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4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세계적인 명화의 보고(寶庫)로 불리는 마우리츠하위스였다. 하지만 처음 마주한 마우리츠하위스(Mauritshuis)는 예상보다 훨씬 소박했다.
웅장한 궁전도 아니고, 거대한 국립미술관도 아니다. 17세기에 지어진 한 채의 저택이 오늘날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렘브란트의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를 비롯한 네덜란드 황금시대 최고의 걸작들이 숨 쉬고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예술의 밀도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네덜란드 미술관 여행에서도 세종대왕은 변함없이 내 곁에 함께했다. 처음에는 작은 여행 아바타 정도로 생각했던 페이퍼토이가 이제는 세계의 문화와 우리 문화를 연결해 주는 하나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세계적인 명화의 보고(寶庫)로 불리는 마우리츠하위스였다. 하지만 처음 마주한 마우리츠하위스(Mauritshuis)는 예상보다 훨씬 소박했다.
마우리츠하위스는 웅장한 궁전도 아니고, 거대한 국립미술관도 아니다. 17세기에 지어진 한 채의 저택이 오늘날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한 채의 저택이 품고 있는 두 개의 역사>
마우리츠하위스는 1633년부터 1644년 사이에 건축되었다.
건축가 야코프 판 캄펀이 설계한 이 건물은 네덜란드 고전주의 건축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좌우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고, 절제된 장식과 균형 잡힌 비례는 화려함보다 품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건물에는 아름다운 건축 이상의 역사도 담겨 있다.
이 저택의 주인이었던 요한 마우리츠는 당시 네덜란드령 브라질 총독이었다. 그가 이 집을 지을 수 있었던 경제적 기반에는 설탕 농장과 노예제라는 식민지의 어두운 역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술관이 이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입구부터 건물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 이면의 역사까지 함께 설명한다.
문화유산은 찬란한 성취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역사까지 함께 기억할 때 비로소 완전한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이곳은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앞에서는 누구나 걸음을 멈춘다. 작품의 크기는 생각보다 작았다. 그러나 그 작은 화면 안에는 360년의 시간이 멈춰 있었다.
빛을 머금은 눈동자와 막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한 입술은 지금도 살아 있는 사람과 눈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명화는 그림이 아니라 인간을 이야기한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앞에서는 누구나 걸음을 멈춘다. 작품의 크기는 생각보다 작았다. 그러나 그 작은 화면 안에는 360년의 시간이 멈춰 있었다.
빛을 머금은 눈동자와 막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한 입술은 지금도 살아 있는 사람과 눈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렘브란트의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해부학 강의를 그린 것이 아니라 인간의 호기심과 지식, 생명에 대한 탐구를 그렸다. 빛은 시신과 의사의 손 위에만 머물고, 나머지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감출 것인가.
렘브란트는 이미 400년 전에 빛으로 시선을 디자인하고 있었다.
렘브란트의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해부학 강의를 그린 것이 아니라 인간의 호기심과 지식, 생명에 대한 탐구를 그렸다. 빛은 시신과 의사의 손 위에만 머물고, 나머지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세종대왕이 명화 앞에 선 이유>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왜 세계의 미술관 여행마다 세종대왕을 모시고 다니느냐고.
오늘 그 이유를 다시 확인했다.
세종대왕은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들었다.
베르메르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빛으로 기록했고, 렘브란트는 인간의 삶과 감정을 그림으로 남겼다.
창조의 방식은 달랐지만, 그들의 시선은 모두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600년 전 조선의 임금과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들이 같은 공간에서 만난 것은 결코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대와 국경을 넘어 ‘사람을 위한 창조’라는 공통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오늘 마우리츠하위스에서 다시 깨달았다.
베르메르와 렘브란트의 작품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지 그림을 잘 그렸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의 작품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공간이 명화를 완성한다>
명화는 벽에 걸려 있었지만, 감동은 결국 공간 전체에서 완성되고 있었다.
마우리츠하위스를 둘러보며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공간이었다. 큰 미술관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전시실도, 화려한 연출도 없다. 오히려 한 채의 집을 천천히 걸으며 작품을 만나는 경험에 가깝다.
작품과의 거리, 방의 크기, 벽의 색, 조명의 방향까지 모두 절제되어 있다. 건물은 결코 작품보다 앞서지 않는다. 좋은 공간은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작품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 미술관은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마우리츠하위스를 둘러보며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공간이었다. 큰 미술관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전시실도, 화려한 연출도 없다. 오히려 한 채의 집을 천천히 걸으며 작품을 만나는 경험에 가깝다.
<헤이그에서 ‘충북 음성’을 생각하다>
오늘 미술관을 나오며 문득 올해 가을이 떠올랐다. 오는 10월 9일, 한글날 100주년을 맞아 충북 음성 바스엑스포 테마파크에서는 〈한글·세종 특별전〉이 열린다.
많은 사람들은 한글 전시라고 하면 문자나 역사만 떠올릴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만들고 싶은 전시는 조금 다르다. 한글을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놀고, 체험하고, 디자인으로 만나고, 세계인과 함께 소통하는 문화 콘텐츠로 보여주고 싶다.
오늘 마우리츠하위스에서 다시 깨달았다.
베르메르와 렘브란트의 작품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지 그림을 잘 그렸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의 작품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 역시 마찬가지다.
한글은 글자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다. 쉽게 배우고,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하며, 누구나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든 가장 위대한 디자인 작품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한글·세종 특별전〉은 과거를 기념하는 전시가 아니라, 한글이 앞으로 세계인과 어떻게 만나고, 새로운 문화와 디자인으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함께 상상하는 전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헤이그에서 베르메르와 렘브란트를 만난 세종대왕은, 오는 10월 ‘충북 음성’에서는 세계의 관람객들과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이번 네덜란드 미술관 여행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글, 사진_ 정석원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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