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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브랜드의 본질을 설계하고 가치를 연결하는 디자이너, 정 윤- AI·공공·사회공헌의 경계에서 ‘디자이너의 책임’을 말하다

2026-01-19

오늘날 브랜드 디자인의 역할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처럼 ‘잘 만든 로고’나 ‘세련된 비주얼’만으로는 브랜드를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다. 기술은 가속화되고, 공공 영역의 책임은 무거워졌으며, 기업에는 사회적 태도까지 요구된다. 이 복합적인 요구의 한가운데에서 디자이너는 더 이상 장식자가 아닌 설계자이자 번역가로 자리하고 있다.

 

정 윤 디자이너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성장해 온 세대다.
공유 킥보드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서 서비스 경험과 브랜딩을 동시에 설계했고,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프로젝트를 오가며 B2C와 B2G, 영리와 공익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실무 전반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디자이너의 역할이 ‘손의 노동’에서 ‘판단의 노동’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증명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브랜드 디자인을 ‘보이지 않는 가치에 형상을 부여해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그 말에는 기술에 대한 이해, 공공성에 대한 감각,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태도가 동시에 담겨 있다. ‘10년 차‘라는 시간은 그를 베테랑이라 부르기엔 이르고, 신예라 하기엔 이미 무게감이 있다. 지금의 정윤 디자이너는 바로 브랜드의 본질을 실무로 책임지기 시작한 디자이너 세대의 현재형이다.

 

정 윤 디자이너

 

 

‘디자이너의 책임’이 확장되는 지점에서 이번 인터뷰가 주목할 만한 이유는 정 윤 디자이너의 작업 영역이 단순히 넓기 때문이 아니다. AI, 공공 브랜딩, 사회공헌이라는 키워드가 그의 커리어에서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태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생성형 AI는 유행하는 도구가 아니다. 반복 노동을 줄이고, 디자이너가 더 많은 시간을 ‘왜 이 디자인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쓰게 만드는 실무 파트너다. 이는 기술을 소비하는 태도가 아니라, 디자인의 판단 구조를 재편하는 접근에 가깝다.

 

공공 브랜딩과 사회공헌 프로젝트에서 드러나는 그의 관점 역시 일관된다. 화려함보다 이해 가능성, 자극보다 신뢰를 중시하며,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지 않아도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다룬다. 이는 공공 영역에서 특히 중요한 미덕이자, 앞으로 더 많은 디자이너가 고민해야 할 책임의 방향이다.

 

디자인정글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디자이너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정 윤 디자이너의 답은 분명하다. 브랜드의 본질, 사용자의 경험, 그리고 사회에 남는 태도까지. 이 확장된 책임의 영역에서, 그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다음 세대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본인이 정의하는 ‘브랜드 디자인’에 대해 말한다면?

 

10년 차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해왔습니다. 로고나 그래픽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업과 서비스가 지닌 고유한 서사를 시각적 언어로 변환해 사용자에게 일관된 경험으로 전달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브랜드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 가치에 형상을 부여해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가 브랜드의 이름을 들었을 때 느끼는 감정의 총체적인 것까지 설계하는 것이 브랜드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DART 브랜딩 프로젝트 (개인 작업)

 

 

Q. 스타트업인 공유 킥보드 서비스 ‘다트(DART)’의 창업 초기 멤버로 활동했다. 그 경험에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은 무엇이었나.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곧 서비스의 사용성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킥보드라는 오프라인 접점과 앱이라는 온라인 접점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저는 이 경험을 통해 브랜딩은 단순한 시각적 완성도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어떤 편리함과 안전함을 약속할 것인가에 대한 선언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미국서 함께 공부한 친구여서 그랬는지, 그와 함께 초기 시장진출을 고민하며 네이밍과 로고개발 뿐만 아니라 경영 전반에 대한 조언과 디자인 관점의 마케팅 전략 도구들을 개발하는데 힘썼던 것 같습니다.

 

DART 모빌리티의 제품 홍보를 위해 직접 인물 모델로도 활동했다.

 

 

Q. 공공 브랜딩 전문회사 엑스포디자인브랜딩에서 팀장으로 10여명의 팀원을 이끌었다. 리더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원칙은 무엇인가.

 

‘맥락의 공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수억이 넘는 예산 규모의 B2G 프로젝트나 대학의 브랜드 리뉴얼처럼 큰 프로젝트일수록 모든 팀원이 왜 이 디자인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팀의 리더로서 명확한 방향성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되, 디자이너 개개인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개인의 개성이 프로젝트 안에서 시너지를 낼 때 결과물의 밀도가 높아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충북대학교 UI 프로젝트 (X4 디자인브랜딩)

 

 

Q. 디자인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AI는 디자이너의 워크플로우를 어떻게 바꾸었다고 생각하는가.

 

AI는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는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준 파트너입니다. 과거에는 무드보드(Mood Board)나 시안 시각화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면, 이제는 아이디어를 빠르게 프로토타이핑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디자이너는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 전략적 기획과 조형감각의 판단이라는 본질적인 역할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X4 디자인브랜딩은 일찌기 ‘AI 디자인연구소‘를 회사 내에 설립하는 등, 모든 업무에 AI를 실험적으로 도입한 회사라서 저 자신이 AI를 연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똑타’는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 셔클을 기반으로 개발한 경기도 맞춤형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X4 디자인브랜딩)

 

 

Q. 공공기관(B2G) 브랜딩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했다. 가장 까다로운 지점과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공공기관의 브랜드 개발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폭넓은 연령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렵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보편적인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상징성’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특히 직관적이면서도 해당 기관과 지역의 역사성을 담은 디자인 가이드를 정교하게 구축함으로써, 오랜 시간이 지나도 유효하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제안하고자 고민했던 것같습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NMF) CI 프로젝트 (X4 디자인브랜딩)

 

 

국토교통부의 ‘뉴:홈‘ BI 프로젝트 (X4 디자인브랜딩)

 

민주인권기념관 MI 프로젝트 (X4 디자인브랜딩)

 

 

화성특례시 CI 프로젝트 (X4 디자인브랜딩)

 

 

Q. 특허청의 개발도상국 우수상품 브랜드 개발을 지원해주는 ‘브랜드 ODA(공적원조)’에 다수 참여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제가 몸담고 있던 회사가 디자인의 사회적 기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곤 했는데,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볼리비아 등 개발도상국에 직접 출장가서 관계자들과 만나 그들에게 직접 디자인 전략을 설명하고 시장 진출 방법에 대해 브리핑도 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 나라의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을 때 가장 보람있었던 것같아요. 이 경험이 제가 삼성전자 사회공헌단으로 옮긴 계기가 되었던 것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국제적인 디자인 원조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볼 생각입니다.

 

 

 

특허청이 개도국 우수상품의 브랜드 개발을 지원하여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브랜드 ODA(공적원조)' 프로젝트 (X4 디자인브랜딩)

 

 

Q. 삼성전자 사회공헌단에서 2년간 활동했다. 대기업에서의 경험은 어떤 인사이트를 주었는가.

 

사회공헌 디자인에서는 화려함보다 ‘진정성‘과 ‘공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기업의 ‘선한 의도‘가 수혜자와 대중 모두에게 왜곡 없이 전달되도록 돕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디자인이 단순히 제품을 파는 수단을 넘어, 사회 문제 해결과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깊이 체감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기업의 조직 문화를 경험하면서 조직내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고, 회사의 다양한 구성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디자이너로서 문제 해결 방법을 터득해 나갈 수 있었던 게 큰 수확이었던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의 캠페인 아이덴티티 프로젝트는 디자인이 단순히 제품을 팔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선한 영향력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깊이 체감했다 (삼성전자 사회공헌단)

 

 

Q. 삶에 있어서의 개인적인 변화가 디자인 가치관에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지난 해 아들이 태어나서 아이 아빠가 되었습니다. 백일이 갓넘은 아이를 키우며 ‘다음 세대를 위한 디자인’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보기 좋은 디자인을 넘어, 10년, 20년 후에도 디자인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 아빠가 되면서 디자인 사용자에 대한 배려의 온도가 더 따뜻해졌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담으려는 태도 역시 한층 깊어졌습니다.

 

Q. 10년 차 디자이너로서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는가. 비결이라도 있다면?

 

저는 주로 디자인 바깥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전시장을 찾거나 기술 트렌드도 참고하지만, 때로는 산책이나 가족과의 시간 속에서 더 큰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디자인을 비즈니스 관점으로 확장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도전이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대학과 디자이너의 첫걸음을 뉴욕에서 시작했다. 뉴욕에서의 경험이 남긴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이었나.

 

디자인의 메카인 뉴욕 SVA(School of Visual Arts)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전부터 글로벌 스튜디오인 폴린 모리스(Poulin+Morris)에서 실무를 쌓았습니다. 

 

SVA에서의 시간은 디자인을 '장식'이 아닌 '논리적 언어'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특히 모교의 교수님 두분이 설립한 글로벌 스튜디오인 폴린 모리스(Poulin+Morris)에서의 2년은 브랜드가 평면을 넘어 공간이라는 입체적 환경 속에서 어떻게 숨 쉬고 사용자와 만나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한 시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건축가, 기획자들과 협업하며 시각 시스템이 실제 물리적 공간에서 갖는 질서와 위계를 체득했습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종이(paper)나 스크린(screen)을 넘어 실제 환경(Environmental Graphic Design)으로 확장될 때 발생하는 시각적 임팩트와 정보 전달의 정교함은 지금도 제가 브랜드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핵심 자산이 되었습니다.

 

정 윤 디자이너

 

 

Q. 앞으로의 목표와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기술과 인문학적 감성을 결합해 대체 불가능한 서사를 만드는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후배 디자이너들에게는 ‘도구의 숙련도‘보다 ‘관점의 깊이‘를 먼저 기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툴은 계속 바뀌지만, 문제를 발견하고 디자인으로 해법을 제시하는 통찰력은 변하지 않는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취향은 단단히 지키되, 변화에는 유연하게 열려 있는 디자이너가 되길 바랍니다.

 

<정 윤 디자이너 소개>
정 윤은 10년 차 브랜드 디자이너로, 브랜드의 본질을 전략과 시스템으로 설계하는 실무형 디자이너다. 공유 킥보드 스타트업 초기 멤버로 B2C 브랜딩을 경험했으며, 공공 브랜딩 전문회사에서 다수의 B2G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또한 삼성전자 사회공헌단에서 2년간 활동하며 사회공헌 디자인과 조직 협업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 뉴욕 SVA에서 수학하고 글로벌 스튜디오에서 실무를 쌓았으며, 현재는 생성형 AI·공공·사회공헌을 잇는 ‘디자인의 책임‘을 탐구하고 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사진제공_ 정 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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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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