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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디자인정글 전시리뷰] 몸을 조각한 것이 아니라 ‘존재’를 조각한 사람 — <안토니 곰리 특별전 ‘Geestgrond’>

2026-07-24

벨기에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KMSKA)에서 열린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1950~ )의 특별전  ‘Geestgrond’를 만났다.

 

이번 유럽 미술관 여행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전시 가운데 하나였다.

 

사실 곰리는 한국에서도 낯선 이름은 아니다. 원주의 ‘뮤지엄 SAN’을 찾은 사람이라면 그의 작품을 한 번쯤 마주했을 것이다. 필자 역시 그곳에서 처음 그의 조각을 만났고, 거대한 철제 인체가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존재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KMSKA 전시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완성된 작품만을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한 예술가가 반세기 동안 어떻게 생각하고, 실험하고, 실패하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왔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창작의 아카이브였다.

 

곰리는 몸을 통해 인간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을 통해 공간을 설명하고, 공간을 통해 존재를 질문한다.

 

 

<존재를 탐구한 조각가의 탄생>

 

안토니 곰리는 1950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고고학과 인류학을 공부한 그는 20대 초반 인도와 스리랑카를 여행하며 불교와 명상,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을 접하게 된다. 그 경험은 그의 삶을 바꾸었다.

 

귀국 후 런던의 슬레이드 미술학교(Slade School of Fine Art)에서 조각을 공부했고, 이후 인간의 몸을 단순한 해부학적 대상이 아니라 ‘존재를 담는 그릇’으로 바라보는 독창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날 그는 〈Angel of the North〉, 〈Another Place〉, 〈Event Horizon〉 등 세계적인 공공조각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1994년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조각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기념비를 만드는 데 있지 않았다. 그가 평생 탐구한 것은 오직 하나였다. 
‘인간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곰리의 인체는 모두 익명이다. 얼굴도 없고 표정도 없다. 길게 늘어난 팔, 격자로 분해된 몸, 바닥에 누워 있는 육체, 벽에 기대 선 사람…. 그들은 누구도 아니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다.

 

 

<조각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생각의 과정’>

 

이번 전시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작품보다도 그 뒤에 숨겨진 과정이었다.
전시장에는 수십 년 동안의 스케치북과 메모, 드로잉, 사진, 작업 기록, 석고 모형, 재료 샘플과 주조 실험까지 고스란히 공개되어 있었다.

 

한 권의 작은 스케치북에는 몇 줄의 선으로 인간의 실루엣이 그려져 있었다.
그 단순한 낙서가 시간이 흐르며 거대한 철 구조물이 되고, 수 미터 높이의 조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는 순간 창작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좋은 디자이너도, 좋은 예술가도 결국은 결과물이 아니라 ‘생각을 축적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작품보다도 그 뒤에 숨겨진 과정이었다.
전시장에는 수십 년 동안의 스케치북과 메모, 드로잉, 사진, 작업 기록, 석고 모형, 재료 샘플과 주조 실험까지 고스란히 공개되어 있었다.

 

 

<작품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관람객도 작품이 된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사람이 직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초대형 설치작품이었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철골 구조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공간은 완전히 달라진다.

 

철선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프레임이 시선을 끊고, 몸의 움직임을 바꾸고, 공간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만든다.

 

우리는 더 이상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이 아니다. 어느새 우리의 몸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이것이 곰리가 말하는 조각이다.
조각은 공간을 차지하는 물체가 아니라, 몸과 공간이 서로를 인식하게 만드는 장치다.

 

 

이번 전시는 조각전이라기보다 창작자의 작업실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했다.
스케치 하나도, 실패한 실험도, 재료를 만져본 흔적도 모두 작품의 일부였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사람이 직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초대형 설치작품이었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철골 구조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공간은 완전히 달라진다.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만든다>

 

곰리의 인체는 모두 익명이다. 얼굴도 없고 표정도 없다.
길게 늘어난 팔, 격자로 분해된 몸, 바닥에 누워 있는 육체, 벽에 기대 선 사람….
그들은 누구도 아니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다.

 

곰리는 몸을 통해 인간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을 통해 공간을 설명하고, 공간을 통해 존재를 질문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 앞에서는 감상이 먼저가 아니라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이 공간 속에서 나는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

 

 

 

철선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프레임이 시선을 끊고, 몸의 움직임을 바꾸고, 공간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만든다.

 

 

 

이번 KMSKA 전시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완성된 작품만을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한 예술가가 반세기 동안 어떻게 생각하고, 실험하고, 실패하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왔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창작의 아카이브였다.

 

 

<디자이너가 배워야 할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

 

이번 전시는 조각전이라기보다 창작자의 작업실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했다.
스케치 하나도, 실패한 실험도, 재료를 만져본 흔적도 모두 작품의 일부였다.

 

디자인 역시 완성된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결과를 가능하게 한 사고의 과정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조각을 감상하는 시간을 넘어 창작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전시였다.

 

좋은 예술가는 작품을 만든다.
위대한 예술가는 사고하는 방식을 남긴다.

 

안토니 곰리는 자신의 조각보다 더 큰 유산으로, ‘몸으로 생각하는 법’을 우리에게 남기고 있었다.

 

글, 사진_ 정석원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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