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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그래픽디자인계의 스타, 사그마이스터

2012-10-23


스타 그래픽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가 지난 2004년에 이어 8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지난 9월 22일부터 시작된 ‘사그마이스터展(Sagmeister: Another Show about Promotion and Advertising Material)’을 통해서다. 스위스 로잔을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브레다 등 유럽의 도시들을 순회하던 중 한국에 온 이번 전시는 사그마이스터의 최신 디자인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된다. 전시는 세종문화회관 전시관에서 11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앰허스트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그의 이름과 동시에 떠오르는 작품을 꼽으라면 사그마이스터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1999년 AIGA(미국그래픽디자인협회) 강연회 포스터를 이야기할 것이다. 자신의 신체에 거칠게 새겨 넣은 타이포그래피가 조금은 충격적이기 까지도 했던AIGA 강연회 포스터는 단번에 사그마이스터를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디자이너 중 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 강렬했던 인상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그를 작가주의 성향의 디자이너로 알고 있기도 하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그마이스터를 작가주의로 한정 지어 설명하기도 어렵다. 계속해서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는 진보적이고 예술성이 있는 디자이너임에는 분명하지만 그의 작품들 대부분이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생태계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가 있기에 사그마이스터를 뉴욕 그래픽디자인의 ‘아이콘’이자 ‘스타’라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사그마이스터展(Sagmeister: Another Show about Promotion and Advertising Material)’은 ‘Selling’이라는 주제로 그가 최근 몇 년 동안 선보인 상업적 결과물들을 선보인다. 이 결과물들을 보면 진보적, 예술적 실험의 시도가 담겨있다는 것을 쉬이 알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전시에서 소개되는 그의 작품들은 언뜻 ‘관람’을 위한 순수예술의 영역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전시 작품들의 본질은 관람이 아닌 ‘판매’에 있다. 대중들을 위한 상업적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이는 대중적 상업성과 혁신적인 예술성, 그 둘 사이의 가교를 놓는 사그마이스터의 성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전시를 통해 하나의 디자인회사가 상업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을 구분 없이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스위스 로잔에서 시작된 이번 전시는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거쳐 한국에 오게 되었다. 유럽 순회 중 한국을 찾게 된 것은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구분이 뚜렷한 유럽에 비해 이 곳은 두 예술세계에 대한 이질감이 크지 않아 한국 관람객들이 전시를 보다 잘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그마이스터 인터뷰 中



전시는 ‘Selling Culture’, ‘Selling Corporation’, ‘Selling My Friend’, ‘Selling Myself’ 등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Selling Culture’에는 음악, 건축, 미술, 도시 등 사그마이스터만의 방식으로 소화된 문화 관련 프로젝트 결과물들이 전시된다. 그래미 어워드를 두 번이나 수상한 토킹헤즈, 데이비드 번과 브라이언 이노의 앨범 쟈켓, 마리코 모리, 구어치앙 등 작가들의 작품 도록, 콜롬비아 건축대학원 작품집, 비엔나의 문화가 수록된 가이드북 등을 이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사그마이스터의 주요 클라이언트인 리바이스, 스탠다드 차타드, 어도비 등 다국적기업들과 진행한 광고 프로젝트들은 ‘Selling Corporation’에서 만날 수 있다. 어쩌면 가장 상업적이어야 할 기업광고 속에서 사물의 본질과 의미를 되새기며 기업과 소비자의 창조적인 연결을 꾀한 사그마이스터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Selling My Friend’와 ‘Selling Myself’는 상업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Selling My Friend’는 제목 그대로 사그마이스터 주변 사람들을 위한 프로젝트로 그만의 유머를 살린 친구의 청첩장이라든가, 친분 있는 패션디자이너 애니 쿠안의 컬렉션 브로셔 등이 전시된다. 마지막으로 ‘Selling Myself’는 사그마이스터 자신을 표현하는 전시 포스터, 명함, 도록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바나나가 익으면서 생기는 색 차이를 이용해 타이포그래피를 표현한 ‘바나나벽’과 암스테르담의 광장에 25만개의 동전으로 설치한 ‘집착으로 인해 인생을 힘들어지지만 작품은 더 좋아진다’ 등 그의 최근 작업들이 눈에 띈다. 또한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생생하게 담겨있는 그의 스케치북도 이 섹션에서 소개된다.


사그마이스터는 이번 전시에서 기아자동차와 함께 한 ‘쏘울 아트카’ 프로젝트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아트카는 기아차의 문화마케팅 일환으로 기획된 콜라보레이션 작업으로 블랙과 화이트로 펼쳐지는 타이포그래피가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다. 단순히 착시와 같은 시각적 효과를 노리는 듯한 연출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전시장 배경을 가득 매운 블랙 글자들에는 부정적인 단어들을 반대로 쏘울 차체에 새겨진 화이트 글자들에는 긍정적인 단어들을 숨겨 놓은 것. 이는 쏘울을 주인공으로 주변 상황이 힘들더라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사그마이스터의 의도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결정을 내립니다. 그 결정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나쁜 결정이라는 것은 없으며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마음입니다. 삶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추구하길 바랍니다.’ -사그마이스터 인터뷰 中


‘스타 디자이너’라는 수식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2000년 이후의 최근 프로젝트 위주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는 사그마이스터 스타일의 디자인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려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끝으로 지난 9월 21일 열렸던 전시 오프닝에서 사그마이스터가 직접 거울에 새긴 문장을 통해 그의 디자인 철학을 다시 한번 엿보는 것으로 전시이야기를 마무리한다.


‘I think the best we can hope for as designers, is to be involved in work, that either delights people and that helps people. We certainly don’t always achieve that, but it’s a good goal to keep in mind nevertheless. (나는 디자이너로서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고의 경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또 도울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매번 그 목표에 도달 할 수 없을지라도 마음에 새겨둘 만한 목표이다.)’ -사그마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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