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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하, 이상하게 귀엽네

2017-05-11

 


 

우리 아저씨는요. 대머리고요. 얼굴엔 팔자주름이 깊게 패였어요. 개그 칠 때마다 아재라고 놀림받는 일이 허다하지만, 사실은 엄청 외롭고 소심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귀여워요.

 


 

아저씨에 빠진 사람들(feat. 아재미)

아재개그, 아재파탈, 아재감성 등 아재가 대세인 세상이다. (몇몇 정치적인 아재 때문에) 요즘엔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많지만, 원래는 나이가 많아 보이게 행동하는 사람을 친근감 있게 부를 때 아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초창기 정신을 그대로 계승한 캐릭터가 바로 ‘아자씨(AJASSI)’다. 아자씨를 만든 건 닭똥집디자인의 장윤미 실장인데, 사실 처음부터 요즘의 ‘아재’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건 아니다.

“아자씨는 2015년 겨울에 처음 선보였는데요. 뭔가 대단한 의도를 갖고 만든 건 아니고요. 제가 평소에 낙서처럼 끄적이던 게 아저씨 그림이었거든요. 그냥 조금만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아무도 안 살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귀엽다고 사더라고요. 아마 처음에 반응이 별로였으면 과감히 접었을 거예요.”

 

가발 벗겨진 아자씨

가발 벗겨진 아자씨

  

반달곰이랑 등산하는 아자씨

반달곰이랑 등산하는 아자씨

 

요상하게 귀여운 아자씨의 매력에 푹 빠진 건 비단 여성 고객만이 아니다. 아재는 아재가 알아본다고 했던가. 희한하게도 아자씨는 아저씨들이 많이 좋아한다. 보통 캐릭터 문구의 주 소비층이 여성인 것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드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아자씨 포스트잇을 모으는데 하나가 빠져서 그걸 사러 쇼룸까지 왔다는 아저씨도 있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도대체 아자씨의 매력이 뭐길래 이렇게 남녀노소할 것 없이 홀릭하는 것일까?

 

공감가는 스토리와 반전 매력

“첫 번째는 ’의외성’인 것 같아요. 겉모습은 4, 50대 아저씨인데 하는 행동은 수줍은 소녀가 따로 없거든요. 부끄러워하거나 심심해하는 아저씨, 요가하거나 서핑하는 아저씨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아저씨의 이미지가 아니니까. 반전의 매력을 많이들 좋아해주시는 것 같고요. 두 번째는 ‘스토리’라고 생각해요. 아자씨 캐릭터에는 스토리가 담겨 있는 게 특징이에요. 제가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이나 감정을 캐릭터에 녹여내곤 하는데요. 그래서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른 캐릭터에 비해 많은 것 같아요.”

 

아자씨 스마트폰 케이스

아자씨 스마트폰 케이스

 

아자씨 마스킹테이프

아자씨 마스킹 테이프

 

아자씨 도자기 세트

아자씨 '한잔하자' 음주세트

 

아자씨 동전지갑

아자씨 얼굴 자수 포켓

 

많은 사람이 아자씨라는 캐릭터가 가진 스토리에 공감하고 의외의 반전 매력에 푹 빠졌지만, 사실 장윤미 실장은 캐릭터를 부각시키기보다는 ‘제품’에 충실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제작하는 제품의 영역이 상당히 넓다. 포스트잇이나 엽서 등 문구류는 물론이고, 쿠션, 가방 같은 패브릭 제품, 심지어 도자기류도 있다.

“캐릭터가 너무 강하면 이 캐릭터에 브랜드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캐릭터의 유행이 지나거나 식상해지면 브랜드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근본적으로 상품 자체에 힘을 쏟으려고 해요. 지금은 아자씨가 전면에 드러난 제품이 많지만, 앞으로는 제품을 받쳐주는 정도의 역할만 할 수도 있고, 또 아예 캐릭터가 없는 상품이 있을 수도 있고요. 너무 캐릭터에 국한하지 않는, 재미있는 상품을 기획 중이에요.”

 

밴드 킹스턴루디스카와 함께한 뱃지

밴드 킹스턴루디스카와 콜라보레이션한 뱃지

 

소시민워크와 함께 제작한 아자씨 플립북 <냉면여행>

소시민워크와 함께 제작한 플립북 <아자씨의 냉면 여행>

   

느리지만 꾸준히, 10년의 내공

아자씨의 다양한 제품은 종로에 위치한 ‘리틀템포(LITTLE TEMPO design shop)’라는 쇼룸에서 만날 수 있다. 작년 말 오픈했는데, 직거래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장터’ 같은 느낌을 표방한다. 대중의 반응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쇼룸은 디자이너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공간데, 이곳 역시 마찬가지다.

 

간판. 쇼룸에서는

간판. 쇼룸에서는 '봄이랑'이라는 또 다른 브랜드도 만날 수 있다. 왼쪽 얼굴이 아자씨, 오른쪽 얼굴이 봄이랑, 그리고 가운데 교집합 부분이 바로 이 공간이다.

 

“사람들이랑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아자씨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되게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쇼룸 운영도 저희 디자이너들이 직접 해요. 의의로 손님들이랑 이야기하면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또한 저희가 소규모 브랜드이다 보니까 무작정 제품을 출시할 수는 없어요. 쇼룸이 있으면 우선 조금만 만들어서 소비자 반응을 본 후에 정식 출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에요.”

  

쇼룸 외부 전경

쇼룸 외부 전경

 

쇼룸 내부 전경

쇼룸 내부 전경

 

‘리틀템포’라는 이름은 장윤미 실장의 10년 브랜드 운영 노하우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재작년에 아자씨를 론칭했다면서 10년 노하우라니?’라고 반문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아자씨를 론칭한 건 재작년이 맞지만, 아자씨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닭똥집디자인은 생긴 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들의 첫 번째 캐릭터인 ‘쓰바(SSBA)’는 소외받던 싱글들의 외로움을 달래며 디자인문구계에 한 획을 그은 바 있다.

 

2층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

2층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

 

“쓰바부터 10년 넘게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깨달은 건 ‘일희일비하지 말자’,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하자’ 같은 거예요. 쓰바 때는 디자인문구가 한창 붐이기도 했고, 상품을 엄청 많이 만들었어요. 그렇게 8~9년을 (약간 압박감에 시달리면서) 쓰바에 올인하다 보니까 조금 슬럼프가 오더라고요. 재미도 없고. 그래서 아자씨는 그때처럼은 안 하려고 해요. 욕심 부리지 말고 재미있게 하자, 느리더라도 꾸준히 하자는 생각이에요. 뭐, 언젠가는 또 슬럼프가 올 수도 있겠죠. 사람이니까요. 그래도 너무 연연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마음이 어지러우면 스케치도 하고 손님들이랑 이야기도 하면서 해소를 하면 돼요. 나이를 먹으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아자씨(ajas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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