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디자인정글 공간다큐] “변기는 어떻게 콘텐츠가 되었는가” - 음성 바스엑스포의 공간 실험

2026-04-25

충북 음성군 대소면. 도시의 중심에서 한참을 벗어나야 만나는 이 공간은, 첫인상부터 낯설다.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공장인지, 전시장인지, 테마파크인지 쉽게 규정하기 어렵다.

 

이름은 ‘바스 엑스포(BATH EXPO)’. 그러나 이곳을 한 단어로 정의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 공간의 출발점은 분명 산업이다. 욕실 설비, 즉 변기와 세면대, 수전과 타일을 만드는 기업의 생산과 전시가 기반이 된다.

 

하지만 그 위에 얹힌 것은 단순한 쇼룸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이다. 

 

욕실이라는 일상의 가장 사적인 영역을 끌어내어, 공공의 경험으로 재구성한 공간. 그 지점에서 이곳은 산업시설의 외피를 벗고 문화공간으로 넘어간다.

 

바스 엑스포의 동선은 전형적인 전시장과 닮아 있으면서도 다르게 작동한다. 제품이 나열되어 있지만, 그것은 ‘판매를 위한 진열’이라기보다 ‘작품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에 가깝다.

 

세면대는 기능보다 형태로 읽히고, 변기는 위생기구가 아니라 조형물처럼 다가온다. 같은 물건이지만, 맥락이 바뀌면 전혀 다른 오브제가 된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개념주의 미술가 ‘마르셀 뒤샹‘이다. 변기를 전시장으로 옮겨놓았던 그의 제스처처럼, 이곳 역시 일상의 사물을 낯선 위치로 이동시킨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뒤샹이 하나의 개념적 질문을 던졌다면, 바스 엑스포는 그것을 공간 전체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질문이 아니라 체험으로, 개념이 아니라 산업과 결합된 현실로.

 

이 공간에서 가장 대중적인 장면은 ‘변기 카페’다. 유머는 여기서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변기를 닮은 오브제, 욕실을 연상시키는 디테일, 그리고 그 안에서 커피를 마시는 경험. 처음에는 웃음이 나오지만, 곧 그 웃음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왜 이 공간에서 불편함과 흥미를 동시에 느끼는가.

 

공간은 때로 설명보다 빠르게 인식을 바꾼다. 바스 엑스포는 그 방식을 잘 알고 있다. 

 

이곳은 ‘보는 공간’이 아니라 ‘경험하는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다. 사진을 찍고, 만지고, 머무르는 동안 욕실이라는 대상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변한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규모다. 약 1만5천 평에 이르는 부지에 전시장, 체험관, 카페, 야외 공간이 분산되어 있다.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여러 개의 동으로 나뉘어 구성된 구조는, 이 공간을 ‘시설’이 아니라 ‘단지’로 인식하게 만든다. 각각의 건물은 기능을 나누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그 이야기는 단순하다.
“욕실도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 공간은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한다. 가능하다. 다만 그것은 제품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맥락을 재구성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디자인 관점에서 보면, 바스 엑스포는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을 갖는다.

 

첫째, 산업을 콘텐츠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공장은 ‘생산의 공간‘이지만, 이곳에서는 ‘경험의 공간‘으로 재해석된다. 이는 단순한 브랜딩을 넘어, 산업 자체를 관광 자원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둘째, 일상의 재맥락화다.
가장 익숙한 물건일수록, 다른 방식으로 보여줄 때 효과가 크다. 변기와 세면대는 더 이상 기능적 사물이 아니라, 감각적 오브제로 읽힌다.

 

셋째, 유머의 활용이다.
이 공간은 지나치게 거만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벼운 농담과 장난기를 통해 접근성을 확보한다. 그리고 그 유머는 공간에 머무는 시간을 늘린다.

 

바스 엑스포는 완성된 답을 제시하는 공간이라기보다, 하나의 실험에 가깝다. 산업과 문화, 기능과 경험,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사이의 경계를 계속 흔든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어색하고, 때로는 과장되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불균형 자체가 이 공간의 성격이기도 하다.

 

결국 이곳은 계속해서 묻는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욕실이라는 공간은 매일 사용되지만, 거의 기억되지 않는다. 바스 엑스포는 그 익숙함을 잠시 멈추게 만든다. 그리고 그 순간, 가장 평범한 사물이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그것이 이 공간이 가진, 의외로 진지한 힘이다.

 

그리고 이 공간을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또 하나의 가능성이 있다. 단순한 관람과 체험을 넘어, ‘사람’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공간에 대한 상상이다. 

 

현재 이곳을 기반으로, 경험과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 플랫폼 <나•시•놀 = 나눔을 실천하는 시니어들의 놀이터>을 조성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공간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를 넘어, 사람이 콘텐츠가 되는 구조로 전환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바스 엑스포는 그 가능성을 미리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이기도 하다.

 

결국 이곳에서 얻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이것이다.

 

공간은 더 이상 기능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 곳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글_ 정석원 편집주간
사진제공_ 바스엑스포

 

facebook twitter

#바스엑스포 #공간다큐 #디자인정글 #공간브랜딩 #경험디자인 #산업의콘텐츠화 #테마파크 #공간큐레이션 #나시놀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