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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사진의 공과 사를 논하다

월간사진 | 2016-07-06

 

 

 

‘사진’을 주제로 하는 대규모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이다.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전시에 대한 반응은 비판 일색이다. 비판이 일고 있는 지점을 짚어보고, 이지윤 서울관 운부장과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기사제공 | 월간사진

누군가는 ‘종합선물세트’로, 누군가는 ‘봄나물 한상차림’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은 이같은 양면성이 느껴지는 전시다. 일단, 소장품 전시가 아닌 이상에야 한 자리에서 만나보기 힘든 작가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마치 명절날 선물세트를 받는 느낌이다. 미술관 벽면이 원로 사진가와 최근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중견 사진가, 그리고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 중인(현대미술가로 분류되는) 작가 53명의 작품 200여 점으로 꽉 채워져 있는 탓이다. 반면, 시각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소개만 읽고도 따분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참여 작가 리스트만 봤을 때는 ‘그 나물에 그 밥’일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 이다. 물론 중간 중간 유채나 방풍처럼 익숙하지 않은 향의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찾아볼 수 있지만, 전시 대부분은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냉이나 달래 같은 작가 들의 작업들로 포진되어 있다.

사진전이 아닌 현대미술전시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이 알려진 것은 올해 초 전시 라인업이 발표되면서부터다. ‘사진 특별전’이라는 말의 파급력은 꽤나 강력했다. 순식간에 사진계 사람들의 이목을 국립현 대미술관으로 집중시켰다.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포스트모던 사진으로의 변화’, ‘한국사진의 로벌화’를 보여준다는 간략한 설명도 한 몫했다. 얼마 후 사진가 누구는 연락을 받았고 누구는 못 받았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돌면서 관심은 더 고조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시는 사진가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대미술전시’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미술의 언어로써 그리고 시각예술의 언어로써 지난 30년 동안 어떻게 사용되고 변화해왔는지를 돌아보는 게 주된 목표다. 전시의 초점은 자연스레 ‘사진가라 불리는 이들이 어떻게 예술을 시작했는지, 현대미술가라 불리는 이들이 사진이라는 매체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로 향했다. ‘사진’을 그들만의 리그로 보는 것이 아닌, 다시 말해 사진가와 미술가를 구분 짓지 않겠다는 의미다. 필연적으로 몇몇 사진 장르가 전시에서 배제됐다.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많은 사진가들이 전시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 목적을 설명하는 이 몇몇 사진가가 전시에서 빠질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부여했음에도 진정되지 않았다. 화이트큐브에 들어오지 못한 사진순혈주의자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진’에 대한 자부심에 상처 입은 것과 제도권에 간택되지 못한 서운함이 공존하진 않았을까. 이 전시가 ‘사진전’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이 때문에 ‘덜어내는 작업’이 어쩔 수 없었음을 충분히 설명해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갑철, 충돌과 반동: 그림자-장흥, 잉크젯 프린트, 2001(좌)/ 오형근, 댄서:이태원 여보 여보 클럽 앞에서,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993(우)

이갑철, 충돌과 반동: 그림자-장흥, 잉크젯 프린트, 2001(좌)/ 오형근, 댄서:이태원 여보 여보 클럽 앞에서,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993(우)

 

 

 

실험의 시작 

<사진, 새 시좌전>(1988)과 <한국사진의 수평전>(1991, 1992, 1994)은 작가마다 각기 다른 특징과 태도가 드러나는 작품을 소개하며 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 섹션에서는 사진 매체를 다양하게 활용한 메이킹 포토의 흐름과 함께, 추상적이고 비평적인 관점을 탐구하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강용석, 동두천 기념사진, C-print, 1984

강용석, 동두천 기념사진, C-print, 1984


개념적 미술과 개념사진

사진 매체에 대한 실험의 시작은 이미 1980년대 개념미술 작가들의 작품에서 시작되었다. 1981년 현실과 발언의 시작을 통한 성완 경과 김용익부터, 민중예술계 작가들의 다층적이며 세대 풍자적인 포토 콜라주 작업이 대표적이다. 1989년 이후 이러한 개념적 접근은 <포럼A>를 중심으로 활동한 사회 의식적 및 비판적 경향의 작가들에 의해서 시도된다. 

김인숙, Saturday Night, C-print, Diasec, 2007

김인숙, Saturday Night, C-print, Diasec, 2007

 

 

 

현대미술과 퍼포먼스, 그리고 사진

2000년 이후 다양한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를 통해 국제미술의 흐름이 유입되고, 작품의 현장 제작과 설치라는 맥락이 중요해졌다. 1970-80년대 서구에서 시작된 퍼포먼스를 기록하는 사진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퍼포먼스 작업은 극적인 미장센 이미지를 만드는 사진부터 개인과 사회적 기억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하는 작품까지 다양하다. 

정희승, 무제,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014(좌)/ 이윤진, Still-Life Nr10, C-print, 2002, 갤러리현대 소장(우)

정희승, 무제,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014(좌)/ 이윤진, Still-Life Nr10, C-print, 2002, 갤러리현대 소장(우)

 



이미지 너머의 풍경: 상징, 반미학, 비평적 지평
사진기술의 일상화와 현대미술 매체로서 사진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작가들은 사진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시도한다. 리얼리티에 근거한 이미지들은 개인적인 상징을 만들며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 섹션에서는 ‘사진을 이용하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INTERVIEW 
서울관 운영 부장 이지윤에게 궁금증을 묻다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0년 전 <사진, 새 시좌>전(1988)과 <수평전>(1990년대) 도록을 발견 한 것이 이 전시의 시작이다. 이후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사진이라는 매체가 상당히 실험적인 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1980년대 해외에서는 뒤셀도르프 학파를 비롯해 제프 월 같은 작가들이 이미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역시 이번 전시와 비슷한 맥락이다. 다큐멘터리와 포토저널리즘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 기록과 보도를 위한 것이 아닌 사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작가의 시선과 태도가 아주 사적인 언어로 나타나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적인 언어가 바로 사진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전시를 사진전이라고 하는데 정확히는 현대미술전이다. 정확히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용한 작가들의 작품을 다각도로 조망해보는 것이다. 


짧은 전시 준비 기간으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나.  공적으로 해야 하는 사진가 선정을 사적으로 했다는 의견이 있다. 

전시 연구는 10년 전부터, 기획서를 준비한 것은 1 년 전, 그리고 작가들에게 연락한 것은 올해 1월부터다. 훌륭한 작가들이 많았지만, 이들을 덜어내는 작업이 어려웠다. 현대미술의 측면에서 사진을 바라봐야 했기 때문이다. 송숙 관장의 작업이 논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시대에 폴라로이드를 어서 회화처럼 만드는 실험을 한 작가는 송숙 관장이 처음이다. 그런 점이 의미가 있었기에 참여 작가로 선정했다.


첫 번째 섹션에서 ‘실험’이라는 단어가 포괄적으로 느껴진다.  주제의 실험을 의미하는 건가 아니면 표현 방식의 실험을 의미하는 것인가. 

세 가지 의미가 있다. 메 이킹 포토가 시작됐다는 것과 다루는 주제가 개인적인 것으로 변화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사진을 통한 사회 비평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지금 많은 현대미술이 정치, 환경, 여성문제 같은 이슈들을 비평하고 있다. 오형근의 이태원 시리즈를 개념미술 섹션으로 넘어가는 직전에 배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기록인 동시에 그 시대 사회의 단면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섹션의 전시 공간이 좁다는 비판도 있다. 

전시장에 디스플레이를 하기 전 컴퓨터 그래픽으로 위치를 조절해 보았다. 하지만 실제 작업들을 놓고 배치해보니 처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불가피한 수정이었다. 이명호 작가는 지금까지 큰 사이즈의 작업만을 보여줬기에 이번에는 작은 사이즈임에도 파워풀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한성필 작가의 작업은 두 작업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두 번째 섹션은 일부러 살롱스타일을 차용했다. 현대 미술 안에서의, 민중예술 작가들의 포토몽타주와 콜라주 등을 심도 있게 배치함으로써 어떤 에너지를 느끼게끔 공간을 조성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갑철의 작품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메이킹 포토와는 다른 맥락인데.

이갑철 작가를 다큐 멘터리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지만, <충돌과 반동>이 보여주는 시각은 기존 다큐멘터리와 다르다. 작가가 접근한 샤머니즘은 단순히 굿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다큐멘터리적인 사진 하나로 그 상황을 상상하게 만든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기 때문에 실험의 시작으로 분류했다.


강용석 작가의 위치가 재미있다. 개념미술과 퍼포먼스 모두에 속하는 작업이 아닌가.

동두천 미군과 여성을 촬한 <동두천 프로젝트>는 중요한 우리 시대의 기록임과 동시에 사회의 단면을 반하는 작업이다. 미국인과 한국이 생각하는 서로의 미적 기준을 살펴볼 수 있고, 여성의 불안한 표정을 통해선 외국 남자와 결혼하는 게 쉽지 않았던 당시의 시대상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기록만한 다큐멘터리 사진이 아닌 것이다. 강용석 작가처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을 좋은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전시를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사진가들이 현대미술작가 반열에 들어온 것을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현대미술에서 사진이라는 매체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날로그부터 디지털이 활성화되기까지의 작품을 한 번 돌아봤다는 것도 의미 있는 부분일 것이다. 어떤 기획자도 100% 마음에 드는 전시를 만들 수는 없다. 계속해서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 수정을 멈춰야만 한다. 기획자로서 사진이라는 매체가 현대 미술에 있어서 얼마만큼 중요한지 화두를 던지고, 또 담론을 시작해보고 싶었다. 이번 전시가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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