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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뉴스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흥미로운 식물 이야기 '식물도감: 시적증거와 플로라' 전

2016-12-08

 

김지원, <식물 생체 전기 신호와 소니피케이션 리서치>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김지원, <식물 생체 전기 신호와 소니피케이션 리서치>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 서울관은 내년 3월 19일까지 자연과학, 인문학, 예술 영역 연구자들의 수집품과 저작물을 통해 식물과 인간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문화적 상황들을 보여주는 ’식물도감: 시적증거와 플로라’ 전을 개최한다. 

 

‘식물도감: 시적증거와 플로라’ 전은 식물분류학(biological taxonomy), 문화사학(cultural history),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시각문화연구(visual studies)라는 네 개 영역의 식물 전문가들이 식물 현상을 관찰하고 연구한 흔적과 창작물로 이루어진다. 살아 있는 식물, 표본화된 식물, 식물을 표상한 그림과 모형뿐만 아니라 책, 논문, 신문기사 등을 통해, 식물과 인간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문화적 상황들에 대해 보여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식물도감은 식물의 형태나 생태적 구조, 혹은 그 용도를 기준으로 구성돼 있다. ‘식물도감: 시적증거와 플로라’는 이러한 관습에서 한걸음 나아가 현장에서 식물을 다루는 젊은 동시대 연구자들의 생생한 경험들을 분류하여 보여준다. 즉 ‘문화학적(cultural) 식물도감’이다.

 

조혜진, <한국식 열대>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조혜진, <한국식 열대>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첫 번째 섹션은 미술가 김지원의 ‘아이 히어 유’다. 이국적인 모습의 관엽식물로 꾸며진 실내정원이 조성돼 있는데, 이곳의 식물들에는 오픈소스로 공유되는 생체전기신호수집 장비를 적용하여 관람객의 행동과 전시장의 환경조건에 따른 식물들의 반응을 소리를 매개로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두 번째는 ‘한국식 열대’로, 미술가 조혜진이 설치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에는 경조사 화분, 일간지의 지면기사와 보도사진, 플라스틱 인조 당종려잎의 실용신안 공보, 서울 길거리 곳곳에 방치되어 있는 누군가의 죽은 화분, 그리고 온라인 지도 서비스처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사물과 자료들이 모여 있다. 

 

세 번째 ‘보편성의 발견: 과학자가 그린 식물’은 현직 식물분류학자이자 식물세밀화가인 신혜우의 그림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해방 직후 편찬된 조선 식물 도감들, 오늘날 한반도에 자생하는 식물 종자 표본들이 함께 전시돼 있다. 순수학문인 식물분류학은 점차 침체되는 한편, 식물 이미지의 상업적 활용에 초점이 맞춰지는 식물 그림의 현주소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신혜우, <독도식물종자>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신혜우, <독도식물종자>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마지막 섹션은 ‘지붕 아래, 유리창 뒤에서’로, 연구자이자 작가인 이소요가 식물 수집과 전시에 대한 비평적 논의를 집약해 보여준다. 식물을 관람객의 시선을 기다리는 전시물로 이용하면서 인간 중심의 자연관을 되돌아보고자 주장하는 것은 이번 전시가 피하지 못한 모순이다. 이에 작가는 관람객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볼 수 있도록 섹션을 꾸몄다.

 

이소요 <식물도감 자료실>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이소요, <식물도감 자료실>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작자미상, <빅토리아 시대의 대학교재>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작자미상, <빅토리아 시대의 대학교재>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전시기간 동안 연계프로그램으로 디지털정보실 2층 라운지 DAL(Digital Archive&Library)에서 내년 3월 ‘한국 식물분류학의 역사와 식물세밀화’, ‘D-I-Y 식물 바이오피드백 워크숍’을 진행한다. 또 매달 3번째 혹은 4번째 토요일 2시에는 전시 이소요 작가가 작품의 제작 과정 및 작업 세계에 대해 관람객에게 설명하는 ‘작가와 함께 하는 전시 투어’를 진행한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과 서울과 디지털아카이브에서는 현대미술의 맥락 확장과 새로운 담론 형성을 위해 역사적 기록물과 예술 작품을 한자리에 선보이는 아카이브 전문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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