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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핵 에너지가 아닌 삶의 에너지를!

2011-06-22


지상 최악의 원전사고라는 체르노빌 사태 이후 25년의 세월이 지났다. 당시 원전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프리피야트 마을에 생물이 살아가기 위해선 900년이, 그나마 피해가 적은 외곽지역의 경우엔 100년의 시간이 필요하단다. 생명으로 가득했던 땅이 순식간에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것. 전세계가 체르노빌의 후폭풍에 경악하고 있을 즈음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터졌다. 체르노빌 사고처럼 ‘최악’을 의미하는 7단계 판정을 받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유출된 방사능 물질은 지금도 대류와 해류를 타고 전세계로 확산 중이다.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생명과 평화, 그 영원한 가치를 꿈꾸는 한국과 일본의 디자이너들이 ‘한일디자인액티비티’라는 이름 아래 지금 작은 움직임을 준비 중이다. 그 중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박활민을 만났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Jungle :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올해 3월에 있었던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를 뉴스를 통해 보았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이후 25년 만의 일이지요. 후쿠시마에는 엄청난 방사능이 누출되었고 지금도 누출되고 있습니다. 티비에 나오는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멜트다운 가능성’ 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의 끔찍한 재앙을 의미하는지 일반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체르노빌 때도 그랬다고 합니다. 당시 지역주민들은 원전 폭발이 어느 정도의 재앙인지 전혀 알지 못했고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에서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전혀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정부도 그저 염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만 반복하고 있고요.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고 일본에 있는 친구와 이야기해보았고 환경단체들의 강연을 들어보았어요. 일본에 있는 친구도 스스로 정보를 찾고 공부를 해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말을 하더군요. 하나같이 전혀 알지 못했던 끔찍한 자료들이 너무 많아 충격적이었지요.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은폐되어 왔는지도 알 수 있었고요. 약간의 자료조사와 공부만으로도 원자력폭발이 인류의 삶에 얼마나 끔찍한 재앙을 지속적으로 불러오는지 알 수 있었죠.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방사능오염은 몸 안에 들어가 세포를 변형시키기 때문에 안전한 수치는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단순히 비를 피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오염된 토양과 해양에서 오는 다양한 음식물에서 우리 몸 안으로 방사능 물질이 유입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원자력이란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라 너무 위험한 에너지라는 거지요. 우리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이건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피한다고 피해지는 문제가 아닌 거지요. 일본의 이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거고요. 이제는 위험한걸 위험하다 말하고 다른 대안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할 때 입니다. 체르노빌 이후에 또다시 일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듯이 지금 에너지 방향을 전환하지 못하면 우리가 지금 누리는 평범한 일상을 다음세대가 누리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미 독일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은 원전포기선언 정책들을 내놓았습니다. 우리가 깨어있어서 행동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저희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뜻을 함께 하는 한국과 일본의 디자이너들이 티셔츠디자인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고 그 디자인에 댓글도 달고 누구나 교류할 수 있게 ‘한일디자인액티비티’를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Jungle :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디자인 액티비티 네트워크 그룹은 어떤 곳인가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점점 위험해지고 있는 환경이슈에 대해 발언하고 참여하는 디자인활동가 네트워크를 페이스북을 통해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형 네트워크그룹이 만들어지게 되었고요. 디자이너와 번역가, 큐레이터, 프로그래머, 사회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자발성과 협업을 바탕으로 이번 ‘611티셔츠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처음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자발적인 코어그룹이 만들어졌고 이들이 사이트를 기획하고 일감을 나누고 문제가 생기면 새로운 사람들을 찾거나 소개받고 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하나씩 하나씩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지요. 다시 말해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만큼씩을 모아서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이 프로젝트가 세상에 나오게 된 거예요. 저는 이와 같은 자발적 협업의 경험이 성숙된 시민사회를 만든다는 생각을 해요.

Jungle : 현재 한일 디자인 액티비티 티셔츠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611 세계시민의 날을 맞아 글로벌액션사이트를 중심으로 일본 전역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탈 원전에 대한 메시지를 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티셔츠프로젝트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일 양국에서 디자이너들과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참가한 작품을 현장에서 다운받아 피켓을 만들거나 이미지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특히 양국의 교류를 위해 일본참여자는 한국어로, 한국참여자는 일본어로 디자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지요. 현재 디자이너 안상수 선생님을 비롯, 서른 명 정도의 한일 디자이너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100명 정도까지 참여인원을 늘릴 계획입니다. 추후 오프라인 전시회도 열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할 생각이에요. 이 프로젝트는 아직도 계속 진행 중이니 뜻 있는 디자이너들의 많은 참여가 요구됩니다.

Jungle : 이번 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목표는 25년 전 체르노빌과 이번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를 통해 원자력이라는 에너지가 얼마나 인류에게 끔찍한 재앙을 지속적으로 야기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또한 그 동안의 에너지 과소비형, 환경파괴형 삶의 방식을 성찰해보는 시점을 마련하자는 데 있어요. 나아가 문명의 새로운 전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이를 자연과 생명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순환형태의 삶의 방식으로 바꾸는 것 또한 중요하지요. 아까 말했다시피 독일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원전을 포기하는 정책이 발표되었고 대안적인 삶의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런 분위기를 좀더 확산하고 발전시켜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장을 계기로 좀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디자인활동가라는 영역을 사회에 만들어보려 해요.

Jungle : 그룹이, 혹은 디자이너로서 박활민이라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에서는 개인의 희생을 전제로 한 성장과 고립되어가는 개인을 양산하는 자본시장의 경쟁력이 우선시 되었어요. 저는 여기에 반해 활력 있는 관계와 공동체를 통해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는 삶의 방식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삶의 방식을 다시 디자인해야 하는데 광범위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주변 이웃들과의 관계를 통해 하나씩 회복을 시도해 보는 거죠. 당장의 해결을 목표로 하지 않고 시도하는 흐름에 동참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 봅니다. 흐름이 강화되면 변화의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믿어요. 사실 시도하고 참여하는 것 자체가 무기력한 삶에 대한 보상이지요.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고 삶에 대한 방향성을 잡아준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목적은 삶 자체라고 생각하니까요

Jungle : 앞으로 디자인 액티비티 네트워크 그룹의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점점 강화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삶의 방식으로 인해 위험해지고 있는 환경과 삶의 이슈들이 많습니다. 이를 디자이너들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로 확산시키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좀더 나은 삶을 상상하는데 기여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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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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