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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우리집에 브랜드가 산다 ⑬

우승우(브랜드 컨설턴트) | 2017-02-10

 

 

일본에서는 ‘집’까지 만들고, ‘캠핑장’까지 운영한다는 브랜드. 1980년 유통 회사의 PB로 시작된 무인양품이 우리집 브랜드의 열세번째 주인공이다.



브랜드 관련 일을 하다 보면 ‘좋은 브랜드’를 추천해 달라거나 ‘좋은 브랜드가 가진 요건’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듣게 된다. 시장 내에 다양한 브랜드가 존재하듯이 좋은 브랜드를 정의하는 기준도 많지만, 최근에는 브랜드의 ‘진정성’이나 ‘본질’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인 것 같다. 브랜드를 그럴듯한 포장이나 예쁘게 보이기 위한 기술로만 이해하는 시선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지 않을까. 그러한 기준에서 자주 언급되는 브랜드 중의 하나가 흔히 ‘무지(MUJI)’라고도 부르는 무인양품이다. (무지는 ‘무인양품’의 일본어 발음인 ‘무지루시 료힌’에서 유래되었으며, 해외 진출 시 ‘MUJI’라는 영문명을 사용하면서 공식화되었다고 한다)

1~2년 전 국내를 대표하는 유통 그룹에서 ‘브랜드가 아니다’라는 뜻의 자체 브랜드를 런칭해서 이슈가 되었다. 유통 회사에서 만든 자체 브랜드임에도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는 메시지로 화제를 모은 이 브랜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무인양품을 닮아있다.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 역시 ‘표시(브랜드)가 없는 좋은 물건’라는 의미이며, 일본의 대표 유통회사 중 하나인 세이유 백화점의 PB(Private Brand)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무지 제품 디자인

무지 제품 디자인 (출처: 무인양품 공식 홈페이지)


무지 하우스

무지 하우스 (출처: 무인양품 공식 홈페이지)


개인적으로 언제부터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고 즐겨 쓰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무인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아마도 제품의 쓰임새나 디자인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집안 구석구석 무인양품의 제품들이 제법 많다. 기본적인 생활용품부터 심플한 디자인의 문구류는 물론이고 의류와 침구류도 무인양품이다. 얼마 전 새로 산 여행 트렁크도 있고, 마루에 놓인 가구도 무인양품 브랜드다. 일본에서는 ‘집’까지 만들고, ‘캠핑장’까지 운영한다는 브랜드. 1980년 유통 회사의 PB로 시작된 무인양품이 우리 집 브랜드의 열세번째 주인공이다.

화려하지도 않은 디자인으로 평범해 보이고, 특별하게 가격도 저렴하지 않은 브랜드인 무인양품이 그토록 많은 사람에게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제품이 주는 특별함 때문이다. 무인양품은 제품을 개발할 때 ‘이것이 좋다’ 처럼 강한 개성이나 개인의 취향을 표현하는 상품이 아닌,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이성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제품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7천여 개의 품목을 넘게 생산한다는 무인양품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생활용품에서부터 발뮤다와 같은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해서 만드는 가전제품까지 동일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많은 사람이 경험한 것처럼 무인양품의 다양한 제품들은 사용하면 할수록 우리 일상생활이 특별해지는 느낌을 제공해 준다. 이는 무인양품이 브랜드명이나 디자이너명을 활용해서 제품을 팔기보다는 제품 자체에 초점을 맞춘, 우리의 일상의 생활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그렇다.

둘째, 차별화된 디자인 때문이다. 사람들이 무인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각기 다르겠지만, 무인양품만의 심플하고 차별화된 디자인이 브랜드를 알게 하고, 관심을 끌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명확하다. 심플한 벽걸이 CD나 누런색의 노트패드에서 볼 수 있듯이 무인양품의 디자인은 화려한 색깔이나 복잡한 패턴과는 거리가 멀고 일반적인 기준에서의 예쁜 디자인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하지만 직관적이면서도 명확하고, 미니멀하면서도 무인양품다움으로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고객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철저한 관찰과 ‘디자인은 더하기가 아닌 빼기’라는 방향성을 바탕으로 디자인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하라 켄야나 후카사와 나오토 등 일본을 대표하는 외부 크리에이터들을 자문위원회(Advisory Board)에 참여시키는 점 역시 특별하다.

무지의 대표제품 벽걸이 CD

무지의 대표제품 벽걸이 CD (출처: 무인양품 공식 홈페이지)


셋째, 분명한 브랜드 철학 때문이다. 좋은 브랜드라고 여겨지는 수많은 브랜드가 각자의 명확한 ‘철학’을 지니고 있지만, 무인양품처럼 뚝심 있게 철학을 이야기 하고 그것을 실제 제품이나 매장, 디자인에 반영해서 만들어 내는 브랜드를 만나기 쉽지 않다. 이는 무인양품이 창업 때부터 ‘소비해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이유 있는 저렴함’, ‘이것으로 충분한’ 등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철저하게 반영하려는 원칙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을 고민하고, 개별 상품뿐만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집착하고 있다. 그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무인양품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삶의 방식을 제안해 주고 문화를 만들어내는 브랜드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무지 캠페인 “당연, 자연, 무인양품”

무지 캠페인 “당연, 자연, 무인양품” (출처: 무인양품 공식 홈페이지)


무지북스

무지북스 (출처: 무인양품 공식 홈페이지)


지난 주말, 무인양품 매장에 들렀다. 단정한 양말과 깔끔한 노트 몇 권을 사고 여행용품들을 둘러봤다. 좋아하는 브랜드일수록 그 브랜드의 제품이 많아지고 그 브랜드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쓰면 쓸수록 무인양품의 제품들에는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매력이 있다. ‘무인양품이 지향하는 심플함이란 그저 겸손하고 검소하기만 한 것이 아닌, 오히려 럭셔리 제품보다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라는 누군가의 평가처럼 내가 사는 물건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내가 사는 일상의 삶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브랜드. 결국, 이런 것이 무지 브랜드이고, 무지 스타일이지 않을까.


_ 우승우(브랜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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