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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평화의 이미지들,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정글통신원 | 2005-07-11




문화가 달라도 뜻이 통하는 이미지들이 있다. 신호와 기호들이 그것. 하지만 그것들은 필요에 따라 혹은 자발적으로 법이라는 체제에 구속 받기 마련이다. 여기 강요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는 것이 있으니 바로 ‘평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들이 바로 그것이다. 평화를 상징하는 의미는 일반적으로 간단한 구조와 단순한 컬러를 사용하는 공통점을 보인다. 또한 십자가나 원을 활용하여 ‘평화’ 나 ‘자유’을 나타내려는 상징성을 강하게 띈다.


그렇다면, 이 이미지들은 어떤 계기로 사람들에게 널리 사용하게 되었을까? 그것의 유래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비핵화와 평화의 상징


비핵화 혹은 평화를 의미하는 이 모양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상징들 중의 하나이다. 이것은 영국의 핵무장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런던에서 대중 시위를 이끌던 베르트란드 러셀 경의 요구로 고안되었으며, 핵무장 반대 운동의 일원인었던 제랄드 홀톰에 의해 디자인되었다.


런던의 왕실 미술 학교를 졸업한 전문 디자이너 출신의 홀톰은 원래 둥근 원 안에 기독교의 십자가를 넣어 시위 운동의 모티프로 고안했으나, 기독교 측에서는 반사회적 모티브가 강한 시위대에서 십자가를 사용하는 것을 좋게 받아들이지 않아 디자인에 약간의 수정을 가했다고 한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브래드포드 대학에 보존되고 있는 이 이미지의 원본 스케치를 살펴 보면 해군에서 사용했던 수기신호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 수기신호들은 핵무장해제를 뜻하는 N과 D (nuclear disarmament)인데, N은 두 개의 깃발을 양손에 각각 들고 45도의 각도 아래로 뻗는 자세를 말하며, D는 두 개의 깃발을 양손에 각각 들고 한 팔은 위로 곧게 쳐들고 한 팔은 아래로 쭉 뻗는 자세를 말한다.


           

이 상징은 종속적인 지휘 명령에 의한 것이 아닌 대중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퍼져 나갔는데, 일반화된 시점은 베이야드 러스틴이 시민운동의 시위현장에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미국의 극우, 원리주의 단체들이 시위를 엄격하게 금지시키는데, 오히려 이 때부터 평화의 상징은 그 힘을 더욱 발휘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동서를 막론하고 어느 지역에서나 전쟁이나 무력을 반대하는 시위가 발생하면 반드시 시위자들이 챙겨가곤 했던 것이다.


이것이 처음 고안되었던 영국에서는 여전히 이 상징이 핵무장반대의 로고로 인식되고 있으나 전세계적으로는 평화와 비폭력의 의미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현재 평화와 자유를 의미하는 이 상징은 어느 누구나 무료로 사용 가능한 저작권이 없는 상태이다. 이런 이유로 상업광고나 의류, 액세서리 등에서도 이 상징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핵무장 반대운동단체에서는 회사들이 그 상징을 사용할 때 양심적으로 비핵화에 대한 성금을 냈으면 하는 의사를 보이고는 있으나, 강제로 시행할 수 없는 노릇이다.


                                                                                                                                      
평화의 비둘기


특별한 이미지 고안 없이도, 간단한 전설에 의해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흔치 않다. 대부분이 동물이나 식물 등 생명체가 있는 것들이며, 이런 맥락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비둘기다. 이 동물이 평화의 이미지를 상징하기 위한, 그 기원은 ‘노아와 방주’의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세상을 뒤덮었던 거센 비가 그치자 노아는 그의 방주를 하선시킬 육지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많은 새들을 날려보냈는데, 마침내 올리브 가지(희망)를 물고 돌아 온 새가 있었으니, 바로 비둘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비둘기가 전 세계적으로 평화의 상징이 되는 데에는 파블로 피카소가 기여한 공을 빼 놓아서는 안 된다. 세계 제 2차 대전 이후, 그가 1949년 파리에서 개최된 국제평화회의를 위해 디자인한 석판화에서 흰색의 비둘기를 표현한 것이다. 그 이후부터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서로 다른 모양으로 수도 없이 많은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들을 제작해오고 있다.




평화의 학


비둘기에 견주면 약한 감이 없지 않지만, 아시아에서는 백색의 학도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이것은 본래 전쟁과 관련이 없는 번영과 우정에 관한 평화를 의미하곤 했었다.


1955년 사다코 사사키라는 열 한 살의 한 일본소녀가 핵 방사능에 노출되어 백혈병에 걸렸었다. 천 마리의 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고, 건강한 몸과 세상의 평화를 기도하며 학을 접었지만, 불쌍하게도 소녀는 그 해에 목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후 이 슬픈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퍼져나간 것이다. 사다코를 기리기 위한 재단이 설립되었고, 현재에도 그 재단은 어린이들을 위한 전세계의 평화를 주장하고 있다.  






무지개 깃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이미지이지만, 유럽에서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미지가 바로 무지개 깃발이다. 스위스의 바젤에서는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최초의 국제협력의 날에 대한 계획을 세웠고, 마침내 1923년 7월, 독일의 에센에서 열렸던 회의에서 이들은 국제적인 단합과 경제적인 효율성, 평등, 그리고 세계평화를 기념하기 위한 국제적인 상징을 만들고자 일곱 가지 색의 일곱 가지 의미를 지닌 무지개 깃발을 제작했던 것이다.


각각의 색이 지니는 의미는 다음과 같은데, 빨간색은 용기, 주황색은 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노란색은 도전을, 초록색은 협력과 이해로 이루어지는 구성원들의 성장과 도전의식을 의미한다. 파란색은 국제적인 단합을 통해 불우한 사람들을 돕고 교육시켜야 한다는 필요를 대표한다. 남색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의미이다. 보라색은 온기와 아름다움, 그리고 우정의 색을 의미한다.


재미있는 것은 1980년대에는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예술가 길버트 베이커가 이런 깃발을 게이들의 상징으로 디자인하기도 했다는 것.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된 이 깃발은 게이와 레즈비언의 퍼레이드 중에 휘날리기도 하고, 게이만 출입할 수 있는 바와 클럽의 외부에도 걸려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2002년에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 투입을 반대하는 이태리의 평화에 대한 캠페인으로 각 가정의 발코니에 무지개 깃발이 걸리기도 했다.




평화의 수신호, 승리의 V


사진을 찍거나 경기에 이겨 손으로 ‘V’를 나타내는 것은 세계 제 2차 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점령한 세력들에 반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연합국 군인들이 전쟁에서 승리하자, 유럽의 젊은이들이 자유의 의미로 승리를 뜻하는 ‘V’자를 온 거리의 벽에 그려 넣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손가락 두 개를 이용한 이 신호는 가난한 시위자들에게 좋은 상징물일 수 밖에 없었는데,  1960년대와 1970년대 있었던 세계 평화 운동에서 평화와 진리를 위한 승리를 상징하며 시위 운동가들이 폭 넓게 사용하곤 했다.


 


 


이렇듯 평화의 이미지는 강제적인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평화’와 ‘자유’를 염원하는 일반 시민들에 의해 널리 사용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활동적인 색채를 활용하거나 단순한 모양을


사용함으로써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누구나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창시자의 의도 또한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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