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31
토요일, 홍대 앞 놀이터가 다시 북적이기 시작했다. 봄이, 다시 왔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홍대 앞 예술시장, 생활창작아티스트들의 프리마켓이 시작된 것이다.
에디터 | 김유진(egkim@jungle.co.kr)
3월7일,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이 ‘2009년 시즌’의 첫날을 맞았다. 11월 28일까지 약 9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꼬박꼬박 찾아올 그 약속의 시작인 것.
8년 전 ‘일상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기치로 시작되어 약 1000여명의 아티스트들을 배출한 프리마켓은 무심결이든, 프리마켓 자체의 목적을 위해서든 그 앞을 스쳐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창작과 일상, 예술에 대해 무수한 질문을 던져왔다. 더불어 프리마켓아 참여한 생활창작 아티스트들에게는 관객과의 만남을 제공하는 장으로서, 그들에게 활동 기반이나 창작욕을 다지는 계기를 만들어왔다.
올해의 프리마켓이 ‘하.호.하.호 - 숨.쉬.는.방.법’이라는 언어로 관람객에게 말을 걸게 된 것은 어쩌면 창작이 ‘일상’이 되는 순간에 더욱더 방점을 찍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어떤 거창한 방법의 즐김이 아닌, 아티스트들에게는 삶 속의 녹아든 창작, 관람객에게는 삶 속에 녹아든 생활창작물과의 만남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프리마켓의 방향은 이렇다. 2009년 2월 기준으로 등록된 774명의 프리마켓 아티스트들 중, 매주 100여명의 참가자들의 2000여점의 작품들을 전시 및 판매하는 것이 개요. 또한 프리마켓과 벌써 6년째 함께 해온 생활창작워크샵은 ‘누구나 창작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한 달의 두 번 생활창작아티스트의 작품 세계를 직접 체험하는 과정은 어떤 면에서는 진정한 ‘소통’이다.
이럴 때 풍악이 빠질 수 없다. 매주 6~7팀이 함께하는 거리 공연 ‘afternoon stage’는 지금,현재 꿈틀거리고 있는 인디 음악과 퍼포먼스 등을 직접 목격할 기회를 갖는다. 생활창작아티스트들이 작품을 통해 만난다면, 인디 뮤지션과 퍼포머들은 각각 자신의 음악과 몸짓으로 관람객과 소통하는 셈이다. 특히 올해에는 프리마켓 생활아티스트들의 디자인작업과 인디뮤지션들의 컴필레이션 음반 작업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어, 이 활동의 결과를 또 다른 미디어로 만나는 즐거움을 얻게 된다.
공간을 활용한 특별한 야외 전시는 여러 기획전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며, 특정 주제를 설정하고 다양한 장르를 교차시키는 형태, 혹은 특정 작가의 작업 세계를 확장시키는 새로운 시선을 담아낼 예정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문제 역시 공유하고 있다. 홍대 앞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조직된 ‘freeplayer’의 ‘인간 쓰레기통’ 퍼포먼스와, ‘휴대용 쓰레기 주머니’, ‘휴대용 재떨이’ 만들기 워크샵, 이후 이에 대한 배포 및 판매 활동도 펼치고 있는 것.
생활창작디자인 브랜드 ‘studio 0.8’ 런칭으로 프리마켓의 활동은 보다 조직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상품 체험 워크샵과 원화 전시 등 관람객을 창작의 영역으로 보다 깊숙이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프리마켓 태생의 장점을 잘살리고 있다.
프리마켓을 즐기는 이유는 다소 거칠고 덜 다듬어졌어도 ‘창작’의 욕구가 발현되는 재기발랄한 작품들을 누구보다도 먼저 가까이, 체험하고 접할 수 있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생활창작 아티스트의 작업을 찾아낸다면 여기에는 아마 ‘발굴’이라는 단어를 과감하게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프리마켓에서 말하는 대로, ‘행복하게’, ‘하.호.하.호 숨.쉬.는.방.법’일지도. 이 점이 생생한 날 것의 창작욕이 모여드는 프리 마켓의 장소가 지니는 힘과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