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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이미지와 텍스트가 만들어내는 도시

김지원 | 2009-09-22




런던의 가을은 매년 디자인 페스티벌(London Design Festival)을 비롯한 각종 디자인 행사와 전시로 북적거린다. 앞서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에서는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수퍼 컨템포러리 (Super Contemporary) 104일까지 진행된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디자인을 사회 문화적 문맥 안에서 해석하고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디자인사람그리고 사회라는 삼각 구도 안에서 상호 소통 과정을 통해 형성된 런던의 이미지가 패션, 건축,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산업 디자인의 네 분야를 통해 소개된다. 무엇이 런던의 이미지를 만들어 왔으며, 또한 만들고 있는가라는 궁극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는 이번 전시 행사의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들여다 본다.


 


| 김지원




최근 유행의 경향을 빠르게 파악하는 좋은 방법 중 한 가지는 일단 서점으로 가서 신간의 제목과 표지만을 유심히 보는 것이다. 세상사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관심사들이 짤막한 문장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만약 디자인을 통해 지나간 유행의 흔적들을 경험하고 싶다면, 과거와 현재가 늘 공존하는 거리 구석 구석을 마구 거니는 것이 구구절절이 책 속에 나열한 진실보다 더 사실적이다. 하지만 더운 날 지친 몸을 잠깐 식히고 싶다면, 서점으로 발길을 돌려 이러 저러한 잡지들에 눈길을 줘도 좋겠다. 저마다 전문성을 자랑하는 다양한 잡지들 속에서 사회가 원하는 디자인은 무엇이고, 또한 디자인이 사회를 어떻게 이끌어 가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980대는 주류문화와 하위문화 사이의 조화와 양립 사이에서 보다 폭넓은 디자인 담론이 수용되었다. 따라서 그 어느 때 보다 더 다양하고, 실험적인 디자인이 행해졌고, 신진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두드려졌던 만큼 크리에이티브 리뷰(Creative Review), 블루프린트(BLUEPRINT), 더 페이스(The Face), 나토(NATO) 등의 그래픽 디자인 및 비평 잡지들이 대거 등장하였다.








세계는 하나, 우리는 하나(We are the World)를 노래 부르던 시대에 우리는 정말 하나였을까? 아쉽게도 1990년대가 열리고, 또 하나의 세상도 함께 열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조금 떨어진 곳에 또 하나의 세계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에 대한 확인은 다채로운 관점들을 야기시키며, 기존의 디자인 문화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다문화의 이미지와 텍스트가 만들어 내는 다양성과 테크놀로지와 웹 환경의 결합은 세상 어느 곳과도 가능한 소통의 자유낳았다. 비평적 시각이 사라지고, 공모전 수상작을 중심으로 다루던 영국 그래픽 디자인 지의 흐름에 타협하지 않고, 객관적이고 폭넓은 시각을 고수하며 다양한 논쟁과 관점을 수용한 아이 매거진(Eye Magazine)과 같은 디자인 전문지가 이 시기에 창간되었다. 특히 새롭고 실험적인 디자인 사고를 돕고, 잡지 그 자체가 지향 해야 할 것을 스스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경계를 넘어선 순간 보이는 새로운 세상에는 탐험의 두려움과 설레임이 함께 한다. 디자인과 예술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자유를 만끽하는 사이 누군가가 속삭인다. 디자인은 아트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디자인은 무엇이어야 할까? 예술과 과학 그리고 디자인 사고를 두고 논쟁하기를 좋아하는 많은 디자인 이론가들이 디자인은 분석적 사고를 지양하고, 보다 종합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다학제적인 접근법을 통해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디자인이란 하나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스페인의 디자이너 마리스칼(Javier Mariscal)의 말을 빌어 추측해 보자면, “디자인은 세상의 모든 것은 조화롭게 잘 담아내는 그릇인 것이다. 디자인의 법칙에 의해 만들어지는 레이아웃은 평면적인 틀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사회를 반영하는 삼차원의 둥근 배와도 같다.




사람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디자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전시된 디자인 사물에서는 디자인 감성을 느끼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따르는 것 같다. 반나절을 전시장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디자인들을 감상 했다면, 이제는 그 디자인들이 현실 속에서는 어떤 쓰임새가 되고 있는지 체험을 해야 할 차례이다. 중고 책 서점으로 유명한 차링 크로스(Charing Cross)역에 내려 내셔널 갤러리를 왼쪽 편에 두고 계속 걷다 보면 대형 서점부터 작은 중고 책방까지 긴 도로에서 한번에 만날 수 있다. 누군가가 연필로 그어 가면서 읽었던 흔적과 잊지 않기 위해서 접어 두었던 책장을 보며 그 디자인을 사용했던 사람의 마음 씀씀이까지 느낄 수 있다.








디자인의 분야마다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디자인 사고 안에서, 우리는 의례적으로 디자인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물질적 특징이나 생산성 그리고 사용성을 고려하며 사용자를 위한 분석을 거친다. 그러나 디자인은 그 자체로서 사용자에게 충분히 아름다움을 주지 못하다. 우리가 더불어 사는 재미난 세상을 위해서 예측 가능한 사용성 그 이상의 상상력을 허락했을 때, 사용자의 환경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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