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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바람이 관통하고 시야가 유연하니 지붕은 곧 ‘감각’이 된다

김미주(mjkim@jungle.co.kr) | 2015-07-09


뉴욕현대미술관(MoMA PS1)이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프로젝트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 이하 YAP)은 전세계에 네트워킹 되어 새로운 건축가를 발굴한다. 국내에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현대카드와 함께 젊은 건축가를 선정해 건축전을 연다. 이 프로젝트의 기회를 부여 받은 젊은 건축가 그룹은 9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앞마당에서 많은 이들을 끌어안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고개를 들어 머리 위를 본다. 우리 머리 위에는 항상 무엇이 있었나? 파란 하늘은 이미지가 아니라면, 실제로 고개를 꺾어서 본지 오래고, 작업대 위 테이블 조명, 실내 콘크리트 구조물, 혹은 마치 젓가락처럼 가지런한 형광등? 고개를 들어 지붕을 보고 우리는 다시 머리 위와 몸을 덮는 이 특별한 가리개(갈대발)를 온몸으로 느낀다. 그리고 생각한다. 지붕을 몸으로 느끼는 게 이렇게 아늑했었나?

뉴욕현대미술관(MoMA PS1, 수석 큐레이터 마르티노 스티에를리)이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프로젝트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는 지난 98년부터 시작해 전세계(이탈리아의 로마, 칠레 ‘산티아고’, 터키 ‘이스탄불’, 대한민국 ‘서울’)로 전개 중이다. 국내에는 모마와 인연이 깊은 현대카드가 이들과 함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였고, 올해로 두번째 이 프로젝트의 기회를 부여 받은 젊은 건축가 그룹이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에서 공공의 의미 담은 장소에서 많은 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현대카드의 18번째 컬처프로젝트인 이 프로그램의 최종 선정 건축가는 SoA(Society of Architecture 강예린, 이치훈)의 ‘지붕감각’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앞마당에 자리잡은 커다란 설치물은 각각의 높이가 다른 곡면의 지붕형상을 갖추고 있다. 건축적 요소로서의 지붕이 갖출 수 있는 여러 감각들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과장된 지붕을 디자인한 SoA는 파빌리온 형태의 구조물을 통해 공공의 장소성과 지역성(북촌, 경복궁), 시기성(여름철)을 기반으로 시각적 따스함, 빛의 변화, 물이 떨어지는 방식들로 색다른 경험을 전달한다.  

발 밑에는 소나무 껍질(Bark)이 갈대발 지붕의 레이어와 조화를 보여주며, 사각사각(청각), 갈대와 소나무를 휩싸는 대지 위의 공기(후각), 갈대발의 산들산들 그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때로는 빗물을 타고 흘러내리는 처마의 지붕(시각)을 연상시키는 공감각의 향연을 보여준다. 이번 공모 주제인 ‘그물, 그늘, 쉼터’의 키워드에 의미를 담은 이 특별한 지붕은 ‘건축’을 어렵게만 여겨왔던 일반인들에게 영역의 장벽 낮추고, 많은 이들에게 좀 더 익숙하고 친근하게 접근 가능하도록, 보는 것보다 느끼고 경험하는 디자인으로 자연의 요소를 담아낸다.
 

지붕감각을 완성한 SoA는 현대미술계에서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건축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보여줬던 서울시립미술관의 피스마이너스원의 전시부터,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서 시민들이 공공도서관에서 예술을 읽을 수 있는 가구, 공간-시간화, 장소교환, 소비문화의 단면들을 문화역서울 전시장에 연출한 바 있다. 이번 지붕감각의 디자인에 대해 SoA의 강예린 소장은 “다양한 레이어를 가진 지붕의 시야 확보를 위해 단의 높이에 고심했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요소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지붕이, 시각적 오브제뿐 아니라, 직접 안으로 들어와서 경험할 수 있는 파빌리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름철에 누구나 와서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미술관 외부 마당에서는 우승작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쉼터를 준다면, 내부 전시실에는 최종후보에 오른 5개 팀의 프로젝트의 계획들을 도면과 드로잉, 스케치, 모형, 영상 등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뉴욕현대미술관의 국제 네트워크 기관들, 산티아고 컨스트럭토, 로마 국립21세기미술관, 이스탄불 근대미술관의 우승작과 최종후보작 또한 함께 선보인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계 각국에 현존하는 젊은 건축 디자이너들의 생동하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시도들을 하나의 맥락에 두고 살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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