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1
사람들은 여행의 조건으로 건강과 시간, 그리고 경제력을 꼽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따로 있다. 바로 ‘호기심’이다.
호기심이 없으면 떠날 이유가 없다. 돈과 시간이 있어도 집을 나서지 않는다. 반대로 호기심이 생기면 사람은 먼 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행의 원동력은 결국 ‘알고 싶은 마음’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호기심이 많았다.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가면 물건을 사는 것보다 골목 구경하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길을 걷다가도 낯선 골목이 보이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꼭 들어가 보았다. 그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왜 저런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이 발길을 이끌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여행을 좋아하게 된 것도 이 습성 때문인 것 같다.
이번 5박 6일간의 ‘열하일기 답사여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암 박지원이 다녀온 길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이번 5박 6일간의 ‘열하일기 답사여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암 박지원이 다녀온 길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그는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을까. 24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싶었다. 그 호기심 하나가 나를 중국으로 데려갔다.
그는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생각했으며, 무엇을 느꼈을까. 24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싶었다. 그 호기심 하나가 나를 중국으로 데려갔다.
그러나 나보다 더 큰 호기심을 가진 사람은 단연 연암 박지원이었다.
조선 후기의 선비였던 그는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는 청나라의 발달한 문물과 기술을 보며 단순히 감탄하지 않았다.
왜 이런 기술이 가능했는지, 왜 조선에는 없는지, 백성들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했다.
그의 여행은 관광이 아니라 탐구였고, 기록이 아니라 사유였다. 그래서 <열하일기>는 오늘날까지 살아 있는 여행기가 되었다.
이번 답사여행에는 컬쳐클럽(회장: 김민주) 회원 27명이 함께 했다. 당시 청나라 사절단의 숫자가 270명에 달했다고 하니, 답사여행 참여 인원은 10분의 1이라는 의미 있는 숫자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돌아오는 것으로 여행을 끝낸다. 물론 그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그러나 나에게 여행은 풍경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호기심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행은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만들고 싶은 공간의 이름을 ‘여행이야기미술관’이라 정했다.
그곳에는 내가 세계 곳곳을 다니며 모은 작은 오브제와 공예품, 오래된 티켓 한 장, 시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생활용품까지 전시하려 한다. 값비싼 예술품이 아니라 호기심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흔적들이다.
누군가 그 물건들을 보며 “이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저곳은 어떤 곳일까?“라는 질문을 품게 된다면, 그 사람 역시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여행은 다시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호기심을 낳을 것이다.
‘여행이야기미술관’에는 내가 세계 곳곳을 다니며 모은 작은 오브제와 공예품, 오래된 티켓 한 장, 시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생활용품까지 전시하려 한다. 값비싼 예술품이 아니라 호기심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흔적들이다. (사진은 여행 중 구입한 청나라 황제 인형 오브제)
어쩌면 ‘여행의 선순환’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도 결국 한 사람의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240년이 지난 오늘, 그 호기심은 또 다른 여행자인 나를 그의 길 위로 불러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호기심을 잃을 때 비로소 늙는다. 나는 앞으로도 궁금한 것이 생기면 길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이야기들이 또 다른 누군가의 호기심이 되어,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글, 사진_ 정석원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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