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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시대를 읽는 ‘그때 그 상표’

2010-06-30


동화약품이 1910년 8월 ‘부채표’라는 상표 디자인을 ‘국내 상표 1호’로 등록한지 100년이 되었다. 이 때부터 시작된 한국 상표 디자인 역사가 올해로 딱 100년을 맞은 셈이다.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이 근대적 개념의 상표 디자인이 시작된 지 1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며 한국 상표 디자인의 100년사를 되짚어 보는 ‘한국 브랜드 100년: 로고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전을 열었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자료제공 | 근현대디자인박물관

상표 디자인은 시대의 문화 트렌드와 사회경제 환경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이다. 상표는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전근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전통문화에서 서구문화로 변해가는 우리나라 20세기 근대사의 사회적, 문화적 변모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때문. 상표란 자신의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각적 표지이다. 근대화 이후 수많은 상품들이 대량생산되면서 상품을 서로 구별할 수 있는 상표가 나타났고, 현재는 마케팅 개념과 결합되어 브랜드 아이덴티티라고 일컬어지면서 생활 속에 전파되어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나 자치단체의 이미지도 시각적 디자인으로 표현하려는 노력이 일고 있다.
191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상표 디자인의 모습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근현대디자인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1900년대 초부터 해방 이전까지의 희귀한 상표자료와 대한민국 건국 이후 현재까지의 상표 관련 유물을 한자리에 모아 패널과 함께 전시한다. 특히 1900~40년대까지 컬러로 인쇄된 다양한 상표라벨들은 평소 찾아보기 힘든 매우 귀한 자료들이다.


전시는 3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된다. 제1섹션 ‘상표 디자인의 출현과 개화’는 1910년 부채표의 탄생 이후 일제 강점기 국내 상표 디자인의 유형과 특징을 소개한다. 일제강점기는 상표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선의 제품에도 일장기 등 일본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쓰였다. 그런 와중에도 상표에 무궁화나 한복 입은 여인이나 태극마크를 등장시켜 민족의 주체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민족이 합심하자는 뜻으로 만들어진 부챗살이 모아지는 형상의 부채표는 일제에 저항하는 민족정신이 담겨 있다.


제2섹션 ‘산업발전기의 한국 상표 디자인’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1980년대까지 국내 제품과 기업의 상표 디자인을 정리하고 있다. 해외구호물자를 통해 서구문화를 접하면서 구호물자의 영문서체를 따라한다든가 상표이름을 지을 때도 영어로 짓는 경우가 늘어났던 것. 영어로 된 글자를 큼직하게 적은 럭키치약이나 상표명을 한글 대신 영문 필기체로 표기했던 금성사의 라디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제3섹션 ‘브랜드 아이덴티의 확산’은 1970년대 중반 이후 경제성장과 함께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된 시각적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들을 모아 보여준다. 197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기업들은 단순히 상표만 디자인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업의 이미지를 디자인화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됨을 알 수 있다. 두 개의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현대건설의 심벌마크는 1970년대 고속경제성장기를 떠올리게 한다. 파란색 타원 안에 한글 대신 영어표기를 채택한 삼성그룹의 BI와 신라 얼굴무늬 수막새를 연상시키는 LG그룹의 BI는 한국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선진국으로 변모하고 있는 현재까지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상표 자료들을 통해 우리나라 디자인의 기록과 흔적들을 추적하여 정리해나가는 발판이 되고자 기획되었다. 또한 개화기, 일제강점기, 6.25전쟁, 경제개발기까지 지난 100년의 역사를 우리들의 시간과 연결하고 이해해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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