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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2017 베니스 아트 비엔날레

손민정 밀라노 통신원 | 2017-08-02

 


 

베니스는 아트 비엔날레와 건축 비엔날레를 개최한다. 올해 아트 비엔날레는 5월 10일부터 11월 26일까지 베네치아 자르디니 본관과 베네치아 도시 곳곳에서 열린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VIVA ARTE VIVA(예술 만세! 만세!)’로 파리 퐁피두 센터의 수석 큐레이터인 크리스틴 마셀(Christine Macel)이 총괄을 맡았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베니스 거리의 안내판과 전시회 홍보 포스터(Photo by 손민정)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베니스 거리의 안내판과 전시회 홍보 포스터(Photo by 손민정)


 

“휴머니즘이 심각하게 위험에 빠지고 갈등과 심한 변동을 가지고 있는 세상에서 예술이야말로 인류가 가지고 있는 부분 중 가장 가치가 있는 부분이다(In a world full of conflicts and jolts, in which humanism is being seriously jeopardized, art is the most precious part of the human being).” - 2017 비엔날레의 발표

 

베니스 비엔날레가 갖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국가 별로 국가관(national pavilion)을 운영하며 황금 사자상을 수여하는 것으로 올림픽과 같이 국가주의(Nationalism)의 영향을 받아 왔으나 최근 들어서 국가주의는 많이 줄어들고 있다. 

 

독일관의 안네 임호프(Anne Imhof)의 〈파우스트(FAUST)〉

독일관의 안네 임호프(Anne Imhof)의 〈파우스트(FAUST)〉 

(출처: www.facebook.com/Labiennaledivenezia)

한국관, 이완 작가의 〈mr. K〉

한국관, 이완 작가의 〈mr. K〉 (출처: www.facebook.com/Labiennaledivenezia)


 

올해의 황금 사자상은 안네 임호프(Anne Imhof)의  작품 〈파우스트(FAUST)〉가 설치된 독일관이 수상했다. 안네 임호프는 사실주의 작가로 〈파우스트(FAUST)〉에서 그녀는 그림, 조각, 설치, 건축 및 공연 등을 작품에 포함시켜 상징주의를 넘어선 리얼리즘을 보여주고자 했다. 한국관에는 이대형 큐레이터와 코디 최 작가, 이완 작가가 참여해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의 한국과 오늘날의 한국의 모습을 그려내 한국인의 정체성과 한국 사회의 근대화, 산업화, 세계화 과정 속에서의 변화와 갈등 그리고 혼란적 상황들을 보여주고 있다. 

 


베니스의 산 마르코  성당(San Marco Basilica)과 리알토(Rialto) 다리(Photo by 손민정)

베니스의 산 마르코 성당(San Marco Basilica)과 리알토(Rialto) 다리(Photo by 손민정)

 

 

비엔날레가 열리는 도시 베니스, 베니스가 여는 비엔날레 

다양한 국가관들이 모여 있는 자르디니의 본관에도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지만 도시 내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회들과 베니스의 독특한 건축물들과 함께 어우러진 설치 작품들을 보는 것도 비엔날레와 베니스를 함께 즐기는 방법이다. 베니스는 물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수면 위에 떠있는 건축물들과 물 위를 가르는 곤돌라들로 상징되고 있다. 베니스는 해상 교역의 요충지로 과거 동로마 제국과 가까운 요충지이자 다양한 로마 문화를 유럽에 전파하던 지역이었으며, 무역과 해상 교역으로 베네치아 공화국은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도시 곳곳의 화려하며 장식적인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도시이다. 

 

그 이후에도 관광업과 유리 산업들로 그 부유함과 무역이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베니스 비엔날레의 최초의 목적이 동시대의 새로운 미술 작품들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베니스가 가지고 있는 도시적 맥락과 흐름을 같이한다. 

 

MODUS 전시회 입구

MODUS 전시회 입구

Modus, Resi Girardello, Venezia 2017

Modus, Resi Girardello, Venezia 2017

Modus, Zou Cao, Venezia 2017

Modus, Zou Cao, Venezia 2017

Modus, Gong Hao, Venezia 2017

Modus, Gong Hao, Venezia 2017(Photo by 손민정)



베니스, 예술보다 더 예술적인

이번 비엔날레의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경계의 모호함이다. 독일관의 〈파우스트〉는 공간에서 보여주는 행위 예술을 통해서 리얼리즘의 끝을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시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프랑스관의 경우에는 공간을 공연장으로 만들어서 그 공연장에서 연주자들의 연주를 관람객들이 듣고 느끼는 과정을 예술로 표현한다. 현실과 아트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작품 자체의 현실적 표현과 이를 감상하고 느끼는 관람객들이 함께 어우러지게 해 예술과 실제, 작품과 관람객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 경험주의를 강조한다.  

 

이외에 베니스 시내에서 진행된 ‘MODU전’은 ‘현대 예술에서의 기술과 시, 물질(Techniques-Poetics-Materials-in Contemporary Art)’을 주제로 전시장 내에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오브제와 가변하는 허상의 이미지인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이어져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통해 오브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와 내용은 계속 변환되고, 거울에 반사되는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허상과 작품 실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며 실제와 허상의 경계의 모호성을 경험하게 된다. 

 

이 전시의 목적은 역사의 시간을 의미하는 실제적 작품과 현재적 시간을 상징하는 미디어 아트 사이의 창조적인 경험을 탐구하는 여행을 제공하는 것이며, 관람객이 이를 느낄 수 있도록 어두운 공간 안에서 빛을 찾아가도록 구성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현실과 디지털의 조화를 통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경험의 범주를 확장시키며 경계의 모호함 속에서 예술이 선보이고자 하는 의미를 찾아 나가게 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 또는 작품과 현실의 경계가 애매한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은 자신의 경험과 자신만의 해석으로 예술을 받아들인다. 이러한 예술 작품과 자유로운 해석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세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함으로써 예술은 작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경험이 되어 우리가 넓은 시각과 열린 사고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James Lee Byars, 〈The golden Tower〉

James Lee Byars, 〈The golden Tower〉

The archaic 〈The pavilion of Iraq〉

The archaic 〈The pavilion of Iraq〉

Tehching Hsieh, 〈doing time〉

Tehching Hsieh, 〈doing time〉

물에 비치는 산 마르코 광장(San Marco piazza)의 야경(Photo by 손민정)

물에 비치는 산 마르코 광장(San Marco piazza)의 야경(Photo by 손민정)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동안에 베니스 곳곳에서는 이질적인 풍경들이 나타난다. 베니스가 무역을 통한 금융의 중심지로서 역사로 쌓아 올린 화려한 과거의 건축물들과 몇 세대를 이어가면서 전통적으로 물려 내려오는 검은 곤돌라, 오래된 회화의 장면과 오늘 찍은 사진의 차이가 사람들의 옷차림뿐인 오래된 도시 곳곳에 다소 난해할 수도 있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설치 예술 작품들이 들어선다. 모든 작품들엔 각각 그 의미와 주제가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예술과 현실이 혼재된 공간이다. 비엔날레가 이루어지는 베니스 자체가 예술과 현실이 혼재된 공간이 되며, 과거와 현재의 예술 작품의 이질감이 뒤섞이는 공간이 된다. 이를 통해 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은 예술의 의미와 각자의 경험을 통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Lorenzo Quinn, 〈Support〉

Lorenzo Quinn, 〈Support〉 (출처: www.theatlantic.com)


 

이 도시 안에서는 더 이상 국가관 안의 작품들 혹은 전시회의 작품들만 예술이 되는 것이 아니라 거리 상점의 유리 공예들과 오래된 간판들, 건축물, 도시를 휘감고 있는 운하들과 흐르는 물, 그것이 반사되는 풍경까지도 예술이 된다. 모호한 실제와 허상의 경계로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를 끊임없이 방문하는 이유는 결국 베니스라는 도시 자체가 예술보다 더 예술적이기 때문이다. 

 

글_ 손민정 밀라노 통신원(smj91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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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밀라노 공대에서 (Politecnico di Milano)에서 제품 서비스 시스템 디자인을 전공 후 서비스 디자인,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이롭게 만들 디자인의 힘을 믿고, 늘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서 길을 나설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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