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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매력있는 디자인 도시 서울, 소프트 시티로

2007-08-14



서울시는 지난 4월 23일 서울을 세계적인 고품격 디자인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전담조직인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설치•발족했다. 본부장에는 국내 공공디자인 최고 권위자이자 서울대 미술대학장인 권영걸 교수가 임용되었다.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과 공공디자인 분야에 대한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서울시의 CDO(Chief Design Officer)로서 서울을 창의적인 도시, ‘소프트시티(soft city)’로 바꾸겠다는 권영걸 본부장을 만나 보았다.

취재ㅣ박현영 기자 (hypark@jungle.co.kr)
사진ㅣ스튜디오 salt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시장 직속 기구로 본부장과 부본부장, 디자인서울기획관, 실무기구인 도시경관담당관 및 도시디자인담당관의 기구로 구성된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도시디자인 분야를 총괄하며, 건축•주택분야의 외관 등 도시경관, 문화분야의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 업무 등 그동안 여러 조직으로 분산되어 있던 디자인 관련 기능을 통합 조정하여 수행하게 된다. 이런 핵심 사업들을 추진하는 데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권영걸 본부장은 30년간 교직에만 있다가 공직사회로 옮긴 의미 있는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Jungle : ‘고품격 디자인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한 전담조직인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시장 직속 기관으로서 그 역할이나 영향력이 상당하리라 생각된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어떻게 설치하게 되었는가.

21세기는 기능을 파는 시대를 넘어 감성을 파는 시대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이미 영국 런던을 비롯한 세계 선진 도시들은 디자인을 정책 키워드로 삼고 도시정책의 프레임을 새롭게 짜고 있으며, 각각의 도시 특성에 맞는 공공디자인을 통해 도시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서울시가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설치•발족하게 된 배경은 디자인이 도시의 경쟁력을 발휘하게 하는 요소이자 국가•도시 발전의 핵심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다.

현재 서울은 이 같은 세계 도시들의 발빠른 움직임과 비교할 때, 도시디자인 분야에 관한 중요성 인식 및 정책 기반이 미약하고, 행정 지원에서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 따라서 격차를 최단기간 내에 해소하고 서울을 ‘고품격 디자인도시, 매력 있는 서울’로 재탄생 시키기 위해서 전담기구를 설치하게 되었다.


Jungle : 도시디자인 분야를 총괄하는 디자인서울총괄본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서울 도시디자인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며 도시경관 디자인을 비롯해 공공시설물 디자인을 개선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간판 문화를 바꾸는 것은 물론, 가로보행과 야간경관을 개선하고 걷고 싶은 거리와 포토아일랜드 조성, 한강르네상스와 연계한 한강변 경관 개선 및 시설물 디자인 개발 등의 계획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공디자인위원회 및 도시디자인포럼 운영과 도시갤러리프로젝트 등을 추진한다.


Jungle : 지난 30여 년 간 공공디자인에 대해 상당한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특히 50여 개국 370여 도시를 대상으로 공간문화를 탐사해 왔는데, 다양한 도시를 직접 체험하고 얻은 공공디자인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1990년도부터 도시 탐험을 시작했다. 방학만 되면 곧바로 떠났던 것이다. 세계 인류 건축문화권을 거의 다 섭렵했고 370여 개 가까운 도시를 다니면서 공간 문화와 인간 행태에 관한 흔적들을 탐사했다. 이를 통해 ‘도시란 무엇인가’ 를 생각해 보게 되었고 도시의 발전사와 흥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내 나름의 경험을 토대로 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이를 기초로 해서 서울을 새롭게 혁신하는 일을 할 것이다.

Jungle : 그런 경험을 통해 서울을 디자인도시로 만들기 위해 벤치마킹할 만한 도시는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세계에는 벤치마킹할 만한 선진 도시들이 많이 있다. 몇 개 도시를 꼽자면, 빛과 조명을 이용해 잘 통합된 문화도시를 만들어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보행자와 자전거를 우선시하는 덴마크 코펜하겐, 불필요한 도시의 정보와 가로시설물을 제거하여 시티맵 한 장만 있으면 목적지에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구현한 영국 브리스톨, 그리고 시민사회 운동에 의해 생태학적으로 건강한 도시를 만들어낸 브라질 프리치바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공공디자인의 도시 런던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참조 대상일 뿐 서울은 이런 도시들을 절대 모방하지 않는다. 서울은 서울다움에 기초해서 개발하고 발전해야 한다. 서울다움은 ‘서울의 문화와 역사’ 속에서 나온다.


Jungle : 그렇다면 서울다움이란 무엇인가? 즉, 서울은 어떤 도시로 정의할 수 있는가.

우선 서울은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진 도시다. 그러나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을 잘 모른다. 막상 여러 도시를 다니다 보면 산은 있되 강은 없고, 강은 있되 산이 없는 도시가 많다. 그러나 서울은 넓게 산으로 포위되어 있고 그 사이를 수량 풍부하고 강폭 넓은 한강이 굽이치며 관통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에 와서 놀라는 사실 중 하나가 30분 내지 1시간 이내에 서울 어디에 살든지 산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수려한 자연경관을 지닌 서울을 생태도시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두 번째로 서울은 613년의 전통과 역사가 있으며, 수없이 많은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지닌 도시다. 그러나 지금까지 도시의 자원으로 잘 이용하지 못했다. 이 유•무형의 유산을 잘 활용하여 서울을 품격 있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로 서울은 IT강국 대한민국의 수도이다. IT인프라를 자원으로 하여 첨단도시, 역동적인 도시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은 뉴욕, 런던, 파리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문맹이 없고 고등교육을 받은 천 만 시민이 사는 곳이다. 이것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고학력의 천 만 시민이 사는 도시, 이러한 지식기반을 토대로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어야 나가야 한다.
즉, 수려한 자연경관과 600여 년 동안 축적된 문화자산, 거기에 21세기 최대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IT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문맹률 없는 지식기반의 시민이 살고 있다는 것. 이것을 자원화하면 서울은 무섭게 성장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Jungle : ‘현재의 서울’과 앞으로 바꾸고자 하는 ‘미래의 서울’은 어떻게 다른가.

이제까지의 서울을 ‘하드시티(hard city)’로 규정하고, 이를 ‘소프트시티(soft city)’로 바꾸고자 한다. 전자는 기능과 효율 중심의 도시로 자동차와 속도 중심의 도시다. 이와 반대로 후자는 인간 중심의 도시로, 속도 중심이 아니라 보행자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음미할 수 있는 도시다. 즉, 기능과 효율 중심의 도시에서 인간 중심의 도시로, 건설과 산업 중심의 도시에서 문화와 예술 중심의 도시로 변화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서울은 관조형 도시로 개발과 건설 패러다임 속에 문화적인 맥락을 잃어버렸다. 이를 되찾고 체험프로그램이 가득한 도시로 바꿀 것이다.


Jungle :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이며, 본부장으로 임용된 이후 어떤 일들을 수행했는가.

지난 5월 1일 본부장으로 임용된 이후, 매일 오전 7시 반에 출근해서 오후 10시에 퇴근하는 강행군을 거의 두 달여 째 계속하고 있다. 그 동안 25개 자치구를 돌며 특강을 하였고, 어떤 가치를 공유하면서 유기적으로 조화로운 서울을 만들지,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선정하였다. 그 결과 ‘10대 과제’를 선정하였고 하위 항목은 무려 32개나 된다. 10대 과제란,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않았던 계획을 수립하고 상세한 디자인서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것, 뉴욕의 ‘아이 러브 뉴욕’과 같은 캐치프레이즈나 서울의 상징을 개발하는 사업, 이와 더불어 서울의 색 정립, 공공디자인의 표준화 사업 및 선도 사업, 그리고 가장 골치 아픈 프로젝트 중 하나인 옥외광고물수준향상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Jungle : 디자인 전공자나 실무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반 상업디자인은 개인이나 타겟 마케팅된 집단에 맞춰지지만 공공디자인은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하며, 민주주의적인 측면과 박애주의적인 측면이 있는 디자인 영역이다. 우리는 이제 해외에서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나라이며, 세계적인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나라인 동시에 휴대폰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 역량이 있는 나라다. 그러나 도시는 황폐화되어 있고 선진국에 비해 삶의 질은 낮은 편이다. 앞으로 고품격 디자인도시를 만들기 위해 공공디자인과 도시디자인 측면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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