 촬영했다. 기자들 복장이나, 그들이 사용하는 카메라들이 옛날 영화에서 봤던 것들과 꼭 같았다. 세상을 참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빈티지 뉴스 동영상




티 브레이크를 마치고, 다시 출발 준비가 시작되었다. 교통이 번잡하고 차들이 많은 런던 도로를 달리는 것이 결코 안전하지만은 않은데, 트위드런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Marsha’이라 불리는 행사 요원들이 옆에서 함께 달리면서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였다.



아침 10시쯤 모여 1시간정도의 휴식을 제외하고 오후 3-4시까지 달리다 보니, 마지막엔 다리 감각이 점점 사라지는 듯 했다. 더 이상 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쯤, 다행히도 앤젤 (Angel) 근처의 아름다운 펍을 종착역으로 2012년 트위드런이 끝났다. 그리고 협찬사의 무료 위스키와 감자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펍에서 쉬면서 참가자 몇 명과 얘기를 나눴다. 트위드런 참가를 위해서 독일에서 온 부부, 스코틀랜드에서 내려온 사람들도 있었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 인종을 불가하고 다 함께 즐길 수 있었던 이벤트였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재미있었고, 건강하고, 신나고, 보람찼다.


참가 전엔 잘 몰랐지만, 참가하여 세부사항을 들여다보니, 트위드런은 영국적인 색이 매우 짙은 행사라는 것을 느꼈다. 트위드, 티 브레이크, 펍, 스코치 위스키, 감자칩, 브룩스 빈티지 안장. 이 모든 것들이 영국을 대표하는 것들 이었다.


충분히 환영 받았고, 절대로 외부인은 아니었지만, 순간 드는 생각은, 자기들의 문화를 여러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잘 지켜 나가고, 자랑스러워하는 그들의 모습에 내심 샘이 좀 나기도 했다. 다른 도시들에서도 이 행사를 한다고 하니, 언젠가 한국 어딘가에서 우리의 색을 가지고 다 함께 모여 자전거를 타고 도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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