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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고양이의 눈빛은 우리를 닮아있다

2017-08-09

 

 

김하연 작가는 길고양이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다. 지난 11년 동안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서, 그들의 삶을 여과 없이 본 작가는 한치의 꾸밈없이 ‘길고양이의 현실’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끊임없이 전시와 강연을 연다. 그가 들려주는 길고양이의 삶 이야기.


©김하연

©김하연


#01.
“블로그를 하고 싶었는데, 콘텐츠가 없었어요. 마침 혼수로 받은 카메라가 있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죠. 주로 풍경을 찍었는데, 우연히 동네 고양이를 찍게 된 거예요. 뷰파인더 속 고양이의 눈은 마치 사람처럼 피곤하고 힘들어 보였어요. 그때부터 11년간 고양이를 찍고 있어요.”

#02.
“고양이를 찍기 시작하면서 정한 법칙이 ‘고양이의 시선에서 바라보자’ 였어요. 그래서 바닥에 누워서 촬영해요. 고양이를 발견하면 엎드린 채로 배를 끌면서 조심스럽게 다가가요. 줌 렌즈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까이 가야 하거든요. 그래도 못 찍는 경우가 허다해요.”

©김하연

©김하연


#03.
“처음에는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그런데 다 똑같더라고요. 상황이 다르지 않다면, 굳이 고양이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이제 저희 동네에서만 사진을 찍어요.”

©김하연

©김하연

©김하연

©김하연


#04.
“저한테 블로그는 갤러리예요. ‘고양이는 고양이다’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화양연화’, ‘구사일생’, ‘나는 너다’, ‘작별’ 등 서브 카테고리가 있어요. 촬영한 사진을 각 카테고리에 맞게 선별해요. 그 외에 ‘캣밍아웃’, ‘고양이는 의외로 가까이 있다’, ‘고양이집사’라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05.
“불러주신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요. 제가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진 속 고양이들이 유명해지는 거니까요. 제 사진은 심미적인 고상함, 예술적인 성취를 보여주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작가라고 불리는 것도 부담스러워요. 그러나 전시와 강연을 하면서 사람들이 변화된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껴요.”

어린 새끼인데도 벌써 지쳐 보인다. ©김하연

누가 네 눈빛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김하연

©김하연

©김하연


#06.
“사람들에게 고양이의 시선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전시를 하게 되었어요. 고양이들이 왜 이런 눈빛을 가지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해요.”

#07.
“길고양이들은 성묘가 되면 눈빛에 두려움이 많아져요. 길에 살면서 어미, 자기 새끼들, 동료가 죽은 모습을 다 봤을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그 아이가 선한 눈빛을 하고, 기분 좋다고 꼬리를 빳빳하게 세울 수 있겠어요.”

어미와 새끼의 눈빛은 확연히 다르다. ©김하연

어미와 새끼의 눈빛은 확연히 다르다. ©김하연


#08.
“길고양이가 고양이처럼 살아갈 때의 눈빛과 행동은 무엇인가, 과연 우리나라의 고양이들은 일본, 대만의 고양이와 같은 눈빛을 가지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아니라는 대답이 나와요. 본능적으로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이에요. 배만 부르면 15시간씩 자고, 사람한테도 심드렁하고요. 이런 아이들한테 죽음의 공포, 배고픔, 두려움과 같은 감정이 없다면 눈빛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김하연

©김하연

고양이다운 길고양이의 모습 ©김하연

길고양이도 고양이일뿐인데. ©김하연


#09.
“고양이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고양이를 몰라서 생긴 경우가 많아요. 대표적인 것이 고양이가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이에요. 고양이는 고마운 존재에게 쥐를 잡아서 갖다 줘요. 그런데 사람은 자기에게 해코지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10.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저는 예뻐하는 마음보다 측은지심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강연의 목표는 듣는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거예요. 짧은 시간에 알리려면 그럴 수밖에 없거든요. 강연 내용이 고통스러울 수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실 거예요.”

김하연 작가는 길고양이의 삶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그게 불편할지라도. ©김하연

김하연 작가는 길고양이의 삶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그게 불편할지라도. ©김하연


#11.
“다산콜센터에 로드킬로 죽은 고양이 사체를 처리해달라는 신고만 1년에 8천 통이 온대요. 심지어 태어나자마자 죽은 새끼들도 많고요. 그걸 제외하고도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3년조차 안 돼요. 그런데 어떻게 예쁘고 행복한 모습만을 보여주겠어요. 물론 보여줄 수는 있지만, 과연 그것이 길고양이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요?”

#12.
“제 사진은 불편하고 힘들어요. 그러나 종군기자가 참혹한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전쟁의 폐해를 고발하듯이, 저도 길고양이의 현실을 끊임없이 알릴 거예요.”

작가는 새벽에 신문을 배달하면서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사진도 찍는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지 않을까. ©김하연

작가는 새벽에 신문을 배달하면서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사진도 찍는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지 않을까. ©김하연


#13.
“제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10년 전보다 길고양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늘어났지만, 길고양이의 삶은 1도도 나아지지 않았어요. 이제는 행동할 때에요. 물론 모든 사람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구조하고, 입양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개인이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돼요. 따뜻한 시선 하나만 주더라도 길고양이의 삶은 바뀔 수 있어요.”

#14.
“저는 고양이와 가까워지는 방법을 연애에 비유해서 설명해요. 연애할 때처럼 서로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감해야 한다고요.”

©김하연

©김하연


#15.
“활동량이 많은 20~30대가 길고양이 문제를 널리 알린다면,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우리 사회는 충분히 바뀔 수 있어요.”

#16.
“장담컨대, 우리와 고양이가 함께 산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 고양이들이 엄청 눈에 띌 거예요. 그러면 주변 환경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는데, 그게 시작이에요.”

‘고양이는 의외로 가까이 있다’ 시리즈.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길에서 수많은 고양이와 마주쳤을지도 모른다. ©김하연

‘고양이는 의외로 가까이 있다’ 시리즈.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길에서 수많은 고양이와 마주쳤을지도 모른다. ©김하연



에디터_허영은( yeheo@jugnel.co.kr)
자료제공_찰카기 김하연( ckfzkrl.blog.me / Instagram @ckfzk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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