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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디자인정글 전시리뷰] 산업의 공간에 상상력을 채우다 — 음성 바스엑스포 《상상속으로의 여행》

2026-10-25

<33개국 59인의 현대미술과 욕실문화가 만나는 자리… 일상의 사물을 콘텐츠로 바꾸어온 바스엑스포의 공간 실험>

 

미술관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 도심의 문화지구나 풍광 좋은 관광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공장과 물류시설이 모여 있는 산업지역도 그 답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이 일하고 생활하는 곳에 예술이 자리하면, 작품을 만나는 경험과 그 장소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공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세계의 미술을 만나다>

 

충북 음성군 대소면 바스엑스포에서 열리고 있는 《상상속으로의 여행》은 그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시다. 국제현대미술관 소장품을 통해 세계 33개국 59인 작가의 예술세계를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10월 19일부터 11월 17일까지 인터바스 아트팩토리에서 이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후원하는 ‘2026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의 미술관 콘텐츠 활용지원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것은 국제미술전의 규모와 함께 그것이 펼쳐지는 장소다. 욕실산업을 기반으로 전시와 체험, 휴식의 경험을 만들어온 바스엑스포에 세계 각국의 현대미술이 들어왔다. 제품을 통해 생활문화를 이야기해온 공간이 예술작품을 통해 인간과 세계에 관한 대화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미술관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 도심의 문화지구나 풍광 좋은 관광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공장과 물류시설이 모여 있는 산업지역도 그 답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이 일하고 생활하는 곳에 예술이 자리하면, 작품을 만나는 경험과 그 장소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욕실을 문화로 읽는 공간, 바스엑스포>

 

디자인정글은 앞서 [공간다큐— 변기는 어떻게 콘텐츠가 되었는가]에서 바스엑스포의 공간 실험을 소개한 바 있다. 그 중심에는 욕실용품을 새로운 맥락에서 바라보게 하는 경험이 있었다. 변기와 세면대, 수전과 타일은 기능을 가진 제품이면서 형태와 재료, 기술과 취향을 담은 디자인이기도 하다. 바스엑스포는 이처럼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물을 문화적 관심의 대상으로 끌어낸다. 

 

욕실은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그 안의 물건을 오래 바라보는 일은 드물다. 바스엑스포에서는 그 익숙한 사물을 다시 살펴볼 이유가 생긴다. 어떤 곡선이 편안함을 만드는지, 표면의 색과 질감이 공간의 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생활방식의 변화가 제품의 형태에 무엇을 남겼는지 생각하게 된다. 산업을 이해하는 일이 곧 사람의 생활을 읽는 경험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현대미술을 만나는 일은 자연스럽게 감상의 범위를 넓힌다. 생활용품을 보며 형태와 재료에 관심을 기울였던 시선이 조각과 회화로 이어지고, 작품에서 발견한 조형적 감각은 다시 주변의 사물을 바라보는 데 영향을 준다. 이번 전시는 바스엑스포가 쌓아온 경험 위에 예술을 읽는 또 하나의 통로를 더한다.

 

박찬갑 국제현대미술관 관장은 전시 인사말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공존과 소통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술은 다른 문화와 생각을 이해하는 매개이며, 작품에는 작가가 살아온 경험과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33개국 59인의 작품이 여는 서로 다른 세계>

 

전시 안내에 적힌 ‘예술로 세계를 잇다’라는 문구는 이번 전시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한 작품들이 한 장소에서 관람객을 만난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표현은 달라지고, 비슷한 주제를 다루어도 작가가 선택하는 형식과 감정의 결은 서로 다르다.

 

박찬갑 국제현대미술관 관장은 전시 인사말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공존과 소통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술은 다른 문화와 생각을 이해하는 매개이며, 작품에는 작가가 살아온 경험과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국제미술전은 여러 나라의 작품을 한꺼번에 소개하는 행사를 넘어선다. 자신에게 익숙한 미적 기준을 잠시 내려놓고, 다른 표현을 받아들이는 연습의 장이 될 수 있다. 어떤 작품에는 쉽게 공감하고, 어떤 작품 앞에서는 이해가 더딜 수도 있다. 그 차이를 느끼고 생각하는 과정 자체가 다른 세계를 만나는 경험이다.

 

 

 

 

 

 

 

 

 

 

<바스엑스포>에서 이번 전시를 읽는 또 하나의 열쇠는 ‘맥락’이다. 같은 사물도 어디에 놓이고 무엇과 만나는지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욕실용품을 전시와 체험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해온 공간에 현대미술이 들어오면서, 관람객은 제품과 작품을 오가며 사물의 쓰임과 의미를 함께 생각할 수 있다.

 

 

<상상력은 익숙한 현실을 새롭게 보는 힘>

 

전시 제목의 ‘상상’을 이해하는 데는 김광명 숭실대 명예교수의 평론 “예술에서의 상상력-상상속으로의 여행”이 실마리를 제공한다. 김 교수는 예술적 상상력을 현실을 새로운 관점에서 살피고,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의미를 드러내는 힘으로 설명한다. 작품은 하나의 형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관계와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가 평론에서 다룬 테드 카라스코의 대리석 작품 〈평화의 만남〉은 단단한 재료에 평화를 향한 소망을 담는다. 마우로 스토치올리의 〈O3〉에서는 맞물리는 형태를 통해 공존과 조화의 의미를 읽어낸다. 아드리아나 바딜의 대리석 조각 〈생성〉은 생명의 발생과 자연의 순환을 생각하게 한다. 재료와 형태를 바라보는 일이 관계와 생명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박찬갑의 조각세계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상상력은 삶의 근원적인 물음과 연결된다. 〈불꽃〉에서 생명의 에너지를, 〈아리랑〉에서 문화적 정서를, 〈하늘에 열린 문〉에서 평화의 염원을, 〈나는 누구인가〉에서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짚는다. 작품을 만들어내는 상상력은 작가가 오랫동안 품어온 질문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옮기는 힘이기도 하다.

 

이러한 해석은 관람객에게도 감상의 출발점이 된다. 무엇을 닮았는지 살펴보고, 왜 이런 재료와 형태를 선택했을지 생각하며, 작품 사이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이다. 해설을 읽은 뒤 자신의 첫인상과 비교해보아도 좋다. 그 과정에서 작품은 설명을 통해 이해하는 대상이면서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는 경험이 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것은 국제미술전의 규모와 함께 그것이 펼쳐지는 장소다. 욕실산업을 기반으로 전시와 체험, 휴식의 경험을 만들어온 바스엑스포에 세계 각국의 현대미술이 들어왔다. 제품을 통해 생활문화를 이야기해온 공간이 예술작품을 통해 인간과 세계에 관한 대화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산업과 예술이 함께 만드는 장소의 이야기>

 

바스엑스포에서 이번 전시를 읽는 또 하나의 열쇠는 ‘맥락’이다. 같은 사물도 어디에 놓이고 무엇과 만나는지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욕실용품을 전시와 체험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해온 공간에 현대미술이 들어오면서, 관람객은 제품과 작품을 오가며 사물의 쓰임과 의미를 함께 생각할 수 있다.

 

바스엑스포의 변기 카페 역시 이 공간의 성격을 드러낸다. 욕실을 소재로 한 유머와 낯선 연출은 방문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활 속 사물에 대한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여러 동에 나뉜 전시·체험·휴식 공간을 이동하는 경험도 바스엑스포의 특징이다. 방문객은 한 장소에 머물면서 서로 다른 성격의 콘텐츠를 접하게 된다. 

 

이번 국제미술전은 그러한 공간에 감상의 깊이를 더한다. 호기심으로 찾은 방문객이 작품 앞에서 잠시 머무르고, 카페에서 나눈 대화가 다시 전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화공간의 힘은 개별 시설의 규모뿐 아니라 서로 다른 경험을 얼마나 풍부하게 연결하느냐에서도 생겨난다.

 

디자인의 관점에서도 이 만남은 흥미롭다. 공간의 이미지는 건축과 간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떤 전시가 열리고, 누가 찾아오며, 어떤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는지가 쌓여 장소의 정체성이 된다. 《상상속으로의 여행》은 바스엑스포가 지향해온 산업과 문화의 연결을 구체적인 콘텐츠로 보여주는 사례다.

 

《상상속으로의 여행》은 작품 속 세계를 탐색하도록 초대하면서, 우리가 머무는 공간의 가능성도 새롭게 생각하게 한다. 일상의 사물을 콘텐츠로 바꾸어온 바스엑스포에서 이제 세계의 예술이 지역의 일상과 만난다. 산업공간에 채워진 상상력이 사람들의 시선과 대화 속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지켜볼 만하다.

 

 

<세계의 예술이 지역의 일상과 만날 때>

 

음성에서 열리는 국제미술전의 가치는 지역의 생활과 만날 때 더욱 커진다.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사람과 주민, 청소년과 방문객이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문화적 표현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지역에서 예술은 이웃의 문화와 감각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지역 언론사인 <충청매일>은 지난 10월 21일 바스엑스포를 방문한 방글라데시 정부 관계자 일행이 이번 전시를 관람하며 방글라데시 작가의 작품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국제전의 작품이 관람객 자신의 문화적 배경과 연결되고, 산업시설 방문이 문화적 교감으로 이어진 장면이다.

 

이러한 만남이 쌓이면 산업지역을 바라보는 이미지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일하고 물건을 생산하는 장소에 예술을 감상하고 대화를 나누는 이유가 더해지는 것이다. 바스엑스포가 가진 욕실산업의 특성과 국제미술전의 다양성은 그 변화를 만들어갈 재료가 된다.

 

《상상속으로의 여행》은 작품 속 세계를 탐색하도록 초대하면서, 우리가 머무는 공간의 가능성도 새롭게 생각하게 한다. 일상의 사물을 콘텐츠로 바꾸어온 바스엑스포에서 이제 세계의 예술이 지역의 일상과 만난다. 산업공간에 채워진 상상력이 사람들의 시선과 대화 속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지켜볼 만하다.

 

전시는 11월 17일까지 충북 음성군 대소면 대동로537번길 114-20 인터바스 아트팩토리에서 열린다. 10월 24일에는 오프닝 행사와 더불어 ‘작가와의 만남’도 진행됐다.

 

글, 사진_ 정석원 편집인 (jsw02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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