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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세상을 바꾸는 예술

2010-07-03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대표적인 퍼포먼스 ‘컷피스’가 일본 쿄토에서 초연된지 46년만에 지난 6월 25일 한국에서 최초로 공연되었다. 대안영상문화단체 아이공의 ‘오노요코 전’의 멀티아티스트 오마주 무대 위에서 펼쳐진 레드걸의 ‘컷피스’는 관람객들에게 평화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자료제공 | 창작집단 붉은 여신들( cafe.naver.com/redgoddess.cafe)


‘컷 피스’는 전위예술계의 거장 오노요코에 의해 1964년 일본 교토의 야마가타 홀에서 초연되어, 이후 뉴욕의 카네기 홀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며 당대 예술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던 퍼포먼스다. “무언가를 잘라라”라는 단순한 지침으로 시작되는 이 퍼포먼스는 무대 위에 선 한 사람의 옷을 관객들이 가위로 자르며 관객이 어떤 행동을 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진행된다. 당시 오노 요코는 ‘전쟁을 반대’하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자신의 옷을 조금씩 잘라가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게 했고, 페미니즘 예술사 및 반전평화라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깊이 각인시키며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평가되고 있다. ‘War is over’ 퍼포먼스 또한 미국의 베트남전 당시 오노요코와 존레넌이 행했던 대표적인 반전평화시위 슬로건으로 유명한 문구. 당시 두 사람은 슬로건을 언론 및 광장에 집중 광고하고 다양한 시위를 벌이며 대중들 스스로를 평화의 시대를 여는 적극적인 주체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지난 6월 25일 미디어극장 아이공에서 열린 레드걸의 ‘컷피스’ 퍼포먼스는 ‘오노 요코’ 전의 오마주 무대의 하나로 진행되었다. “옷을 자르시오”라는 지침이 내려지자 관객들은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으나 곧 모두가 엄숙하게 옷을 자르는 의식이 거행했다. 컷피스가 끝난 후 레드걸은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관객들에게 공연에 참가한 감상을 묻자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슬펐다’, ‘재밌었다’,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충격적이었다’ 등 다양한 반응 가운데 관객이자 공연연출가 박태영은 “파격적인 퍼포먼스 공연이 한국사회에 의미심장하게 던지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관객과 함께 하는 ‘한반도전쟁종식’ 집단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이 퍼포먼스를 기획, 연출, 공연한 아티스트 레드걸은 행위예술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앞당기는 힘을 가진 주술적인 행동이라 믿는 그녀는 과거 오노요코와 존레넌의 ‘War is over’ 퍼포먼스를 한국민들과 다시 한번 재현하며 관객들과 미리 앞당겨 ‘평화를 상상’하고 ‘체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녀는 공연을 통하여 인류의 가장 잔인했던 폭력의 상징들을 종이에 그리고 관객들과 함께 찟 는 ‘행위’와 함께 “이 세계를 전쟁과 남성의 지배에서 구원하시오. 그를 위해 내일부터 할 수 있는 행동, 한 가지씩을 죽을 때까지 매일 하시오.” 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지금 이 극장 바깥은 아직도 전쟁 상황이지만 우리가 함께하는 여기에서만큼은 전쟁이 끝났음을 미리 선포합시다”라는 레드걸의 제안 아래 각자 War is Over! 라고 쓰고 ‘전쟁이 끝났다!’고 외치며 서로 기뻐하고 축하했다. 그들의 공간만은 세상의 모든 전쟁이 종식된 평화적 유토피아였다.
끝으로 레드걸은 “이 작품을 전쟁과 남성지배 사회에서 지금 어딘가에서 고통 받고 있을 이 세상의 모든 여성, 남성, 그리고 평생을 세계평화와 여성해방의 투쟁에 불타는 예술혼을 바친 현존하는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오노요코에게 바칩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녀의 예술활동을 지켜보는 지인들은 그녀를 ‘한국의 오노요코’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현실참여적인 예술의 황무지나 다름없는 대한민국에서 감히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라는 명함을 내걸고 배우, 극작가, 공연연출가로 활동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연기나 예술적 재능이 필요한 곳이라면 거리, 극장 구분하지 않는다는 그녀는 세상이 온통 무대라고 여긴다. 그녀는 또 다른 어디에선가 “무대는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는 유토피아를 관객들에게 전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예술관 아래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한국의 오노 요코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힘으로 완성되는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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