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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미래 식량을 위한 디자이너의 고민과 역할

2016-10-28

 

 

지난 10월 11일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한국 바다에서 사라진 명태를 양식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명태는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가장 많이 잡힌 국민 생선이었지만 10년 여 전부터 더 이상 잡히지 않아 수입산에 의존해왔다. 그런가 하면 동해안 중국의 어선들의 대규모 불법 조업 때문에 한국산 오징어 가격이 급등했다는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다. 상업 어업의 남획과 해양오염은 전 세계 바다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며,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어부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국가간 정치, 외교적 분쟁이나 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위) 남극을 제외한 대지 37%가 식용 농축수산물 생산에 활용되고 있다. 기후 변화가 미래 식량생산량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곡물과 씨앗류, 생선과 해산물류, 시리얼류 순으로 많이 버려지거나 낭비된다. 자료 출처: World Resources Institute, World Bank, UN. Credit: Ross Toro
(아래) 지금부터 약 35년 후인 2050년, 식용 육류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소고기는 약 40%, 돼지고기는 30%, 특히 닭고기는 2배 이상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자료 출처: Food and Agriculture Organisation, UN

(위) 남극을 제외한 대지 37%가 식용 농축수산물 생산에 활용되고 있다. 기후 변화가 미래 식량생산량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곡물과 씨앗류, 생선과 해산물류, 시리얼류 순으로 많이 버려지거나 낭비된다. 자료 출처: World Resources Institute, World Bank, UN. Credit: Ross Toro (아래) 지금부터 약 35년 후인 2050년, 식용 육류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소고기는 약 40%, 돼지고기는 30%, 특히 닭고기는 2배 이상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자료 출처: Food and Agriculture Organisation, UN

 

식량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인구학자들은 다가올 미래에 지구상의 인류에게 던져질 가장 큰 쟁점으로 세계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식량 부족을 꼽는다. 이미 75억 명(자료: worldometers.com 2016년 현재)에 이르는 세계 총 인구수에 20~40억이 인구가 더해진다는 것. 이런 추세라면 서기 2070년이 될 즈음 세계 인구는 94억에 이르며, 21세기가 끝날 무렵이 되면 세계 인구는 100억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오스트리아 소재 IIASA(International Institute for Applied Systems Analysis) 연구소는 추측한다. 그러나 UN식량농업기구는 보다 이른 2050년에 인구수 1백만에 이르고, 전 세계 인구의 70% 가까이가 도시에서 거주할 것이라 예측한다. 그 모든 인구에게 영양을 공급하려면 전 세계 농업은 지금보다 식량생산량을 60% 증강시켜야 한단다.

 

인구학계의 주장과 예측은 분분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인구가 늘면 그만큼 지구는 지금보다 더 비좁아질 테고, 그에 비례해 인구 활동도 늘어나 생태계는 더 피로해질 것이다. 인구 증가로 식량 수요가 더 늘어나면 자연히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다. 게다가 기후변화 현상이 발생할 경우 식료품의 가격 불안도 초래될 수 있다. 식량 공급의 불안정과 식량 부족은 사회불안과 소요의 불씨가 된다. 인구 증가로 인해 빚어질 여러 사회문제의 조정, 중재자 역할을 맡게 될 정부의 정책적 대비와 통치 임무는 지금보다 더 막중해질 것이다.

 

이 같은 경각심에 최근 국제 식음료업계는 과학기술 분야와 손잡고 미래 대비 효율적인 식량 보급 가능성을 실험 중이다. 이미 1990년대부터 서구의 농경업계는 수확량 극대화라는 목표 하에 병충해에 강하고 기후변화도 이겨내기 위해 밀,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을 유전자조작(GM) 기술을 응용해 재배해오고 있다. 아시아인들의 주식인 쌀도 종 개량 단계를 넘어 유전자 조작 기술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 한다.

 

곤충을 식용 목적으로 사육하는 것을 ‘미니 축산(mini-livestock)’이라고 부른다. 서구에서 곤충의 식용 섭취는 여전히 꺼려하지만, 아시아를 비롯한 기타 문화권에서는 그다지 낯설지 않다. 영국 로열칼리지오브아트 디자인학과 학생들과 프로틴(prote.in) 트렌드 연구소가 함께 진행한 ‘엔토(Ento)’ 프로젝트는 귀뚜라미, 메뚜기, 지네 같은 곤충을 맛있는 먹거리로 개발하여 상품화를 제안하는 조리법과 패키징 콘셉트 디자인을 작업했다. © 2016 Protein

곤충을 식용 목적으로 사육하는 것을 ‘미니 축산(mini-livestock)’이라고 부른다. 서구에서 곤충의 식용 섭취는 여전히 꺼려하지만, 아시아를 비롯한 기타 문화권에서는 그다지 낯설지 않다. 영국 로열칼리지오브아트 디자인학과 학생들과 프로틴(prote.in) 트렌드 연구소가 함께 진행한 ‘엔토(Ento)’ 프로젝트는 귀뚜라미, 메뚜기, 지네 같은 곤충을 맛있는 먹거리로 개발하여 상품화를 제안하는 조리법과 패키징 콘셉트 디자인을 작업했다. © 2016 Prote.in

 

이미 우리는 양식장에서 키운 닭, 계란, 생선, 해산물을 사시사철 일상 식생활에서 취하고 있다. 기후나 날씨 변화 같은 변수를 통제하고, 한정된 규모의 땅에서 최대의 수확을 올려야 하는 농부들은 신기술을 농사에 도입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목양업자는 넓은 초목지에 방목된 소양떼를 관리하고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드론을 이용한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곤충이나 해파리를 대중적 식재료로 개발하여 사육 기간이 길고 비용이 높은 육류를 대신할 단백질원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산업사회와 함께 성장한 식기 디자인

미국을 위시로 산업사회에서는 물질 풍요와 소비 시대가 본격화된 20세기 후반, 대중 식음료 산업도 함께 성장함에 따라 그래픽 디자이너의 역할도 매우 중요해졌다. 가공식품과 포장식품을 대량으로 생산, 유통하기 위해 통조림용 주석, 특히 종이와 플라스틱이 가공식품과 신선식품을 패키징하는 데 가장 널리 쓰이는 포장 소재가 되었다. 포장 용기는 생산공정이 쉽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운반이 효율적이고 선반 진열이 용이한 정방형과 원통형 모양이 주를 이룬다. 1960년대 앤디 워홀이 대중 상업 제품을 모티프로 한 팝아트 작품에서 보여주었듯, 그래픽 디자인과 광고업계는 제품의 내용물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매출 성장을 보장하는 소비 시장의 꽃이었다.

 

(좌) 캠벨 수프는 지난 2012년 팝 문화 역사 탄생 50주년을 기념하여 토마토 수프 캔 라벨 디자인을 타겟(Target) 수퍼마켓에서 한정수량 판매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는 앤디 워홀의 1962년 <32개의 캠벨 수프 캔> 실크스크린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Photo: Campbell Soup Company
(우) 테트라팩(Tetra Pak)은 상하기 쉬운 유제품을 오랜 보관할 수 있는 사면체 포장용기(Tetra Classic® Aseptic carton packages)를 개발해 1944년 특허를 받았다. 이후 이 포장 용기는 종이 소재 위생 패키징의 대명사가 되었다. © TETRA PAK International. S.A.

(좌) 캠벨 수프는 지난 2012년 팝 문화 역사 탄생 50주년을 기념하여 토마토 수프 캔 라벨 디자인을 타겟(Target) 수퍼마켓에서 한정수량 판매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는 앤디 워홀의 1962년 <32개의 캠벨 수프 캔> 실크스크린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Photo: Campbell Soup Company (우) 테트라팩(Tetra Pak)은 상하기 쉬운 유제품을 오랜 보관할 수 있는 사면체 포장용기(Tetra Classic® Aseptic carton packages)를 개발해 1944년 특허를 받았다. 이후 이 포장 용기는 종이 소재 위생 패키징의 대명사가 되었다. © TETRA PAK International. S.A.

 

네덜란드의 뇌 과학자 디크 스왑(Dick Swaab)이 저서 <우리는 우리 뇌다: 생각하고 괴로워하고 사랑하는 뇌>에서도 밝혔듯이, 인간은 이미 태아 때 엄마의 자궁 안에서 기억한 미각과 후각 경험에 따라 성인이 되어 갖게 될 식성을 형성한다. 특히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 동물의 아기는 엄마의 모유에서 맛본 단맛을 본유적으로 좋아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고 한다. 달콤한 사탕이나 빵과 과자, 짭짤하고 고소한 땅콩버터, 빨강-주황-노랑 같이 색 온도가 높고 알록달록한 패키징에 담긴 음식거리를 보면 우리의 뇌는 즉각 일명 ‘쾌감 호르몬’이라는 도파민을 분비하여 왕성한 식욕을 느끼고 손길을 뻗치게 된다고 한다.

 

20세기가 되자 요리하는 방법과 프레젠테이션하는 스타일도 근대화되었다. 서양식 요리를 새로 정의했다고 평가되는 신 미국식 퀴진(New American Cuisine)과 누벨퀴진(Nouvelle Cuisine) 영향으로 조리법은 한결 간단해지고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신요리법과 외식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음식도 ‘눈으로 먹는’ 음미(吟味)의 대상이 되었다. 전통요리를 훈련 받은 셰프들은 요리를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렸고, 테이블 세팅에 쓰이는 식기 디자인과 접시 위에 요리를 배열하고 장식하는 스타일도 그에 걸맞게 모던하고 창의적으로 변했다. 실제로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식기의 모양, 색상, 무게, 소재에 따라서 먹는 사람은 다른 맛을 느낀다고 한다. 예컨대, 둥근 식탁은 우리가 음식 맛을 더 달콤하게 느끼게 유도하며, 동제 식기로 음식을 먹으면 혀의 모양에 영향을 주어 쓴맛을 더 느끼게 한다고 한다.

 

(좌) 한 레스토랑에 설치되어 있는 푸디니(Foodini) 3D 음식 프린터. Courtesy: Natural Machines
(우) 3D 시스템스 사가 개발한 세프젯 프로(ChefJet Pro) 3D 음식 프린터를 이용하여 미국의 요리학교 컬리너리 인스티튜트 오브 아메리카(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가 개발해 찍어낸 각설탕 디자인. 초콜릿, 바닐라, 민트, 과일향 파우더를 3D 프린터기에 주입하면 프로그램된 형태로 3차원 인쇄된다. Courtesy: 3D Systems

(좌) 한 레스토랑에 설치되어 있는 푸디니(Foodini) 3D 음식 프린터. Courtesy: Natural Machines (우) 3D 시스템스 사가 개발한 세프젯 프로(ChefJet Pro) 3D 음식 프린터를 이용하여 미국의 요리학교 컬리너리 인스티튜트 오브 아메리카(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가 개발해 찍어낸 각설탕 디자인. 초콜릿, 바닐라, 민트, 과일향 파우더를 3D 프린터기에 주입하면 프로그램된 형태로 3차원 인쇄된다. Courtesy: 3D Systems

 

미래 식량을 위한 효과적인 대비책, 도심 농경

가까운 미래에 디자이너는 소비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식량을 공급하고 알뜰 소비를 유도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데 더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하다 보니 최근 음식과 관련된 디자인 또한 과학, 공학, 컴퓨터 정보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실험정신을 보인다. 음식과 첨단 과학을 접목시켜 한층 미래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는 3D 프린팅 기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내추럴 머신 사의 푸디니(Foodini)는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으로 원하는 모양과 맛의 음식을 찍어내는, 그야말로 공상과학소설 같은 환상을 현실로 보여주는 첨단 장비다.

 

한편, 20년쯤 후엔 지구의 전체 인구 중 약 70%가 대도시에서 거주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도시 중심의 식량 공급과 유통 체제도 변화해야 한다는 의식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연구 끝에 간단한 설비만 갖추면 어둡고 비좁은 실내에서도 얼마든지 식물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층층이 쌓은 재배틀에 흙 없이 물과 저에너지 LED조명으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버티컬 파밍(vertical farming)’ 수경재배법이 발전했다. 또 몇 년 전부터 유럽에서는 정책적으로 창가 농경(window farming) 또는 지하 농경(underground farming)으로 불리는 다양한 형태의 ‘도심 농경(urban farming)’ 프로젝트를 대도시 환경 속에서 실험해 직업적인 농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식용 채소를 자급자족하여 식량을 스스로 재배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농경 붐을 독려하는 추세다.

 

미국 MIT 미디어 랩(MIT Media Lab) 산하 MIT 시티팜(City Farm) 오픈 농경 랩(Open Agriculture Lab)은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미래에는 컴퓨터가 알아서 일상적인 식용 채소를 키울 것이며, 현재 무분별하게 대량생산되어 유통되는 수퍼마켓 야채, 과일류보다 영양가 높고 재배과정이 투명한 먹거리를 직접 재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MIT OpenAg 2015 MIT Media Lab

미국 MIT 미디어 랩(MIT Media Lab) 산하 MIT 시티팜(City Farm) 오픈 농경 랩(Open Agriculture Lab)은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미래에는 컴퓨터가 알아서 일상적인 식용 채소를 키울 것이며, 현재 무분별하게 대량생산되어 유통되는 수퍼마켓 야채, 과일류보다 영양가 높고 재배과정이 투명한 먹거리를 직접 재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MIT OpenAg 2015 MIT Media Lab

 

미국의 경우, MIT대 미디어 랩(MIT Media Lab)의 ‘MIT 시티팜(MIT City Farm)’ 프로젝트나 ‘그린 센스 팜스(Green Sense Farms)’가 그런 기술을 응용한 대표적인 예다. 그린 센스 팜스는 다국적 전기용품 제조사 필립스(Philips) 사와 손잡고 실내 수경재배한 채소를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에 공급하고 있는 업체다. 이 같은 신기술 사례를 잘만 응용한다면 머지 않아 도시 속 공동체 내에서 로컬 푸드 운동이 대중화를 이끌어 근거리 식료품 유통망이 구축되고, 먼 거리에서 수입해 오지 않고도 인근 주거민들이 필수 식용채소를 공동으로 자급자족하게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미래 식량 디자인의 해법, 먹을 수 있는 용기

인류 대다수는 과거 역사의 대부분 동안 항상 식량부족이나 배고픔과 싸우며 생존해왔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지금까지 이룩한 과학기술 혁신과 경제적 풍요 덕택으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먹거리의 풍요시대에 살고 있다. 산업화된 경제체제 속에 사는 현대인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여전히 전 세계 인구 중 8억 7천만 명, 그러니까 세계 총 인구 중 13%가 만성적인 배고픔과 영양부족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자료: UN세계식량계획). 이와는 반대로, 인간 소비를 위해 생산된 음식물 중 3분의 1이 버려지거나 낭비되며(자료: UN식량농업기구), 미국은 음식의 무려 40%가 쓰레기로 버려진다고 하니 이는 풍요 속 빈곤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좌) 유럽과 미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해산물 속 키토산, 바닷말과 새우에서 추출한 당질 복합체를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초박피 포장재 개발이 한창이다. 지난 2012년 브라질의 패스트푸드 체인 레스토랑 밥스(Bob’s)는 먹을 수 있는 종이 포장지로 싼 버거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행사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워서 종이 포장을 버리고 먹은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Courtesy: PSFK 
(우) 쿠키처럼 씹어 먹을 수 있는 커피잔은 설탕과 각종 향료로 향과 맛을 주입시켜 제조하여 색다른 커피 맛을 선사한다. 미국의 시애틀 커피 체인과 이탈리아 커피 제조업체 라바짜도 이 캠페인에 참여한 바 있다.

(좌) 유럽과 미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해산물 속 키토산, 해조류와 새우에서 추출한 당질 복합체를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초박피 포장재 개발이 한창이다. 지난 2012년 브라질의 패스트푸드 체인 레스토랑 밥스(Bob’s)는 먹을 수 있는 종이 포장지로 싼 버거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행사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워서 종이 포장을 버리고 먹은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Courtesy: PSFK (우) 쿠키처럼 씹어 먹을 수 있는 커피잔은 설탕과 각종 향료로 향과 맛을 주입시켜 제조하여 색다른 커피 맛을 선사한다. 미국의 시애틀 커피 체인과 이탈리아 커피 제조업체 라바짜도 이 캠페인에 참여한 바 있다.

 

이 같은 자각의식에서 최근 디자이너들은 음식을 소비한 후 부산물로 발생하게 되는 쓰레기를 줄여줄 수 있는 디자인 개발에 주목한다. 특히 환경친화적인 음식물 포장 방법이 최근 주목 받고 있는데, 미국 농무부는 현재 우유의 원료인 카세인을 사용한 포장 소재를 개발 중이다. 비닐은 음식물에 플라스틱 냄새를 배게 하고, 무엇보다도 영원히 썩지 않아 환경에 해로운 반면, 카세인 원료로 만든 피막 포장재는 화학냄새나 오염이 없고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며, 무엇보다도 자연분해가 가능해 포장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미국 업체 롤리웨어 바오디그레더블스(Loliware Biodegr(edible)s) 사에서 디자인된 혁신적인 테이블웨어 시리즈 중 컵 디자인은 한천(agar)을 주원료로 만들어졌다. 기존 플라스틱 컵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으로, 아이스크림 콘처럼 씹어 먹을 수 있고 쓰레기로 폐기되면 자연 분해된다. 2015년 3월부터 개당 가격은 우리 돈으로 만 원이 넘어 대중화하기에는 아직 고가인 것이 단점이다. Image courtesy: LOLIWARE

미국 업체 롤리웨어 바오디그레더블스(Loliware Biodegr(edible)s) 사에서 디자인된 혁신적인 테이블웨어 시리즈 중 컵 디자인은 한천(agar)을 주원료로 만들어졌다. 기존 플라스틱 컵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으로, 아이스크림 콘처럼 씹어 먹을 수 있고 쓰레기로 폐기되면 자연 분해된다. 2015년 3월부터 개당 가격은 우리 돈으로 만 원이 넘어 대중화하기에는 아직 고가인 것이 단점이다. Image courtesy: LOLIWARE

 

또 유독 최근 주목 받는 음식 디자인 아이템은 먹을 수 있는 1회용 용기(edible packaging)다. 이미 2010년 브라질 최초의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체인인 밥스(Bob’s)가 포장지와 함께 먹을 수 있는 햄버거를 고객들에게 선보여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미국 롤리웨어(Loliware) 사는 한천(agar)을 원료로 먹을 수 있는 1회용 컵을 제작해 주목 받고 있는데, 마치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난 후 달콤 바삭한 콘을 씹어 먹는 것과 같은 콘셉트를 음료용 컵에 활용했다. 아직은 단가가 비싸다는 것이 대량 유통화까지 과제로 남아 있지만, 플라스틱 미학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이 중시하는 편의성과 디자인 요구를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이고 건강에도 이로운 착한 생활용품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없다.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공상과학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중 한 장면. 큐브릭 감독은 미래 우주 시대에 인간이 먹게 될 우주 음식(Space Food)은 곡물, 야채, 과일과 약간의 단백질로 구성된 채식 가공포장식을 빨대로 빨아먹는 간편식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공상과학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중 한 장면. 큐브릭 감독은 미래 우주 시대에 인간이 먹게 될 우주 음식(Space Food)은 곡물, 야채, 과일과 약간의 단백질로 구성된 채식 가공포장식을 빨대로 빨아먹는 간편식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농축어업과 음식 관련된 연구는 정책적 차원의 계획과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한다. 활발한 연구와 막대한 사업지원 자금이 필요한 만큼, 전 세계 대형 은행들의 신기술과 첨단산업 자금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은행권이 농경정책과 신기술 산업 투자를 하기 위해 특히 의존하기 시작한 분야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한 생산방법 혁신 및 생산성 증가와 빅데이터이다. 빅데이터는 생산자인 농부부터 중간 유통업자, 음식 가공업자, 도매와 소매업자, 소비자의 소비 패턴에 이르는 전 과정의 정보를 축적하고 분석해, 생산과 소비량을 관리하고 음식물 낭비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설적인 미국의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은 먹거리를 영화 속 상징물로 즐겨 활용하곤 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큐브릭 감독은 이미 21세기가 되면 인류는 자연 자원의 고갈과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기계가 찍어낸 음식 맛 나는 영양 덩어리를 섭취해야 하는 것으로 묘사했다.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사회란 상상하기만 해도 우울하다. 미래 인류가 식량 부족과 기계 의존에 내몰리지 않도록 디자인의 역할과 사명을 재고해볼 때다.

 

_ 박진아 (미술사가 · 디자인컬럼니스트, jina@jinapa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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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칼럼니스트
미술평론가, 디자인 및 IT 경제 트렌드 평론가, 번역가이다. 뉴스위크 한국판, 월간디자인의 기자를 지냈고,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미국미술관, 뉴욕 모마, 베니스 페기 구겐하임 갤러리에서 미술관 전시 연구기획을 했다. 현재 미술 및 디자인 웹사이트 jinapark.net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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