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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리뷰

은은하고 화려하고 오묘해서 환상적인

2017-03-21

 


 

자개 핸드백으로 프랑스, 영국, 일본 등지에서 세계인들의 눈을 사로잡은 조명희 디자이너의 자개 핸드백 전시 ‘은·화·오·환 隱·華·奧·幻’전이 갤러리로얄에서 개최된다. 

 

디자이너 조명희의 자개 핸드백을 선보이는 ‘은·화·오·환 隱·華·奧·幻’전이 갤러리로얄에서 열린다.

디자이너 조명희의 자개 핸드백을 선보이는 ‘은·화·오·환 隱·華·奧·幻’전이 갤러리로얄에서 열린다.

 

 

자개는 은은하고 화려하며 오묘한 빛깔이 특징이다. 전시의 제목도 그래서 ‘은·화·오·환 隱·華·奧·幻’이다. 디자이너 조명희는 이 자개를 활용해 보석만큼 아름다운 자개인 ‘보패(寶貝)’의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명희 디자이너가 자개 핸드백을 디자인하게 된 것은 영국에서 유학할 당시 공원 벤치에서 빵과 커피를 즐겨먹었던 경험과 연관 있다. 커피가 흘러 가방에 얼룩이 남았고, 어린 시절 자개상에서 밥을 먹던 기억을 떠올린 그는 ‘소반모양’의 자개 핸드백을 디자인했다. 핸드백 샘플 제작자들의 손사래에도 불구하고 2004년 ‘자개 소반 핸드백’을 선보였고 세계의 무대에서 주목 받았다. 

 

조명희 디자이너는 전통적인 기법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조명희 디자이너는 전통적인 기법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복은 1년에 약 2.5cm가 자라고 5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자개로 쓸 수 있는데 이 전복껍데기는 넓적줄로 갈고 다듬고 판자개로 만들어 염색한 뒤, 끊거나 주름질 해서 붙이고, 옻칠을 하고, 광을 내고, 사포질을 하고, 흠집을 메우는 과정을 거친다고 작가는 말한다. 수많은 손 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나전 작품 하나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뛰어난 기술과 예술적 깊이를 지닌 나전칠기는 천 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이어왔다. 자개는 다양한 색과 무늬로 무지개 빛보다 더욱 오묘한 빛의 향연을 펼친다.

 

전시에서는 자개와 옻칠 핸드백 50여 점을 볼 수 있다.

전시에서는 자개와 옻칠 핸드백 50여 점을 볼 수 있다.

 

 

옻칠은 시간을 받아들이는 작업이다. 기본 뼈대가 되는 나무인 백골을 만들고, 사포질을 하고, 묽게 초칠을 한 후, 70~80%의 습도와 25도의 온도에서 8시간 이상을 건조시킨다. 고운 흙과 생옻을 섞어 나무의 미세한 틈을 메우는 토칠을 하는데, 이렇게 하루는 옻칠과 사포질을, 또 하루는 건조하기를 최소 7회 이상 반복해야 한다. 적어도 보름 이상의 시간을 기다려야만 하는데 옻칠 공예나 회화작업의 경우 길게는 일 년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도 많다고 한다. 수십 번의 붓칠과 기다림, 인고에서 은은함과 그윽함이 나온다. 

 

문양은 인간이 꿈꾸는 것들을 상징한다. 우리나라 나전칠기의 문양에 기복과 풍요를 상징하는 학, 십장생, 박쥐, 용, 나비 등의 동물문(動物文), 식물의 줄기와 잎이 길게 늘어선 국화나 모란 등의 당초문(唐草文), 한자로 새긴 수복문(壽福文) 등이 있다면, 작가는 핸드백에 현시대의 정서를 담은 추상적이고 시각적이며 심리적인 이상향을 내포한 문양과 패턴을 담았다. 여기에서는 나전 문양의 가치와 가능성을 현대적인 디자인과 회화적인 차원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볼 수 있다.  

 

조명희 디자이너는 전통적인 기법을 활용한 핸드백으로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주목을 받았다.

조명희 디자이너는 전통적인 기법을 활용한 핸드백으로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주목을 받았다.

 

 

전시에서는 조명희 작가의 자개 핸드백 및 옻칠 핸드백 50여 점이 전시되며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볼 수 있다. 

 

조명희 디자이너는 핸드백 브랜드 STORI와 디자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 중이다. 다양한 전통재료와 새로운 콘셉트를 통해 자신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작품들을 선보여 한국을 대표하는 ‘K-디자이너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시 기간 동안에는 김홍주 작가의 모션그래픽이 설치, 조명희 디자이너의 신비한 판타지를 시각화한 영상이 핸드백 위에 오버랩 돼 작품에 대한 스토리를 이해시켜 준다. 전시는 로얄빌딩 복합문화공간 갤러리로얄에서 4월 16일까지 열린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갤러리 로얄(www.iRoy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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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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