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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특성에 맞는 서체를 개발한다.

2002-04-17

매일 젊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압구정동. 맛난 음식점이 즐비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줄지어선 골목 안쪽에서 정말 특이한 간판을 봤다.
주목성 강한 주황색 천에 'Moon9'라고 쓴 단순한 디자인. '문나인?' '문구?'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실내와 그 안에 눈길을 끄는 독특한 판형과 색상의 공책들...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매장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 곳이 '글씨와 그림이 있는 종이'의 백종렬 씨가 운영하는 새로운 컨셉의 문구점이다.

내가 쓰고 싶은 노트를 만든다
문구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노트를 비롯한 지물류는 어딘가 모르게 외국 냄새가 난다. 동네 문방구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노트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아무런 글귀도, 그림도 없는 표지를 넘기면 그 안쪽으로도 독특한 질감을 나타내는 노란색 내지 외엔 아무런 특이한 점도 없다. 그냥 강렬한 색깔만으로 노트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었다.
문구 매장 뒤편, 매장과 마찬가지로 온통 검은색으로 인테리어된 사무실에서 'Moon9'의 아트디렉터인 백종렬 씨와 수퍼바이저 조성은 씨를 만났다. 30세 안팎의 젊은 기획자들이다. 시각 디자인과 실내 디자인을 전공한 그들을 통해 기존 문구시장에 딴지를 거는 얼터너티브 'Moon9'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백종렬이라는 이름에 친근한 사람이라면, 그가 닉스 광고로 유명한 광고 프로듀서라는 것은 알 것이다.)
"'Moon9'는 1998년 12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단순한 불만에서 출발한 기획이었죠. 노트를 써야겠는데, 도저히 맘에 드는 노트를 찾을 수 없었고, 그렇다고 맘에 드는 노트를 찾아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갈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기존의 문구시장에서 제공하는 품목들은 도무지 불합리해 보이기만 했습니다. 제 입맛에 맞는 것을 찾을 수 없었죠. 그래서 'Moon9'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백종렬 씨가 들려주는 'Moon9' 탄생의 배경이다. 준비작업 기간으로 1년 반 정도를 썼다. 만들고 싶은 제품의 샘플을 기획 제작하고, 주변의 친구들이 사용해보고 모니터링을 해줬다. 그리고 거기에서 수렴한 다양한 의견들을 반영해 지금과 같은 제품들을 내놓게 된 것이다.

소수를 위한 독특한 디자인
'Moon9'의 주타겟층은 20대 후반 이상의 성인이다. 10대 학생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기존 문구와는 타겟부터 다르다. 고학력을 지닌 전문직 종사자들과 대량화 획일화된 기존의 문구시장을 거부하는 사람들, 즉 자기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Moon9'가 설정한 이상적인 타겟이었다. 그 수가 소수일 것이 명약관화했지만, 맘에 드는 연필, 공책을 사기 위해 해외에 나가야 했던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생산에 돌입한다.
현재 'Moon9'에서는 지물류 20여 종과 수입 필기구류를 판매하고 있다. 초기 아이템은 코일링 노트 시리즈가 주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케줄 북, 캘린더, 메모지 등 그 아이템이 많이 늘었다. 그중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은 정방형의 "20x20" 노트류다. 매장 가득 색색의 노트들이 눈길을 끈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그 아이템을 중점적으로 생산하면서 문구의 틀이 잡혀나갔다. 물론 제작엔 어려움이 많았다. 가장 종이의 활용율이 떨어지는 정방형으로 노트를 제작한 것도 그랬고, 소량으로 생산하는 데 따른 원가부담도 그랬다. 이 노트들에는 수입지인 'k77' 재생지를 사용했는데, 이는 편견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 필기감이 가장 좋았고 국내 아트지보다 가격이 저렴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Moon9'가 문구류 시장의 견본 학습장으로 삼는 곳은 동경과 파리, 뉴욕입니다. 뉴욕은 미국의 전체적인 경기 호황과 맞물려 아주 큰 문구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물건의 완성도와 가격의 합리성에 있어 많은 배울 점이 있는 곳이죠. 파리 레알 지구에 있는 문구점들에서도 세련된 고품격 문구류의 표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동경에 제품 런칭차 들렀다가 보게 된 시부야 지역의 문구매장들에서는 자체 상품 개발과 머천다이징에 있어 놀라운 기획력을 보이고 있는 일본인들의 솜씨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감각을 몸으로 익혀나가는 것, 그게 큰 공부죠."

하지만 이런 표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컨셉의 문구를 만든다는 것 자체도 일종의 모험이었다. 아직까지 획일화된 문구류만 접하던 구매층의 기호가 과연 여기에 맞을지도 예측하기 어려웠고, 그들의 의견을 문구제품에 반영하기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또한 대량 제작만을 고집해온 제작사와의 빈번한 견해 차이에 따른 충돌도 피할 수 없었다. 원하는 아이템을 제작할 곳을 찾지 못해 수입품으로 대체해야 했던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새인가 'Moon9' 매니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갔다. (모 여성잡지에서는 '모델 홍진경이 좋아하는 문방구'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 Moon9의 감각있는 문구세트들은 스토아 정글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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