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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항공기, 디자인으로 거듭나던 날

2014-05-21


같은 꽃을 표현했음에도 이렇게 감각적일 수 있을까? 과감하고 커다란 꽃이 컬러풀한 패턴을 완성해 브랜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마리메꼬의 스테디 셀러이자 해피 패턴, 우니꼬(Unikko)가 50주년을 맞았다. 반세기 이상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오리지널 플라워 패턴은 핀란드의 국적기, 핀에어(Finnair)의 항공기 외관에도 적용되어 지난 20일 인천에서 출항했다. 항공사와 디자인 브랜드의 특별한 만남이 한국 발 핀란드 행 항공기 안팎에 적용되어 인천-헬싱키 구간을 연결해 이색적인 콜라보레이션으로 거듭난 것이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자료제공 ㅣ 마리메꼬, 핀에어

우리가 특별한 생각 없이 그동안 자연스레 행했던 출국장면을 상상해보라. 공항에 도착, 비행기에 타고 나서도 심신이 안정돼 잠들기 전까지, 적어도 1시간 이상의 비행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한정된 공간 안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기 때문에, 없던 피곤함마저 생기기 일쑤다. 항공기 내에서 눈의 피로를 가셔주는 무언가 색다른 아이템 혹은 눈 맛이 즐거웠던 경험은 기내 작은 창문 밖으로 비치는 구름과 하늘의 맑은 컬러였을 뿐이다. 이런 기내 풍경에 변화를 가져다 준 프로젝트가 디자인 브랜드 마리메꼬와 핀에어에 의해 펼쳐졌다.

지금 이 시간에도 기업간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이 고객의 마음을 붙드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항공사와 디자인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은 이색적인 광경을 보여준다. 이른바 ‘디자인 콜라보레이션’은 마리메꼬와 핀란드 항공사 핀에어가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디자인 협력을 체결한 케이스로, 지난해 5월부터 핀에어의 전 노선에 승객들을 위한 한정 식기, 마리메꼬 포 핀에어(Marimekko for Finnair) 컬렉션의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기내 헤드커버, 베개, 담요 등의 패브릭 제품과 기내에서 제공되는 음식이 담겨 나오는 테이블 웨어까지 적용됐다. 특히 기내 모든 서비스를 담당하는 승무원의 앞치마, 유니폼에서도 마리메꼬 패턴이 반영되어 활용돼 왔다.

지난 20일에 한국 고객을 위해 특별히 선보인 특별 항공기의 외관은 마리메꼬와 오랜 기간 함께 한 우니꼬 패턴이 래핑됐다. 기존에 사용됐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을 기내 좌석 전 구역에 활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승무원 유니폼의 형태는 우니꼬 패턴을 적용한 한복으로 새롭게 디자인됐으며, 특별기에 탑승한 승객 전원에게 컬렉션 디자인 제품이 담긴 파우치를 증정했다. 심신을 안정시켜 기내에서도 흥미를 유발하는 세이프 디자인이 적용된 콜라보레이션의 테이블 웨어를 디자인한 새미 루오살라이넨(Sami Ruotsalainen)은 기내라는 공간의 제약에 적합한 디자인 제품을 완성했다.

새미 루오살라이넨은 헬싱키의 알토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글라스 웨어, 세라믹 전문 디자이너로 2001년부터 마리메꼬에 합류해 현재까지 테이블웨어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핀에어에서 제공되는 모든 기내식은 그의 손에서 완성된 디자인 식기에 제공된다.

Jungle : 핀에어와 함께 하는 콜라보레이션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기내에 적용되는 테이블 웨어의 방식은 기존의 방식과는 많이 다를 듯 하다.

처음 핀에어와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에 대한 제의를 받았을 때는 어떤 제품을 어떻게 만들게 될지에 대한 가이드가 없었다. 기내용 식기 디자인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약사항들이 많았는데, 식기가 차지하는 공간이 한정적이고, 안전한 서브를 위해 규격과 무게, 내구성을 고려해야 했기에 소재 선택에 신중해야 했다. 핀에어 콜라보레이션 머그가 다른 제품들보다 낮은 높이인데다, 식기 안에 담기는 음식들이 어떤 것이며, 어떻게 보여져야 하는지도 고려 대상이 됐다.

패턴과 컬러를 결정하는 데는 더욱 긴 논의가 필요했다. 전반적으로 편안함을 전달하는 차분한 콘셉트에 포커스를 맞췄다. 많은 사람이 꽤 오랜 시간 같은 공간 안에 밀집되어 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고려했는데, 밖으로 보이는 초원과 넓은 바다를 생각해 그린과 블루컬러를 메인으로 차분한 느낌을 위해 밝은 톤의 그레이도 함께 사용해 다른 색감과의 매치를 고려했다. 시간대를 달리해 서브되는 기내식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색감에 변화를 줬고, 음식의 컬러까지 고려해 식기를 디자인했다. 특히 패턴 디자인은 친숙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주로 돌이나 깃털 등에서 영감을 받은 회색 냅킨 같은 소품들을 사용해 독창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좌석 등급에 관계없이, 이코노미 클래스의 종이컵 하나의 디자인까지 모든 승객이 흥미를 누릴 수 있도록 디자인을 통해 세심하게 배려했다.

Jungle : 제품 디자이너로서 본인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패턴 디자인을 입히는 과정 등에 대한 설명하자면.

제품 디자이너로서 무엇보다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드는 것을 우선시한다. 패턴 디자이너들과 어떤 패턴을 어떤 방식으로 제품에 배치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언제나 제품의 형태를 먼저 잡고 난 뒤에 어떤 디자인을 어떻게 넣을 지를 고민한다. 오이바가 갖고 있는 화이트 컬러 배경에 각각의 패턴이 가진 디자인적 요소를 어떻게 조화롭게 배치할 지를 고민하는 식이다. 그것이 마리메꼬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살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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