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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RADIO ZEIT’ 라디오의 시간

2016-05-30

 


 

요즘 같이 스마트 폰 세대가 도래하기 전 듣는 목적으로만 구입되었던 ‘라디오’는 들려지기의 역할에만 충실해왔다. 라디오를 마주 하고 앉아 듣는 이는 없었으며 제1의 어떤 목적을 수행하고자, 예를 들어 외출 준비를 하거나 아침 커피 한잔을 마시며 신문을 읽으며 그저 목적 없이 틀어 놓는 매체에 지나지 않았다. 모든 이들이 라디오의 ‘들려지기’의 역할에 집중한 사이 전 세계의 디자이너들은 라디오의 ‘보여지기’를 중심으로 수많은 디자인을 연구해왔다. 

 

글 | 남달라 독일통신원(namdalra@gmail.com)

“Phonosuper SK 5, Schneewittchensarg”, Hans Gugelot, Dieter Rams, Max Braun oHG, Frankfurt a .M. (DE), 1958, ⓒ MAKK, Foto: RBA Köln, Marion Mennicken

“Phonosuper SK 5, Schneewittchensarg”, Hans Gugelot, Dieter Rams, Max Braun oHG, Frankfurt a .M. (DE), 1958, ⓒ MAKK, Foto: RBA Köln, Marion Mennicken

 
“RR126 OFST, Deposito”, Achille Castiglioni, Pier Giacomo Castiglioni, Brionvega S.p.A., Mailand (I), 1965-66, ⓒ Sammlung/Collection Winkler, MAKK, Foto: Saša Fuis Photographie, Köln

“RR126 OFST, Deposito”, Achille Castiglioni, Pier Giacomo Castiglioni, Brionvega S.p.A., Mailand (I), 1965-66, ⓒ Sammlung/Collection Winkler, MAKK, Foto: Sasa Fuis Photographie, Köln

 


독일 쾰른 응용 예술 박물관(Museum für Angewandte Kunst in Köln)에서 열린 유럽, 북미스타일의 120년 디자인 역사 전시

 

무선 통신의 발명을 시작으로 전파방송의 가능성이 열리면서부터 190년 ‘라디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미국의 드포리스트(Lee DeForest)가 진공관을 발명해 냄으로 본격적인 라디오 방송이 가능해졌으며 올해로 딱 120년이 되었다. 독일 쾰른 응용 예술 미술관 (Museum für Angewandte Kunst in Köln)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 많은 디자이너들의 노고에 헌정하기 위해 이번 특별 전시를 마련했다. 20개의 테마가 두 전시장에 나눠졌고 약 230여 점의 라디오 소품을 전시, 1950년대 전, 후를 돌아보며 디자인의 변화와 함께 시대 정치적인 변화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1970년대 이후 라디오 수집을 취미로 가진 이들에게 산업디자인으로써의 라디오는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라는 매개체로 큰 매력을 가져왔다. 그러면서도 단순한 겉보기 디자인에만 치중하지 않는 라디오 자체의 품질과 성능의 효과 또한 수집의 목적에 있어 놓칠 수 없는 과제였다. 제1전시관에서는 쾰른의 대표 라디오 수집가로 알려진 Richard G.Winkler 교수가 이번 특별 전시를 위해 자신의 수집품 중 190점을 제공했으며 그가 수집한 라디오들은 라디오 디자인 역사에 황금기라 불리는 192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에 디자인된 라디오 소품들로 유럽과 북미 스타일의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좌)“66 Skyscraper”, Harold L. van Doren, John Gordon Rideout, Air-King Products Company, Brooklyn, New York (US), 1935, ⓒ Sammlung/Collection Winkler, MAKK, Foto: Saša Fuis Photographie, Köln/ (우)“Volksempfänger VE 301 Wn”, Walter Maria Kersting, Mende & Co., Dresden (DE), 1933-37, ⓒ MAKK, Foto: RBA Köln, Marion Mennicken

(좌)“66 Skyscraper”, Harold L. van Doren, John Gordon Rideout, Air-King Products Company, Brooklyn, New York (US), 1935, ⓒ Sammlung/Collection Winkler, MAKK, Foto: Sasa Fuis Photographie, Köln/ (우)“Volksempfänger VE 301 Wn”, Walter Maria Kersting, Mende & Co., Dresden (DE), 1933-37, ⓒ MAKK, Foto: RBA Köln, Marion Mennicken

(좌)“Ekco AD 65”, Wells Coates, 1932, Erik Kirkham Cole Limited, Southend-On-Sea (GB), 1934, ⓒ Sammlung/Collection Winkler, MAKK, Foto: Sasa Fuis Photographie, Köln/ (우)“Sparton 1186, Nocturne”, Walter Dorwin Teague, Sparks-Withington Company, Jackson, Michigan (US), 1935-37, ⓒ Sammlung/Collection Winkler, MAKK, Foto: Sasa Fuis Photographie, Köln

(좌)“Ekco AD 65”, Wells Coates, 1932, Erik Kirkham Cole Limited, Southend-On-Sea (GB), 1934, ⓒ Sammlung/Collection Winkler, MAKK, Foto: Sasa Fuis Photographie, Köln/ (우)“Sparton 1186, Nocturne”, Walter Dorwin Teague, Sparks-Withington Company, Jackson, Michigan (US), 1935-37, ⓒ Sammlung/Collection Winkler, MAKK, Foto: Sasa Fuis Photographie, Köln

“400-1; -2; -3 Patriot”, Norman Bel Geddes, Emerson Radio and Phonograph Corp., New York City, New York (US), 1940, ⓒ MAKK, Foto: RBA Köln, Marion Mennicken

“400-1; -2; -3 Patriot”, Norman Bel Geddes, Emerson Radio and Phonograph Corp., New York City, New York (US), 1940, ⓒ MAKK, Foto: RBA Köln, Marion Mennicken


 

전 세계의 소식통이 되던 도구 


1930년 8월 22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International Funkausstellung Berlin: 국제 라디오 전시회) 기조연설에서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라디오가 얼마나 훌륭한 통신의 도구인지에 대한 언급으로 ‘과학기술의 성과는 호기심과 상상력으로부터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연설 중에 전달한다. 하나의 통신 수단으로 이용하기까지 수많은 발명가들과 기술자들의 손을 거쳐 생산된 라디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청취로써의 취미를 갖게 했고,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음악을 듣고 세계의 모든 소식을 듣는 소통의 매개체로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청취자의 급증으로 라디오의 수요에 큰 변화를 가져오면서 어떤 형태로 생산하여 공급해 내느냐에 대한 큰 숙제가 생긴다. 다양한 디자인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디자이너들의 욕심과 달리 당시 나치(Nazis: 국가 사회주의 독일 노동자 당)는 라디오는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개체임을 인식하고 단순히 재료값이 들지 않으면서도 대량 생산하기 쉬운 단순한 디자인으로 ‘찍어내도록’ 했다.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독일의 라디오 디자인이 대체적으로 어둡고 투박하며 가장 흔히 구할 수 있는 나무를 재료로 사용한 것도 그 이유이다. 물론 그 당시 독일의 시대적 상황이 여유롭게 앉아 미적인 감각을 키울 여력이 없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6 D 030 Z”, Charles & Ray Eames, Evans für Zenith Radio Corp., Chicago, Illinois (US), 1946, ⓒ MAKK, Foto: RBA Köln, Marion Mennicken

“6 D 030 Z”, Charles & Ray Eames, Evans für Zenith Radio Corp., Chicago, Illinois (US), 1946, ⓒ MAKK, Foto: RBA Köln, Marion Mennicken

 Konzerttruhe “Komet”, Kuba-Imperial, Wolfenbüttel (DE), 1957-58, ⓒ Haus der Geschichte, Bonn, Foto: Ralf Röttjer

Konzerttruhe “Komet”, Kuba-Imperial, Wolfenbüttel (DE), 1957-58, ⓒ Haus der Geschichte, Bonn, Foto: Ralf Röttjer

“T 1000 Weltempfänger”, Dieter Rams, Braun AG, Frankfurt a .M. (DE), 1964, ⓒ Sammlung/Collection Winkler, MAKK, Foto: Saša Fuis Photographie, Köln

“T 1000 Weltempfänger”, Dieter Rams, Braun AG, Frankfurt a .M. (DE), 1964, ⓒ Sammlung/Collection Winkler, MAKK, Foto: Sasa Fuis Photographie, Köln

“Concept 51 K”, Hartmut Esslinger, Wega Radio GmbH, Fellbach (DE), 1978, ⓒ MAKK, Foto: RBA Köln, Marion Mennicken

“Concept 51 K”, Hartmut Esslinger, Wega Radio GmbH, Fellbach (DE), 1978, ⓒ MAKK, Foto: RBA Köln, Marion Mennicken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의 라디오들은 산업적으로 보기 좋은 형태로써의 발전을 드러냈다. 라디오 그 자체로써의 기능적인 품질을 완성도 있게 유지하면서도 다채로운 디자인의 연구를 놓치지 않았으며 팝아트를 접목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때로는 라디오에 미국의 대표음료 브랜드 코카콜라 로고를 상징적으로 새겨 넣고, 자동차의 형태를 그대로 가져와 파스텔 톤의 깜찍한 컬러를 입혀 미니 자동차로 보이는 듯한 라디오를 만들어냈으며, 자세히 보지 않으면 토스트기인지 라디오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돋보이는 아이디어들로 중무장시켰다. 

 

북미의 라디오들은 같은 시기에 생산된 소품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독일의 라디오와는 무척이나 대조되었다. 특히 이 전시장에서 독일에서 공급된 라디오들과 마주보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두 나라의 역사적, 시대적 차이가 산업 디자인에까지 미친 영향을 한눈에 보여주었다. 

“20-1”, Isis Electronics Ltd., Hong Kong (CN), 1994-96, ⓒ MAKK, Foto: RBA Köln, Marion Mennicken

“20-1”, Isis Electronics Ltd., Hong Kong (CN), 1994-96, ⓒ MAKK, Foto: RBA Köln, Marion Mennicken

(좌)“Poe”, Philippe Starck, 1994, Thomson Multimedia für Alessi, Boulogne-Billancourt (FR), 1996, ⓒ MAKK, Foto: RBA Köln, Marion Mennicken/ (우)“L Sound System”, Geneva Lab, Zürich (CH), 2008, ⓒ MAKK, Foto: RBA Köln, Marion Mennicken

(좌)“Poe”, Philippe Starck, 1994, Thomson Multimedia für Alessi, Boulogne-Billancourt (FR), 1996, ⓒ MAKK, Foto: RBA Köln, Marion Mennicken/ (우)“L Sound System”, Geneva Lab, Zürich (CH), 2008, ⓒ MAKK, Foto: RBA Köln, Marion Mennicken



인테리어 소품으로 디자인되기까지

 

제2전시장에는 1950년대 이후 라디오들이 전시됐는데 겉보기에 이전의 디자인들과 특별히 다른 특징들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다양한 아이디어로 재미를 선사했던 이전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하얗거나 검은 무채색을 일관했고 뛰어나게 이렇다 할 획기적인 디자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야말로 1950년 이전의 시기가 라디오 디자인의 황금기였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 기능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이 크게 발전한 것이 분명하다. 과거에는 존재조차하지 않았던 USB를 꽂아 내장된 음악을 라디오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도 있고, 스마트 폰을 연결할 수 있는 블루투스 기능까지 발전하며 앞으로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라디오의 순 기능에 대한 무한한 발전을 꿈꾸어 보기에 충분했다. 

 

이번 전시의 총괄 큐레이터 Romana Breuer 교수는 이번 전시의 모티브가 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라디오를 듣는 것에 관심을 가지며 자라왔고, 디자인 분야의 전문 기획자가 된 지금 라디오의 산업적 가치로부터 시작된 역사와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대중과 함께 공유한 것만으로도 이번 전시에 큰 의미를 두기에 충분했다”고 소감을 말하며 앞으로 10년 안에 또 변화된 디자인의 역사에 대해 연구해 보고자하는 포부를 밝혔다. 

www.museenkoel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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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남달라 독일 통신원
미디어 디자인과 독일문화를 전공한 후 10년째 독일에서 생활하고 있다. 현재 독일 쾰른에 위치한 현대미술 갤러리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 곳곳의 문화예술관련 소식을 생생하게 전함으로써 한국과 유럽의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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