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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디자인정글 특별초대석] 형태가 아닌 ‘경험’을 만드는 건축가 조병수

2025-12-31

‘건축가의 건축가’로 불리는 건축가 조병수는 ‘땅과 하늘을 잇는’ 건축을 통해 자연을 전한다. 형태가 아닌 경험을 만드는 그의 건축에서는 자연이 살아있으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건축의 핵심은 형태가 아닌 ‘경험적 구조’에 있다”고 말하는 그는 땅의 구조를 직접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인위적 요소를 최소화하며 자연과 건축의 경계를 흐린다. 

 

지난 11월 국민대학교에서 열린 특별 강연 ‘땅의 건축’에서 그는 자신의 건축에 담긴 철학을 설명했다. 강연에 이어 자연, 땅, 하늘과 연결되는 그의 건축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온그라운드에 있는 그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의 사무실 한 층에는 그가 그간 해온 작업들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수많은 건축 스케치와 모형, 그가 직접 빚은 막사발까지, 모든 요소에는 건축에 접근하는 그의 방식과 건축에 대한 그의 철학이 담겨 있었고, 넓은 테이블 위에 전시된 수많은 책들은 그가 지닌 건축에 대한 사상과 그가 자연과 건축을 대하는 특별한 방식을 말하고 있었다. 

 

 

 

 

조병수 건축가의 사무실에 전시되어 있던 수많은 건축 스케치와 모형, 직접 빚은 막사발 등에는 건축에 접근하는 그의 방식과 건축에 대한 그의 철학, 자연과 건축을 대하는 방식이 담겨있었다. (사진: 정준 기자)

 

 

건축가 조병수는 자연적 건축을 추구한다. 스스로 ‘형태가 아닌 경험을 만드는 건축가’라고 말하는 그는 땅에 건축물을 세우기보다 자연과 함께 하는, 자연 속의 건축을 추구한다. 대학원 시절부터 자연을 주제로 삼아온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말하고 있다. 


 
그의 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대학원 시절 썼던 논문에서부터 시작됐다. 논문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에 관해 이야기한 그는 자연속으로 스며드는 자연관을 강조했다. 투시도법이 서양의 디자인에 미친 영향과 달리 동양의 철학과 사상이 어떤 미학을 만들어 냈는지를 이야기한 것이다. 

 

 

 

 

 

 

 

건축가 조병수. 미국 몬테나 주립대학교 건축학 학사, 하버드대학교 건축학 석사 및 도시설계학 석사를 마치고 1994년 건축연구소를 열고 ‘땅 집’, ‘ㅁ자집’, ‘트윈트리타워’, ‘사우스케이프호텔’, ‘지평집’ 등의 대표작이 선보였다. 김수근 건축상을 비롯, 다수의 상을 수상한 그는 2023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사진: 정준 기자)

 

 

그의 프로젝트 ‘땅 집’은 그의 자연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대학원 논문을발전시킨 이 프로젝트는 그의 논문 이후 13년만에 지어지게 됐다. ‘땅 집’은 이후 진화 과정을 거치며 ‘ㅁ자 집’ 등으로 탄생했다. 그는 건물 자체의 표현은 거의 없는, 보이드 공간이 중심이 되는 보이드의 건축을 선보였다. 이러한 그의 건축은 ‘Fantasies of Less’ 즉, ‘비움의 미학’으로 표현됐다. 

 

 

'땅 집' (사진: BCHO ARCHITECTS 제공)

 

 

땅에서부터 출발한 그의 비워내는 건축은 하늘과 빛을 모두 담아낸다. 시각적인 요소들이 배제된공간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땅에 스민 건축물을 통해 그는 땅의 기운, 하늘의 빛과 바람을 간직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의 작품 중엔 지평선 위로 우뚝 솟은 건축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드러나는 건축이 아닌 차분하지만 정적인 아름다움을 갖는 그의 건축물은 땅을 파거나 혹은 땅과 높이를 같이 하여 이루어진다. 기존의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그가 추구하는 ‘땅속의 집’, ‘땅으로의 집’이다. 

 

변형으로 인해 손상이 된 땅에 대한 작업이 이루어질 때 그는 땅을 회복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새만금 프로젝트’는 원래의 생태계가 파괴되어 있던 땅에 이루어진 작업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그는 프로젝트를 마다했지만, 생태계 복원 연구를 방향으로 삼아 작업을 시작했다. 최종 설계안은 생태체험의 현장으로 이루어졌다. 생태계가 건강하게 살아난 그 땅에선 풀들이 자연스럽게 자라난다. 

 

 

'새만금 프로젝트' (사진: BCHO ARCHITECTS 제공)

 

 

‘박태준 기념관’은 박태준 회장이 살던 집을 허물지 않고, 그 자리에 있던 나무까지도 보존하며 땅이 가지고 있던 느낌을 살린 프로젝트였다. 방문객들로 하여금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 그는 생전 박 회장이 앉아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던 바로 그곳에서 일반 시민들이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명상의 길에서도 온전히 공간과 과거 박 회장의 시간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그는 시민들이 공간을 통해 ‘관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박태준 기념관' (사진: BCHO ARCHITECTS 제공)

 

 

땅으로 스며드는 듯한 ‘지평집’ 역시 간결한 형태로 자연과의 조우를 유도한다. 복잡한 형태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자연의 모습이 이곳에서는 소리, 바람과 함께 극대화된다. 눈이 내린 겨울, 눈이 그친 후 바람에 의해 떨어지는 눈가루의 모습, 그 하나까지도 모두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지평집' (사진: BCHO ARCHITECTS 제공)

 

 

그가 지금까지 일구어 온 대표적인 프로젝트들을 비롯하여 현재진행형인 작업까지, 30년을 아우르는 그의 건축 철학은 12월 말 뉴욕에서 펼쳐진다. ‘Low Land’라는 주제로 ArtCake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를 통해서다. 

 

조병수 건축가의 뉴욕 전시 포스터 이미지

 

 

 

뉴욕 전시 전경 (사진: BCHO ARCHITECTS 제공)

 

 

초대전으로 이루어지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상미 큐레이터(토마스팍 갤러리 대표)는 전시에 대해 “조병수 건축가는 그간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의 건축을 통해 땅과의 연계를 보여주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수많은 건축가 및 예술가들이 현재 이 전시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번 전시는 그들에게 조병수 건축가의 철학과 그의 핵심적인 설계 내용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온 스테이'. 낮은 땅에 사각 하늘들을 뚫어 빛과 바람이 들고, 이를통해 주변을 둘러싼 능선과 그능선을 타고 내리는 아침 저녁으로의 햇살을 감상하도록 설계됐다. (사진: BCHO ARCHITECTS 제공)

 

 

미술관의 모형. 땅의 경사를 따라 각층에서 외부 언덕으로 바로 나올수 있게 설계됐다. (사진: BCHO ARCHITECTS 제공)

 

 

그는 현재 곧 착공 예정인 강릉 ‘인온 아트센터 프로젝트’와 ‘사우스케이프’ 2차 설계 마무리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 프로젝트로 벌써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인온 프로젝트’는 이번 뉴욕 전시에서도 무척이나 높은 호응을 받았다. 

 

 

'인온 스테이' (사진: BCHO ARCHITECTS 제공)

 

 

'인온 아트스페이스' (사진: BCHO ARCHITECTS 제공)

 

 

그의 공간 온그라운드는 100년이 된 적산 가옥의 역사가 살아있는 곳으로, 과거와 현재, 공간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그의 사상이 녹아 있다. 공간을 둘러보며 그의 건축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자연스럽게 트인 창밖을 통해 내다보이는 풍경과 함께 그가 한 말들이 스쳐간다. 자연에 스미는 그의 건축이 선사하는 귀중한 경험은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자연과 인간의 진정한 조화를 느끼게 한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사진_ 정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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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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