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스페이스 | 리뷰

세상을 향한 디자인, 크게 더 크게 ‘키움 페스티벌’

2015-09-21


학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자라면 누구나 마지막 관문을 피할 순 없다. 바로 졸업전시. 졸업전시는 4년의 학업기간 동안 터득한 모든 지식에 기반한 발상, 감각의 총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졸업전시를 예술장르 구분 없이 각 학과간 융합해 한 판 크게 놀아보는 페스티벌로 기획 중인 학교가 있다.

경일대학교는 여느 대학이나 진행하는 졸업전시를 전인미답 구성의 페스티벌로 준비 중이다. 바로 ‘키움 페스티벌’. 그들에게 있어 이 페스티벌은 학부를 마감하는 종착지가 아닌, 사회에서 스타 디자이너로 우뚝 설 데뷔 무대를 알리는 호각소리와도 같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Jungle : 졸업전시를 통해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 경일대학교에서는 이를 조금 다른 콘셉트로 학생들과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번 졸업전시는 각 학과별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계열전체(산업디자인, 생활디자인, 사진영상, 패션, 뷰티)가 160여명의 학생이 통합해 기획하는 축제로 기획 중입니다. 이곳에서는 외부인사의 특강과 더불어 장르불문의 놀이 공간으로 전시가 구성될 예정입니다.

Jungle : 이 같은 구성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따로 있나요?

각 대학에서 운영하는 졸업전시는 학교 교내 혹은 외부 갤러리에서 내부잔치 형태로 마감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동안 진행했던 방식에 많은 회의감이 들었죠. 이를 ‘축제’로 기획해 기존 전시에 재미를 더하면서 학생들의 작품도 소규모 스튜디오의 작업 못지 않은 퀄리티를 갖추고 있다는 인식을 전달 하고자 합니다.

올해의 졸업전시, '키움 페티스벌'은 한 테마 안에서 다양한 장르가 융합하는 전시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공간의 규모가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올해 페스티벌은 층간의 구분이 명확하고 규모가 있는 아라아트센터에서 진행하게 될 예정입니다. 또한 마켓 존을 구성해 전시장 내에서 일반인들이 직접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마켓을 활성화 시킬 생각입니다. 특히나 경일대 학생의 졸업작품의 경우는 양산된 제품들이 대부분이기에 이 같은 전시장의 구성이 가능합니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전시를 마치는 것이 아닌 실제 구매로 연결시키는 것은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전 유통과 수익구조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도쿄의 디자이너스 위크와 홍콩 기프트 페어에 교수와 함께 참여해 직접 해외 바이어들과 만남을 주도하는 동시에 해외시장에서의 판매 과정들을 익히고, 기업들과의 연결고리를 통해 창업의 길을 열어주고자 합니다.  


Jungle : 학생들에게 ‘보여주는’데 집중하는 전시의 형태보다 즐기고 참여하는 ‘축제’로 발상을 바꿔보자는 유연함은 흥미로워 보입니다. 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 준비가 아닌 실제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개인 브랜드를 완성하는데 이력을 집중하는 듯 한데요.

예전의 디자인관련 졸업생들은 취업의 과정 중에 포트폴리오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도용과 표절이 빈번한 디자인계에서 포트폴리오에 큰 의미가 있을 지는 더 고민해봐야 할 일입니다. 다만, 내가 어떻게 프로젝트를 이끌었고, 자신이 어떤 결과를 냈는지 그 과정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진로의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 우선시 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무이력이 곧 포트폴리오가 되는 것이지요. 해서 경일대학교 학생들은 마이크로 브랜드 제작론에 대해 공부하고, 재학기간 중 서울디자인페스티벌과 동경 페어에 참가한 경험이 있습니다. 판매방식과 유통채널인 벤더(vendor)를 직접 경험해보라는 시도에서였지요. 이는 후에 개인 브랜드를 열고, 스타상품을 양산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직접 본인이 디자인한 작업이 프로토타입에 머무는 ‘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양산된 제품으로 ‘현실화’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재학 중에 학생들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수익은 이를 지원해준 학교에 학생의 이름을 건 장학금으로 수익이 일정 비율 환원되도록 합니다. 학생 또한 학교에 자신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자신이 숙고한 미래가 결국 디자인이라면, 디자인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방법을 길러라"


Jungle : 대학이 곧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이라는 수사가 어색하지 않네요.

학생들이 직접 자비를 들여 자신의 브랜드를 개별적으로 준비하기란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입니다. 해외시장에서의 경험도 그렇고, 재학 기간 중에 이 같은 활동을 하는 것은 무리수죠. 교수간에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활동을 지원금을 통해 리드하고 후에 자립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 공통된 생각입니다. 또한 산업자원부에서 10개 대학에 3년간 지원하는 사업에 경일대학교 예체능대학이 대상학교로 선정되어 디자인 랩 형태의 ‘아이디어팩토리’라는 공간을 오픈 하게 됐습니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의 디자인이 양산되도록 제작지원, 디자인의 모델링 작업과 더불어 촬영과 유통까지 전 학과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각 학과의 교수의 멘토링을 통해 제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곳은 일반적인 제작실 보다 디지털 장비가 잘 갖춰져 있어 계열 전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아이디어팩토리 내 상상게시판에는 전공에 구분을 두지 않고 전체 학교 학생들이 직접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제품화 하는 작업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이 같은 프로젝트는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자유로운 발상을 제품으로 구현하고 유통 채널을 확보한다면, 직접 판매가 가능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보다 창의적인 발상을 현실화시키는데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지요. 이 같은 시도와 활동들이 재학생, 특히 졸업을 앞둔 예비 디자이너들이 타 대학에서는 갖추기 힘든 경쟁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Jungle : 디자이너로 성장하기 전, 학부 재학 기간 중에 학생들이 특별히 공을 들여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디자인학부만의 교육지침이 따로 있다면?

강형구 학장 : 학부 4년간의 교육 과정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기본을 다지는 과정 중 하나 일 것입니다. 사회로 발돋움을 하기 위해 좀 더 본인에게 맞는 밑거름을 다지려는 생각들을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지고 있을 겁니다. 재학 중에는 사회인으로 갖춰야 할 기본 덕목들 개개인의 인성이나, 예체능계열 학생들의 경우 감각을 키워내는 트레이닝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스킬을 발견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요. 디자인을 전공한 예비졸업생들은 의무적으로 현장실습을 경험하게 됩니다. 모든 학부생이 의례 완수해야 졸업이 가능한 명목상의 과정이라는 생각보다 실제 본인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기업과 연결해 사회인으로 역량을 낼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학교와 교수진의 역할일 것입니다. 실제 졸업생들의 사례를 보면 본인이 원하는 기업에 배치된 학생들은 실습과정 중에 만족도가 높았고, 이를 취업 전 자신이 사회인으로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들은 바 있어요. 완벽한 사회인은 아니더라도 디자이너로서의 기본 자질을 완성할 수 잇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학교이고 학생들 또한 이를 잘 활용하고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성 교수: 학생들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저는 이런 얘기를 합니다. “본인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은 다른 일일지 모른다. 지금 자신이 속한 곳에서 해야 하는 일보다 정말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다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이 과정 속에서 만들어라. 그리고 그게 지금과 같은 디자인 영역이라면, 디자인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방법을 길러라.”

현 디자인은 분명 이전과 대비했을 때 확연히 다릅니다. 시대에 따라 시각이 변화하는 것이 디자인이고, 논리적이고 수학적임에도 불구하고 미학적인 영역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지요. 사물을 아름답게 가꾸는 디자인의 기능도 물론 중요하지만, 과거처럼 외피에만 집중하지 않는 세상이 됐습니다. 저는 현실의 흐름과 변화 속에서 물음을 던지고 디자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라고 강조하곤 합니다. 특히 디자이너로 성장하려면 이러한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학교에서는 이를 위해 학생들이 디자인 인사이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육방침을 세우고 이를 주도하기 위해 많은 시도들을 해야 하며, 이 같은 방식으로 디자인 교육의 흐름도 변화되기를 바랍니다.  

facebook twitter

#전시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