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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디자이너가 목소리를 내는 방법

2017-04-20

 

 

디자인은 사회 운동이 될 수 있을까? 아니, 사회 문제를 ‘디자인적’으로 고발할 수 있을까?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 실천의 첫 단독 전시를 봤다면, 대답은 ‘Yes’다.


운동의 방식 포스터 (디자인: 일상의 실천)

운동의 방식 포스터 (디자인: 일상의 실천)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스튜디오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일은 필수가 되었다. 각 스튜디오의 색깔은 디자이너의 취향으로 결정될 수도 있고, 작업 방식으로 결정될 수도 있다. 그리고 디자이너의 생각으로도 정해질 수도 있다.

2013년에 결성한 일상의 실천은 이를 잘 보여주는 스튜디오다. 사회 문제를 포스터, 책, 설치물 등의 디자인으로 말하는 작업 태도는 이들을 다른 스튜디오와 구분시킨다.

탈영국 우정국에서 열리고 있는 ‘운동의 방식’은 일상의 실천이 스튜디오를 결성한 처음부터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는 단독 전시다. 1층에는 자체 프로젝트가 전시되었고, 2층에는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프로젝트가 전시되어 있다.

운동의 방식(Ways of practice)

일상의 실천은 매해 2~3개의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 사회 문제를 꾸준히 이야기한다. 그래서 1층에 전시한 작품은 사회 고발적 성격이 짙다. 그렇다고 작품의 내용이나 디자인이 너무 과격하거나 불편하지는 않다. 오히려 디자인적 고민이 느껴지고, 거대 설치물은 장인 정신까지 느껴질 정도다.

디자인이 운동이 될 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디자이너라면 이번 전시는 좋은 해답이 될 것이다. 주로 사회 문제를 다루는 디자인일수록 내용의 강력함에 가려 미(美)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디자이너이지 않은가. 시각적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사람들의 의식을 깨울 수 있음을 일상의 실천은 보여준다.

〈Life: 탈북 여성의 삶〉, 2011년/2017년 재제작
북한 여성이 실제로 탈북한 과정을 소설처럼 구성하여 거대한 목조 구조물로 만들었다. 오른쪽에 위치한 손잡이를 돌리면 톱니바퀴가 돌아가면서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탈북 당시의 괴로운 기억을 고문 기계처럼 생긴 구조물로 재현했다.

〈Life: 탈북 여성의 삶〉, 2011년/2017년 재제작 북한 여성이 실제로 탈북한 과정을 소설처럼 구성하여 거대한 목조 구조물로 만들었다. 오른쪽에 위치한 손잡이를 돌리면 톱니바퀴가 돌아가면서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탈북 당시의 괴로운 기억을 고문 기계처럼 생긴 구조물로 재현했다.


〈텍스트 - 이미지 변환 장치〉, 2014
타자기로 글자를 치면, 자판에 각 연결된 잉크가 분사되는 기계다.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텍스트라면, 그 텍스트를 다시 이미지로 번역해주는 것이다. 관람객은 책상 위 쓰여 있는 사용방법을 따라 직접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자, 그렇다면, 당신의 생각은 어떻게 생겼는가?

〈텍스트 - 이미지 변환 장치〉, 2014 타자기로 글자를 치면, 자판에 각 연결된 잉크가 분사되는 기계다.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텍스트라면, 그 텍스트를 다시 이미지로 번역해주는 것이다. 관람객은 책상 위 쓰여 있는 사용방법을 따라 직접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자, 그렇다면, 당신의 생각은 어떻게 생겼는가?


〈그런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14
세월호 사건을 보며 모든 삶의 존엄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작품. 철제 구조물에 작품 제목을 노란색 리본으로 꼬아서 만들었다. 단순한 문장인데 큰 울림이 있다. 그건 아마 우리 마음 속 죄의식과 안타까움 때문일 것이다.

〈그런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14 세월호 사건을 보며 모든 삶의 존엄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작품. 철제 구조물에 작품 제목을 노란색 리본으로 꼬아서 만들었다. 단순한 문장인데 큰 울림이 있다. 그건 아마 우리 마음 속 죄의식과 안타까움 때문일 것이다.


〈NIS.XXX〉, 2016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 여론을 조작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다루고 있는 웹사이트. 시사인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다. 장소적 특징을 이용, 공간을 감옥처럼 꾸며 작품 내용이 더 실감 나게 다가온다. 이제 곧 다가올 ‘큰일’을 위해 꼭 봐야 할 작품.

〈NIS.XXX〉, 2016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 여론을 조작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다루고 있는 웹사이트. 시사인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다. 장소적 특징을 이용, 공간을 감옥처럼 꾸며 작품 내용이 더 실감 나게 다가온다. 이제 곧 다가올 ‘큰일’을 위해 꼭 봐야 할 작품.


작업의 방식(Ways of Works)

2층에는 지금까지 일상의 실천이 진행한 외주 프로젝트를 전시한다. 포스터와 도록, 책 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피드백을 적어둔 인쇄물을 그대로 두어 일상의 실천의 작업과정을 상상하게 한다.

외주 프로젝트의 흥미로운 점은, 스튜디오의 사회적 성격과 상업적 성격이 묘하게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녹색연합, 국제 앰네스티(Amnesty)와 같은 NGO 단체와 꾸준히 작업하는 한편, 일러스트페어, 핸드메이드페어 등 모든 사람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행사나 전시의 포스터를 디자인하기도 한다.

일상의 실천은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디자인을 이용한다. 국내 환경에서 디자이너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접거나, 부조리한 면을 참아야 한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일관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나 일상의 실천은 이것을 해내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디자인보다 더 강한 일상의 실천의 힘이다.

테이크아웃드로잉과 함께 했던 작업이 피드백이 적힌 채로 놓여있다. 역시 디자이너는 인쇄했다고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테이크아웃드로잉과 함께 했던 작업이 피드백이 적힌 채로 놓여있다. 역시 디자이너는 인쇄했다고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2층에는 3개의 방으로 나뉘어 그동안 일상의 실천이 진행했던 외주 프로젝트가 전시되어 있다. 스튜디오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에는 3개의 방으로 나뉘어 그동안 일상의 실천이 진행했던 외주 프로젝트가 전시되어 있다. 스튜디오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일상의 실천이 작업한 책들이 진열된 공간. 책에서도 스튜디오의 사회적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상의 실천이 작업한 책들이 진열된 공간. 책에서도 스튜디오의 사회적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운동의 방식 
2017.04.10 - 04.28, 오전 10시 - 오후 8시
탈영역 우정국
전시 사이트 everyday-practice.com


에디터_ 허영은( yeheo@jungle.co.kr)
자료제공_ 일상의 실천( everyday-practic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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